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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며 구입한 추억의 물건들이 그래픽적인 선과 흑백의 대조 속에 뒤섞여 있다. 덴마크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카렌 시몬센은 아무런 방해도 받고 싶지 않을 때 이 별장을 찾는다.

 

1964년에 지어진 노스 질란드의 이 집은 들어서는 순간 깜짝쇼와 같은 기쁨을 선사한다. 경사진 언덕에 자리를 잡아 집 안에서 바라보면 높이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야외 욕조는 원래 있던 것으로 카렌 시몬센이 몇 년째 사용하고 있다. 이탈리아 라임스톤으로 만든 테라스의 테이블과 의자는 경매 사이트인 로리츠닷컴에서 구입한 것.   

↑ 그래픽적인 선과 실루엣, 흑백의 단조로운 색으로 완성한 부엌. 부엌 가구는 원래 있던 제품을 그대로 물려받아서 사용하고 있으며 조형적인 다리와 유리 상판이 돋보이는 식탁을 더했다. 식탁 의자는 인터 스튜디오 제품.  

↑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1 하나의 조각품 같은 오브제는 인터 스튜디오에서 구입. 창가에 매단 랜턴은 카렌 시몬센이 오리엔탈 느낌을 더하기 위해 술을 달았다. 2 집 안의 문은 곳곳의 테라스로 연결된다. 이 집을 방문한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집주인이 배려한 것. 3 패션 디자이너 카렌 시몬센과 남자 친구 옌스 바망. 카렌 시몬센 Karen Simonsen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패션 브랜드 ‘카렌 바이 시몬센 Karen by Simonsen’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32개국에 진출해 있는 덴마크의 안경 제조업체 ‘프레고 Prego’의 디자이너다. 그녀는 매년 여름이 되면 15살 딸 아미나 Amina와 맞춤 양복 브랜드 J. 안토니 코펜하겐 J. Antony Copenhagen의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남자친구 옌스 바망 Jens Vammen과 함께 덴마크 노스 질란드 North Zealand에 위치한 125㎡의 오두막집에서 지낸다. 카렌은 마음을 이완시키고 영감을 얻고자 집을 꾸미는 데 시간과 공을 들였다. 우선 긍정적인 기운을 얻기 위해 가구는 밝고 가벼운 것으로 골랐다. 여행 중에 눈에 띄는 가구를 발견하면 자신의 또 다른 작품이기도 한 이 집과 어울리는지 고려하지만 종종 마음이 끌리는 것을 고르기도 한다. 그 때문일까.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은 카렌의 인생 그 자체이기도 하다 “기운을 재충전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이 집은 마술적인 동시에 신성한 공간입니다. 이 모든 것을 위해 저는 보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선택해야 했습니다. 이 집을 얻고 나서 일주일 동안 텅 빈 집 안에 앉아 이 공간을 느끼면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생각했어요. 건물의 기본 구조를 유심히 살펴본 후 ‘집은 언제나 편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죠. 이 공간은 내게 아주 소중합니다. 스칸디나비아적인 영감을 주는 가구, 블로잉 기법으로 만든 유리 화병, 나무 상자, 우리 가족의 어린 시절 사진 등 추억이 담긴 소품들로 이 집을 채웠습니다. 저는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지역 공예품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제 트렁크는 항상 온갖 물건으로 가득 채워지죠.”
이렇게 해서 카렌의 스타일이 만들어진 것이다. 카렌은 자신이 미처 알지 못 하는 의외의 상황을 즐기곤 하는데, 그녀가 이 오두막집과 사랑에 빠진 이유이기도 하다. 오두막은 밖에서 보면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집 안으로 들어서면 보석 상자처럼 아름답고 놀라운 풍경이 펼쳐진다. “언덕에 오두막집을 지어서 아주 흥미로워요. 넓게 펼쳐진 전망은 대자연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이곳에서는 하늘과 바다가 언제나 푸르게 보이죠. 파란색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라 많은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이곳에 있을 때마큼은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다양한 관점으로 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어요.”    

↑ 위에서 반시계방향으로) 1 가구숍 일바 ilva에서 구입한 침대의 헤드보드는 부드러운 갈색 가죽으로 덧대었다. 침대 위의 베딩과 쿠션은 모두 카렌 시몬센 컬렉션. 2 진한 갈색 선반은 주문 제작한 갈색 항아리와 잘 어울린다. 선반 위의 수건은 폴 스미스, 노란 박스는 아쿠아 디 파르마 제품. 3 흰색 패널로 마감한 선반 위를 잡지로 장식했다. 스웨이드 가죽으로 만든 의자와 대관람차의 미니어처가 놓인 테이블. 카렌은 집 안을 꾸밀 때 그래픽적인 요소와 흰색과 검은색에서 영감을 받는다. 또 옷을 디자인할 때와 같이 가구를 고르기 때문에 또렷한 윤곽과 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구와 가구가 만났을 때 만들어지는 선에 관심이 많은 이유다. “저는 일상을 도표화하는 것을 좋아하고 수학을 잘했습니다. 그래서 디자인 작업을 할 때도 기하학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요. 예를 들어, 저는 실내가 대각선으로 되어 있지 않은 한 대각선 방향으로 소파를 놓지 않습니다. 나는 패션 디자이너로서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 패션이 가구 산업보다 앞서간다고 생각하지만 가구의 기능성만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이 별장은 아름다운 기능성을 우선으로 꾸몄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 부드럽고 폭신해 보이는 의자는 일바 제품으로 빈둥거리며 책을 읽기에 좋다. 뒤쪽 책장은 인터 스튜디오 제품으로 그녀가 좋아하는 브랜드다. 

editor | 마틸드 루드 Mathilde Rude
photography | 비르지타 볼프강 Birgitta Wolfgang(시스터스 에이전시 Sisters Age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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