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풍경 인테리어

여름 풍경 인테리어

여름 풍경 인테리어

뜨겁고 강렬하면서 청량하고 시원한 느낌을 동시에 지닌 여름과 만난 인테리어를 떠올렸다. 푸른 바다, 트로피컬, 식물 등 여름과 연상되는 요소에서 출발한 네 가지 공간 연출을 소개한다.


THIN, MORE THIN
 

블랙 성애자들에게 권하는 여름 인테리어. 모든 빛과 색을 빨아들이는 무거운 칠흑색을 시원해 보이도록 연출하고 싶다면, 부피감이 얇아 바람이 잘 드나들 것 같은 와이어 가구와 소품을 적극 활용해보길. 사이사이 빈 공간은 싱그러운 초록 식물로 채워서 여름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1 금색 원형 저소음 시계는 NNN. 2 황동 프레임에 압화를 넣은 벽걸이 액자는 마이알레. 3 화분과 금속 스탠드는 챕터원. 4 타공판으로 만든 금속 트레이는 펌리빙 제품으로 에이치픽스. 5 조각상 모양의 오일 램프는 이도핸즈. 6 로켓 모양 오브제는 셀레티 제품으로 세그먼트. 7 책상 위의 디자인 북은 심지서적. 8 은색 테두리의 원형 시계는 조지 넬슨이 디자인한 것으로 루밍. 9 기하학적인 모양의 북엔드는 펌리빙 제품으로 루밍. 10 검정 폴딩 자는 아르텍의 ABC 시리즈로 루밍. 11,12 연필꽂이로 활용 가능한 금속 화병은 루밍. 13 구리색 캔들 트레이는 톰 딕슨 제품으로 10꼬르소꼬모. 14 테이블 조명 ‘볼 Bowl’은 어텀. 15 상판을 열면 수납함이 있는 ‘쿠퍼티노’ 책상은 보컨셉. 16 쇼케이스는 푸에브코 제품으로 에이치픽스. 17 우주인 모형의 화병은 셀레티 제품으로 세그먼트. 18 바구니로 활용 가능한 금속 커피 테이블은 세그먼트. 19 울과 혼방으로 짠 러그는 세그먼트. 20 금속 와이어 의자는 어텀. 21 고급 양가죽으로 마감한 베오플레이 H8은 뱅앤올룹슨. 22 고릴라 모형의 저금통은 까레.


바닥재는 빈티지 강마루

아트맥 시강’아트 오크’제품으로 구정마루




BLUE HOLIC

청량감을 표현하는 데 파랑보다 좋은 것이 있을까. 짙고 차분한 네이비부터 옅은 하늘색까지 다양한 톤을 사용하면 지루하지 않은 블루 인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다. 여기에 날염이나 물이 번진 듯한 효과가 멋스러운 패턴 쿠션 등 패브릭 소품을 더하면 한결 풍성해 보인다. 


1 우박의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 포스터는 이노메싸. 2 원하는 대로 접어서 사용할 수 있는 종이 화병 커버는 챕터원. 3 그물망을 표현한 일러스트 액자는 세그먼트. 4 몽환적인 숲 사진 액자는 이노메싸. 5,6 유리로 만든 올빼미 한 쌍은 이딸라의 버드 바이 토이카 시리즈로 몰테니&C. 7 유쾌한 일러스트가 그려진 종이 화병은 옥타에보 제품으로 TWL숍. 8 테이블 조명 ‘쇼군 타볼로 Shogun Tavolo’는 아르떼미데 제품으로 어텀. 9 모듈형 수납장은 USM 제품으로 스페이스로직. 10 블루 스트라이프 블랭킷은 챕터원. 11 리넨 소재의 ‘워터 컬러 프린트’ 쿠션은 아프로디테. 12 떨어지는 꽃잎을 표현한 쿠션은 아임디자인. 13 날염 무늬 쿠션은 아임디자인. 14 자카드 소재의 쿠션은 예원AID. 15 블루 프린트 쿠션은 예원AID. 16 워싱 면 소재의 니팅 스프레드는 아임디자인. 17 매듭 형태의 쿠션은 이노메싸. 18 독특한 문양의 러그는 펌리빙 제품으로 짐블랑. 19 네이비 컬러의 패브릭으로 마감한 ‘블라스코 로쉐 3인 소파’는 두닷. 20 물감이 퍼지는 모습을 상판에 표현한 사이드 테이블은 까레. 21 블루 스트라이프 유리컵과 시멘트 소재의 코스터는 루밍. 22 유리 캔들 홀더는 루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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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 THE SEA

해변의 모래사장을 연상시키는 거친 느낌의 바닥재와 깊고 짙푸른 색상의 벽을 대비시켰다. 여기에 내추럴한 라탄, 원목 소재의 가구와 방석을 더해 편안한 좌식 거실을 연출해봤다. 야외의 정취를 돋우는 바다 사진을 두면 휴양지에 온 듯 여유로운 인상까지 더해진다. 


