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비전을 나누고 서로에게 의존해 살아가는 20대 청춘들의 꿈과 열정, 환락이 깃든 32m² 집.

1 유학 시절부터 7년째 키워온 동거묘 ‘두유’와 고예슬. 2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뜻의 불어가 적혀 있는 문패. 3 좋아하는 종이 상자에 앉아 있는 두유. 4 집에 있던 낡은 의자를 가져와 다리를 낮게 잘라내고 페인트칠을 해서 쓰고 있다.
파리에서 유학을 마치고 1년 전 귀국해 영상 제작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고예슬의 집은 이태원에 있다. 상가 주택 1층, 붉은 벽돌 건물에 마치 영역 표시라도 한 듯 사각 박스 형태로 하얗게 칠한 이색적인 집. 문을 열고 들어서면 카페처럼 개조한 작은 바 형태의 작업실 뒤로 침실이 한눈에 보인다. 신발을 벗지 않고 입장 가능한 마치 파리 뒷골목에 있는 아틀리에 같은 분위기. 어디선가 검정 고양이 ‘두유’가 기지개를 쭉 켜며 나도 있어! 라며 인사를 건넨다.
영상 작업을 하기 때문에 필요한 작업 도구는 노트북 하나가 전부. 때문에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카페에 앉아 작업할 용도로 바 형태의 작업실을 꾸몄다. 작업실 옆으로 난 이 집의 유일한 창문으로 두유는 여느 고양이 같지 않게 산책도 나간다. 침실에는 침대 하나와 이동식 행어, 작은 수납장과 의자 두 개가 놓인 단출한 분위기이지만 자신이 집에서 뭘 필요로 하는지 정확히 알고 동선을 짜고 짐을 최대한 줄인 것이 공간에서 나타난다. “보통의 원룸은 층고가 낮아 답답하기도 하고 구조가 비슷비슷하죠. 이곳은 건물 1층에 있는 데다 뻔하지 않은 분위기로 작업실을 겸한 주거 공간을 만들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어요. 일하는 곳과 교통편도 좋았고, 보증금 5백만원에 월세 60만원으로는 이런 곳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 좋았어요. 하하.”
유학 시절부터 집을 스스로 고쳐 살아왔던 터라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부담감은 적었다. 이사하기 전 속전속결로 바닥엔 스타코 칠과 벽에는 페인트칠을 하고 기존에 달려 있던 형광등을 해체한 뒤 펜던트 조명을 달고 낡은 스위치 커버를 교체했다. 생활에 필요한 가구만 놓인 공간이 휑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직접 그린 그림과 그간 모아온 작은 소품들로 공간 곳곳에 포인트를 주어 파리 예술가들의 작은 아틀리에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1 침대와 작은 라운지 사이에 욕실로 통하는 문이 있다. 2 여행 갔을 때 하나씩 구입했던 소품들로 수납장을 장식했다. 3 손 모양의 오브제에 평소 끼는 반지들을 수납했다. 호주 얼반아웃피터스에서 구입한 것이다. 4 중고 가구점에서 구입한 철제 수납장을 철판이 드러나게 칠을 벗겨냈다. 수납장 위에 올려놓은 포스터는 아티스트들과 그룹 전시를 할 때 출품한 작품이다. 5 심심풀이로 아그리파 석고상에 헤어밴드를 씌웠더니 재미있는 소품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