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북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는 석윤이 씨의 신혼집을 찾았다. 작은 공간에 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가구와 부부의 취향과 고민이 녹아들어 더욱 따뜻한 집이다.
이곳에서 사신 지 얼마나 되었나요?
작년 12월에 결혼했으니 10개월 정도 되었네요. 친정이랑 가까운 곳에서 살기를 원했기 때문에 작은 평수의 아파트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어요. 18평형대 집이 나왔다고 해서 가보니 1층에다 남향도 아니었지만 그것까지 고려할 여유가 없었어요.
1층이라 어두워서인지 오전인데도 집 안에 조명을 많이 켰네요.
평소에도 조명 켜는 것을 워낙 좋아해요. 형광등은 거의 켜지 않지만요. 1층이라 확실히 채광은 안 좋아요. 또 아침에 빛이 드는 시간이 짧아서 이른 오전 이후에는 쭉 조명을 켜두어요.
부실은 어떤 용도로 사용하고 있나요?
3개의 방을 부부 침실과 옷방, 서재로 쓰고 있습니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양쪽에 위치한 방이 옷방과 서재이고 안쪽의 큰 방을 부부 침실로 사용하고 있어요.
거실에 있는 진공관 앰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버님이 만드셨다고 들었어요. 방송국에서 오랫동안 엔지니어로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하신 아버지가 취미 삼아 예전부터 오디오와 관련된 것들을 직접 만드시곤 하셨어요. 진공관 앰프도 직접 만드셔서 저와 동생이 결혼할 때 하나씩 선물로 주셨어요. 제작과 테스트를 거쳐 완성하기까지 20일 정도 걸렸고, 비용도 꽤 들었죠. 하지만 저에겐 가장 가치 있고 소중한 물건이에요. 전원을 켜면 은은한 조명처럼 불이 들어오는데 인테리어 효과도 있고 음악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매력에 푹 빠져버리죠.
집 안 곳곳에 책이 참 많은데요, 책이 놓인 장소도 색다르네요.
제 직업이 북 디자이너이다 보니 당연히 책에 관심도 많고 많이 구입해요. 언젠가부터 좋아하는 책을 곁에 두는 것이 습관이 됐어요. 내 집이 생기니 좋아하는 표지의 책이나 작가의 책을 침대 헤드보드 위나 소파 위 등 손에 닿기 쉬운 곳에 두게 되네요. 화집은 그 안의 그림을 나중에 크게 뽑아서 액자로 만들 계획이라 책을 옮기면서 액자를 걸 위치도 고려하고 있어요.
결혼하기 전에 꼭 구입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었나요?
가죽 소파보다 패브릭 소파를 구입하고 싶어서 알아보던 차에 가격대도 합리적이고 디자인도 괜찮은 거스 Gus 소파를 알게 돼 눈여겨보았어어요. 색깔이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또 거실에 있는 은색 테이블은 웨스트엘름의 사이트를 보고 마음에 들어서 구입했어요.
이 집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조명은 어떻게 선택했나요?
침실에는 아늑한 느낌의 깃털 조명인 비타의 이오스 조명을 달았어요. 거실에는 작고 낮은 테이블 조명을 여러 개 두었어요. 빈티지한 갓의 조명과 종이로 만든 아카리 조명의 대비가 매력적이죠. 사실 사고 싶은 조명이 있는데 아직 구입하진 못했어요. 디자인 조명은 가격대가 있는 만큼 디자인이나 놓을 위치 등을 고려 중이에요. 이렇게 기다리는 것도 재미있네요.
신혼집에서 가장 잘 샀다고 생각하는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소파요. 거실 크기에도 적절하고 구입하기 전 발품을 많이 팔며 선택했기에 어떠한 아쉬움도 남지 않아요.
색깔을 과감하게 사용한 것 같아요. 원래 다채로운 색깔을 좋아하세요?
회화를 전공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색깔에 신경을 많이 쓰게 돼요. 무채색에 끌리다가도 막상 물건을 살 때는 독특하거나 좋아하는 컬러를 고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톤 다운된 색깔을 좋아하는 편이라 카펫이나 소품도 빈티지한 느낌을 주는 것으로 골랐어요.
거실과 현관 코너, 서재 등 선반이 정말 많아요. 직접 만든 건가요?
아버지가 목공이 취미세요. 집 안에 있는 모든 선반은 아버지가 만드셨어요. 제가 어디에 어떤 용도로 달고 싶다고 말씀드리면 바로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하죠. 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가구가 집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져요.
선반 못지않게 식물이나 조화도 눈에 띄는데 베란다에도 화초가 많네요.
회사든 집이든 주변에 항상 식물을 두는 습관이 있어요. 집 안에 꽃이나 화분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정말 큰 차이가 난다고 생각해요. 공간에 식물이 많으면 생동감도 생기고 기분도 좋아지죠. 처음에는 생화를 사서 꽂아두고 시들면 다시 사곤 했는데 1층이라 빛이 잘 들지 않다 보니 음지식물만 키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생화 못지않게 섬세한 조화를 사게 됐어요.
지금 신혼집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빛이 잘 들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아쉽죠. 그다음으로는 기본적인 문틀이나 문의 색깔이 제가 원하는 색상이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래도 작지만 실용적인 공간을 꾸밀 수 있어서 만족스러운 점이 더 많아요.
아기가 태어나면 어떻게 방을 구성할 예정인가요?
얼마 후면 아기가 태어나는데 아기 방이 따로 없어서 공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꾸밀지 벌써부터 고민 중이에요. 서재나 부부 침실이 전부 아기 물건으로 채워지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아무래도 아기가 태어나면 집 안의 모습도 바뀌겠죠? 서재를 최대한 활용할 생각이에요. 아기 침대는 아버지가 이미 제작 중이시고 예쁜 모빌을 구입해서 장식하고 싶어요.
에디터 신진수 | 포토그래퍼 이과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