1 울과 면 혼방 소재의 태피스트리 겸 러그는 세그먼트. 2 라탄 전등갓과 자기로 제작한 테이블 조명은 리비에라메종. 3 익살스러운 표정의 도자 캔들 홀더는 윤현핸즈. 4,6 자연스러운 짜임의 라탄 트렁크는 리비에라메종. 5 흰색 랜턴은 리비에라메종. 7 여유로운 해변가를 포착한 사진 작품은 옐로우코너. 8 다이아몬드 모양의 유리 화병은 이딸라 제품으로 몰테니&C. 9,18 금속 다리에 라탄 트레이를 얹은 사이드 테이블은 최정유 작가의 작품으로 윤현핸즈. 10 밖은 검정, 안은 노랑으로 칠한 ‘글레이즈 볼’은 보컨셉. 11 스트라이프 패턴의 에스프레소잔 세트는 비즐도예공방 제품으로 이도핸즈. 12 세 가지 색상의 ‘유니버셜 트레이 세트’는 빌라토브. 13 라탄 트레이는 NNN. 14 크랙이 있는 삼나무로 만든 티테이블은 에이스에비뉴. 15,16,20 리넨 소재의 방석은 TWL숍. 17 황마를 손으로 엮어 만든 바스켓은 이도핸즈. 19 면 소재의 민트색 수제 러그는 마이알레.

 

바닥재는 빈티지 강마루

아트맥 시강’아트 오크’제품으로 구정마루 

 

 


COLOUR PARTY

활력이 넘치는 여름 이미지를 집 안에 들이는 방법으로 다채롭고 선명한 색상을 과감하게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초록, 파랑, 주황, 노랑 등 다양한 색을 사용하되 재질감은 유광으로 통일하고 투명한 유리, 플라스틱 소재의 아이템을 매치하면 여름날 반짝이는 태양빛을 머금은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1 열대우림의 식물을 오묘한 색상으로 표현한 패브릭은 예원AID. 2 종이로 만든 펜던트 조명은 상투 Sentou 제품으로 빌라토브. 3 투명한 유리 전등갓의 펜던트 조명 ‘벌브 SR2’는 앤트래디션 제품으로 이노메싸. 4 고대 도자기를 모티프로 한 종이 화병은 옥타에보 제품으로 라곰. 5 물감이 녹아내리는 듯한 무늬의 ‘아티스트’ 화병은 까레. 6 앵무새 조각상은 빌라토브. 7 금속 재질의 다이닝 의자는 헤이 제품으로 루밍. 8 오렌지색으로 포인트를 준 와인 디캔터는 10꼬르소꼬모. 9 시원한 초록색과 흰색 손잡이가 특징인 저그는 라곰. 10 노란색 도자 트레이는 보컨셉. 11 흰색 상판과 금속 다리를 매치한 ‘테이블 시리즈’는 프리츠 한센 제품으로 보에. 12 오렌지색 다이닝 의자 ‘시리즈 세븐’은 프리츠 한센 제품으로 보에. 13 투명한 소재의 녹색 ‘빅토리아 고스트’ 의자는 카르텔. 

 

바닥재는 빈티지 강마루

아트맥 시강’아트 오크’제품으로 구정마루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박상국

스타일리스트

심필영, 권도형(스타일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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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매치 스타일링으로 완성한 주택

믹스매치 스타일링으로 완성한 주택

믹스매치 스타일링으로 완성한 주택

크고 작음, 차가움과 따뜻함, 클래식함과 모던함. 아띠끄 디자인 홍민영 대표의 집은 이처럼 상반되는 요소가 조화롭게 공존한다. 이 세련된 믹스매치 스타일링이 유난히 빛을 발하는 건, 집 안 곳곳 따스한 온기가 스며 있기 때문이다.

