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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조경사 엔조 에나는 미술 작품을 수집하듯 나무를 수집한다. 취리히 부근의 호숫가에서 나무에 대한 그의 열정과 심미안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펼쳐졌다. 간결하고 짜임새 있는 연출로 곳곳에서 조용한 탄성이 들렸다. 그리고 이내 명상에 잠겼다.

↑ 깊은 자줏빛으로 가득한 133년 수령의 일본 단풍나무가 돌 조형물에 연기처럼 푹 퍼져 있다. 앞쪽의 물웅덩이에 비친 하늘 풍경이 아른하다.

엔조 에나 Enzo Ena는 세계 각지로부터 작품을 수집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었다. 취리히 남쪽에서 30km 정도 떨어진 작은 도시 라퍼스윌-요나 Rapperswil-Jona에 위치한 이 박물관의 다른 점은 고가구 판매장에서나 볼 법한 오래된 오브제들 대신 100년 이상의 나무를 조각 작품 삼아 전시하고 있는 것.

↑ 수평으로 가지가 뻗은 117년 수령의 소나무는 그림 속에서 빠져나온 듯 우아함과 운치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곳은 이웃하고 있는 시토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빌려준 7헥타르가 넘는 사유지에 자리하고 있다. 그들은 엔조 에나의 수집품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비슷한 나무 두 그루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예술 작품처럼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지요. 저는 이 나무들과 사랑에 빠졌어요”라고 엔조 에나는 설명한다. 분재 문화에 영감을 받아 꾸민 이 박물관은 정원사인 그가 20년에 걸쳐 터득한 까다로운 테크닉을 그대로 적용했다.

↑ 중국산 체리나무는 눈송이처럼 가볍고 아름다운 분홍색 꽃잎을 떨구고 바닥을 뒤덮는다.

그는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발견한 훌륭한 나무들을 고요한 정원에 옮겨 심었다. 일본 단풍나무, 페르시아 페로티나무, 프랑스 동북부 도시 술렁쥬의 목련, 느릅나무는 정원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 여기에 구조물을 더해 한 폭의 유화 그림을 보는 듯한 원근법을 연출했다. 고대에 파손된 듯한 돌로 만든 ‘야외 방’은 나무의 옹이, 나뭇가지와 나뭇잎의 모양, 색깔이 돋보이도록 한 것.

↑ 호수 가장자리에는 지중해 연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이프러스 나무가 서 있다. 그 뒤에는 수령이 100년이나 되는 등나무들을 울타리처럼 배치했다.

돌벽 주위를 에워싸듯이 나무를 심어 평온함이 느껴지는 분위기의 풍경을 만들었다. 나무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엔조 에나는 하늘을 천장 삼은 열린 공간에 그동안 꿈꿔왔던 숲을 이루었다. 이토록 멋있는 나무 박물관이 완성될 수 있었던 데에는 예술과 자연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에디터 다니엘 로젠스트로쉬 Daniel Rozensztroch│ 이자벨 라인징거 Isabelle Reisinger│사진 제롬 갈란드 Jérȏme Galland | 나무 박물관 Le Musée De L’arbre, Buechstrasse 12. Rapperswil-Jona, Suisse. www.en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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