거실에서 안쪽 침실로 향하는 전실을 바라본 모습. 프랑스에서 수입한 ‘프렌치 헤리티지’의 핑크 컬러 체스트와 플라워 작품이 밋밋한 공간에 에지를 더한다. 

 

‘아띠끄 디자인’은 랄프 로렌을 비롯한 20여 개의 다양한 스타일을 지닌 수입 가구 및 소품의 판매부터 인테리어 스타일링과 맞춤 가구 제작까지 선보이는 토털 리빙숍이다. 청담동에 위치한 매장만 둘러봐도 홍민영 대표의 안목이 남다르다는 걸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다. 그녀의 실력과 감각을 일찌감치 알아본 방송사에서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낼 정도다. <상속자들> <괜찮아 사랑이야> 등의 드라마에서 유난히 화제가 되었던 럭셔리한 감각의 공간 스타일링은 그녀의 손길이 거친 결과물이다. 그런 홍민영 대표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니 그 모습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배동 주택가에 2년째 둥지를 틀고 있는 그녀가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둔 바로 앞집으로 이사를 감행한 첫 번째 이유는 가족들의 좀 더 아늑한 공간을 원했기 때문이다. 이전의 3층짜리 집은 가족 개개인의 독립된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반면, 한집에서도 서로 얼굴을 마주치기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다. 게다가 새로운 집은 프라이빗한 빌라형 구조라 내부에 아늑한 뜰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홍민영 대표는 그녀만의 취향과 특기를 발휘해 이 집의 데커레이션을 완성했다. 서로 다른 컬러와 패턴, 소재를 과감하게 조합해 세련된 멋이 느껴졌다. 그러한 특징이 한눈에 드러나는 공간은 거실이다. 유난히 빛이 잘 드는 이 공간을 채운 옐로와 그린, 핑크 컬러는 하나하나 밝고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면서도 제멋대로 튀지 않은 채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러한 컬러와 패턴이 어우러지게 하는 데 중심이 되는 소파와 러그는 톤 다운된 베이지 톤의 솔리드 원단을 사용해 차분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각각 다른 컬러와 패턴이 조화를 이루려면 서로의 연결고리를 염두에 둬야 해요. 이를테면 오토만의 패브릭 같은 컬러와 패턴의 쿠션을 배치한다든지, 연둣빛 체어에 들어간 플라워 패턴의 핑크 컬러와 같은 톤의 체스트를 매치하는 식이죠. 그 체스트 위에는 같은 컬러의 그림을 걸고요. 덕분에 심플하고 모던한 소파와 스탠드 옆에 클래식한 라인과 비비드한 색감을 지닌 가구를 놓아도 과해 보이지 않아요. 오히려 훌륭한 악센트가 될 수 있어요.”

 

 


널찍한 거실. 다채로운 색감의 조화로 인해 차가운 대리석 바닥임에도 따스한 기운이 물씬 풍긴다.

 

 


1 다양한 디자인과 컬러, 소재의 조화가 돋보이는 다이닝룸. 샹들리에의 나뭇잎 패턴과 뒤 벽면에 설치한 액자의 플라워 드로잉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그림 작품은 미국 릴리안 갤러리에서 구입한 것. 2 12년간 키운 반려견 엘티를 안고 있는 홍민영 대표. 3 안쪽 침실로 통하는 전실은 아늑한 라운지처럼 꾸몄다. 4 랄프 로렌의 책상과 기하학적인 느낌의 체어를 매치한 아들의 침실. 문 뒤쪽 벽면에 걸어놓은 독특한 디자인의 스피커는 몇 년 전 미국에서 구입해 아들에게 선물한 것이다.

 

홍민영 대표가 쓰는 안쪽 침실과 세 남매의 룸도 컬러와 소재, 가구 스타일의 믹스매치로 유니크한 멋을 아낌없이 살렸다. 여기에 그녀의 딸이자 아띠끄 디자인의 실무를 함께 총괄하고 있는 이윤경 실장의 감각이 더해졌다. 파인아트와 컬러 디자인을 전공한 이윤경 실장은 본래 깨끗한 화이트 톤이었던 4개의 방 벽지에 부드럽게 톤 다운된 옐로, 민트, 그린 컬러를 입혔다. 모두 직접 조색한 페인트로 완성한 것이다. 이윤경 실장의 침실은 차분한 그린 컬러와 벽돌색 패브릭을 매치했다. 클래식한 디테일의 침대 및 책상, 전신 거울과 잘 어울리는 침대 맞은편의 장식장은 홍민영 대표가 젊었을 때부터 쓰던 가구를 물려준 것이다. 미술 전공자답게 직접 그린 그림을 걸어놓은 한쪽 벽면 뒤에는 이 방만의 매력적인 공간이 숨어 있다. 방배동 주택가 골목이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테라스다. 햇볕이 한 움큼 스며드는 아담한 공간을 살리기 위해 시멘트 바닥에 데크를 깔고 싱그러운 초록 화분들과 작은 테이블로 꾸몄다. 혼자 사색의 시간을 갖기에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와인 한잔하기에도 제격인 이 공간은 그야말로 도심 속 오아시스라는 표현이 절로 떠오른다.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큰 딸의 방은 파스텔 톤 레몬빛 벽에 민트 그린 컬러와 베이지 톤을, 역시 미국에서 유학 중인 아들의 침실은 민트 그린 컬러 벽으로 마감하고 기존에 쓰던 가구와 어울리는 기하학적인 느낌의 체어와 소품을 매치했다.

 

 

둘째 딸인 아띠끄 디자인 이윤경 실장의 침실. 레드와 그린 톤의 조화가 세련된 멋을 풍긴다.

 

 


5 홍민영 대표가 사용하는 안쪽 침실. 6 따사로운 햇빛을 흠뻑 머금은 침실 옆 테라스 풍경. 7 중앙에 욕조를 배치한 구조가 돋보이는 안쪽 욕실.

 

홍민영 대표가 쓰는 안쪽 공간에는 넓은 전실을 중앙에 두고 양쪽으로 침실과 욕실이 자리하고 있다. 전실은 3인 소파에 러그, 콘솔 등을 배치해 아늑한 느낌을 살렸고, 안쪽 침실엔 버튼다운 스타일의 침대와 소파를 두고 레드 컬러 베딩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사이즈가 크지 않은 침실에 이렇게 높고 큰 사이즈의 침대 헤드가 과도해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낮은 매트리스를 선택하면 답답해 보이지 않아요. 여기에 밝은 컬러의 패브릭과 소품을 매치하면 균형감 있게 완성할 수 있어요.” 그녀의 이러한 믹스매치 방식은 다이닝룸에도 일관되게 적용돼 있다. 심플하고 모던한 라인의 식탁에 장식적인 앤티크풍의 샹들리에를 매치하는 식이다. 클래식한 마호가니 소재로 마감한 월넛 캐비닛, 그린 컬러 다이닝 체어와 옐로 컬러 소품이 함께 어우러져 각자의 존재감이 돋보이면서도 따스한 조화가 느껴진다. “따스한 느낌을 주는 공간을 좋아해요. 한 가지 스타일에 치우치면 자칫 단조롭고 차가운 느낌을 줄 수 있거든요. 어느 한 곳에 클래식한 무게감을 줬다면, 그 옆에는 힘을 뺀 모던한 라인의 가구를 놓아 밸런스를 맞추는 거죠. 그래서 고객의 집을 꾸밀 때도 기존에 있던 가구를 활용하면서 다른 스타일의 아이템을 매치하고, 두 가지 이상의 색감과 패턴으로 변화를 주곤 해요. 같은 컬러라도 채도의 높낮이를 응용하거나 서로 다른 소재의 패브릭으로 베리에이션하면 산만하지 않으면서 시각적인 상승 효과를 살릴 수 있어요.” 자유로우면서도 일관된 흐름을 지닌 믹스매치 스타일링으로 따스하게 완성한 집. 홍민영 대표의 남다른 감각이 빛을 발하는 공간이 아닐 수 없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writer

이정주(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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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있는 집

마당 있는 집

마당 있는 집

마당의 한 켠에는 봄에 심은 고추와 고수가 자라 꽃을 피우고, 주변으로 듬성듬성 심은 나무가 가지를 내며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신용일 셰프의 집은 푸르른 자연이 시원한 그늘을 선사하는 아름다운 여름 집이다.


1 거실 통창을 통해 마당의 사시사철을 감상할 수 있다.

 

겨우내 헐벗었던 나무가 어느덧 푸른 잎을 내며 울창하게 숲을 이루었다. 겨울에서 봄, 봄에서 여름으로 시간은 흐르고 여름을 맞이한 자연은 어느 때보다 청명한 푸른빛을 발하며 사방을 싱그럽게 물들이고 있다. 한식 디저트 카페 ‘합’의 신용일 셰프는 결혼 이후 처음으로 주택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작년 말부터 조금씩 준비해 올해 2월 이곳으로 이사했고, 지어진 지 40년가량 된 이 집은 안팎으로 손볼 곳이 많았지만 처음부터 욕심부리지는 않았다. 가능한 한 이곳의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싶었고, 집 내부 또한 현대식으로 반들반들하게 고치기보다 조금은 불편해도 옛날 집 특유의 구조와 생활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주택에서 사는 걸 오랫동안 꿈꿔왔어요. 그렇다고 꿈속의 집이 완벽한 조경에 세련된 인테리어를 지닌 곳은 아니었죠. 마당 곳곳에 이름 모를 잡초가 가득해도 자연스럽고 예쁘지만 수수한 집, 이곳에서 해 질 녘이 되면 부인과 함께 노을을 감상하며 두런두런 애기를 나누는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리곤 했어요.” 

 

 


참새와 비둘기가 종종 찾아들기 때문에 마당에 놓은 확에 물을 담아둔다. 확은 적은 양의 곡식 등을 빻는 옹기다. 3 때때로 마당에서 휴식의 시간을 갖는 신용일 셰프. 4 작은 살구나무가 심어져 있어 정겨운 입구.

 

아담한 마당과 그 너머로 오래된 듯 정겨운 모습을 한 2층집이 등장한다. 이곳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먼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 양 옆으로 주방과 거실로 향하는 문이 있는 게 요즘은 도통 만날 수 없는 옛날식 구조다. 그동안 모아온 고가구와 도자 소품 등으로 장식한 것이 전부인 그의 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단연 거실이다. 마당을 향해 커다란 통창이 있는 이곳은 별다른 장식이 필요하지 않다. 사시사철 변하는 자연이 장식이고 감상거리다. 그래서 신용일 셰프는 통창 바로 앞에 커다란 나무 테이블과 의자 하나를 놓아 꾸미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주방은 워낙 낡았던 터라 이사를 하기 전에 가장 많이 고쳐야 했다. 바닥을 다시 깔았고 벽면과 낡은 붙박이장을 흰색으로 깔끔하게 페인트칠했다. 계단을 따라 2층에 오르면 셰프 부부의 침실과 옷 방이 나온다. 침실에는 부부 침대와 고가구 장을 놓아 단출하게 꾸몄지만 창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른 그림자를 비추며 곳곳에 무늬를 입힌다.

 

 


5 부부 침실과 옷 방으로 이루어진 2층. 6 도자 식기와 빈티지 식기 등 그동안 모아온 소품으로 집 안 곳곳을 장식했다. 7 최근에 햇차를 선물 받았다. 집에서 종종 지인들과 차 모임을 갖곤 한다.

 

신용일 셰프가 주택 생활을 원했던 가장 큰 이유는 마당이다. 그는 봄이 찾아오자마자 마당 한 켠의 땅부터 일궈 작은 텃밭을 조성했다. 텃밭에 고추와 상추, 고수, 바질 등을 심어 정성껏 키우고 있다. 마당은 가급적 가꾸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모토다. 잡초도 풀이고 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조경을 가꾸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두었다. 그랬더니 여름을 맞이한 지금은 각종 꽃 잔치를 펼치고 있다. 한쪽에서는 보라색 붓꽃이 꽃봉오리를 맺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달래꽃이 피어났다. “이곳에 살면서 처음 만나게 된 꽃들이 많아요. 또 새들이 자주 찾아들기 때문에 돌이나 바닥의 움푹 파인 홈에 일부러 물을 채워두기도 하죠. 저는 이곳에서 자연과 공생하는 삶의 즐거움에 새롭게 눈뜨고 있어요.” 도시에서 자연을 등지고 살다가 자연을 곁에 두니 일상이 눈에 띄게 건강해졌다. 자연에 순응하는 이곳에서의 삶에 감사해한다. 여름이 되니 나무가 만들어주는 커다란 그늘이, 종종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마음마저 넉넉하게 만든다.

 

 


8 주방으로 향하는 작은 문이 난 구조가 독특하다. 9 주방은 화이트 페인트로 벽을 칠하고 바닥을 다시 깔았다. 주방 벽에 합에서 사용하던 나무 선반을 달았더니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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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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