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같은 집

여행 같은 집

여행 같은 집

제멋대로 휴식을 취해도 좋고, 지인들과 삼삼오오 담소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집에서는 여행지 부럽지 않은 여유 있는 삶이 느껴진다. 집주인과 디자이너의 감각이 만들어낸 아파트에 만든 근사한 별장으로 초대한다.


1,2 모던한 스타일과 세미클래식 스타일이 조화를 이룬 거실. 거실 뒤로는 다이닝룸이 이어져 있어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한다. 

 

매달 집 취재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누군가의 스타일을 따라 하기보다는 집주인의 분명한 취향으로 공간이 채워졌을 때 감각 이상의 에너지가 느껴진다는 것. 부산에 있는 박명란 씨의 집을 취재하고 나서도 이런 감동을 받았다. 모던하지만 컬러감 있는 스타일에 섬세한 디자인이 조화를 이룬 명확한 취향이 만든 집은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철새도래지로 지정되어 있는 을숙도가 한눈에 보이는 299㎡의 아파트. 이곳은 박명란 씨 가족의 세컨드 하우스다. 해운대에 본가가 있지만 남편 회사와 가까운 곳에 집을 한 채 더 얻게 되면서 이곳은 가족의 휴식 공간이 되었다. 복층 구조를 띤 이 집은 들어서는 순간 탁 트인 개방감으로 시야에 걸리는 것 없이 시원하다. 거실에서부터 주방까지 이어지는 개방감은 이 집의 백미로, 가구들이 레이어링된 풍경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뾰족한 삼각 지붕 형태의 구조를 띠고 있어 따뜻하면서도 안락한 별장 같은 느낌이 더해진 이 집은 부분적인 레노베이션 끝에 지금의 구조가 완성됐다. 

시공과 디자인을 맡은 이는 아티끄디자인의 홍민영 대표. 박명란 씨는 그녀와의 작업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고 이야기한다. “긴 설명 없이 감각이 통하는 데가 많았어요. 차가움과 따뜻함, 클래식함과 모던함. 이런 상반된 요소를 조화롭게 꾸밀 수 있는 실력과 감각을 갖춘 분이라 믿고 맡길 수 있는 파트너가 되었어요.” 너무 차가운 날 선 모던함보다는 부드러우면서도 색감이 있는 모던을 추구하는 감각이 집주인과 디자이너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된 셈이다. 이 집은 크게 거실과 부부 침실, 엔터테이닝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던함과 클래식함이 적절히 배합되어 있다. “엄마는 B&B이탈리아의 막살토 가구를 특히 좋아하세요. 지금 이 집에 있는 가구들은 작년에 엄마와 밀라노로 여행 갔을 때 현지에서 구입한 것들인데, 가구 매장을 다니면서 제품을 보고 현지에 있는 공장도 방문하면서 가구가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볼 수 있어서 즐거운 여행이었어요.” 모녀는 가구를 비롯한 데커레이션 제품을 보는 것이 취미로 해외 명품 브랜드의 가구 라인을 섭렵했을 정도로 지식의 폭이 넓다. 집에 놓여 있는 가구와 소품 하나하나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선택한 결과물로, 이들의 취향을 잘 정리해준 홍민영 대표의 스타일이 곁들여져 남다른 감각이 빛난다.

 

 


3 기둥을 사이에 두고 두 공간이 나뉜 듯 보이는 거실 풍경이 이채롭다. 4 취향이 닮은 박명란, 조혜정 모녀. 5 휴식이 그려지는 부부 침실. 

 

이 집은 서로 다른 컬러와 패턴, 소재를 과감하게 조합해 세련된 멋이 느껴진다. 이러한 특징이 한눈에 드러나는 공간은 거실. 유난히 빛이 잘 드는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베이지, 핑크, 그린 색상은 밝고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면서도 제멋대로 튀지 않은 채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B&B이탈리아 소파 앞에는 클라시콘의 유리 테이블 ‘벨’을 매치해 포인트를 주었고 뒤로 보이는 다이닝룸에는 선이 예쁜 B&B이탈리아의 고급 라인인 막살토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는데 기하학적인 디자인의 클래식한 느낌의 펜던트가 돋보인다. 아티끄디자인의 홍민영 대표는 “각각 다른 컬러와 패턴이 조화를 이루려면 서로의 연결고리를 염두에 두고 인테리어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패브릭과 같은 컬러의 가구를 두거나 클래식한 디자인을 받쳐줄 소품들을 주변에 배치하는 식이 될 수 있어요”라고 조언한다. 심플하고 모던한 소파와 스탠드 옆에 클래식한 라인과 비비드한 색감을 지닌 가구가 있음에도 과해 보이지 않고 악센트를 주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2층에 자리한 엔터테이닝룸은 1층과는 또 다른 이국적인 멋이 흐른다. 삼각 지붕 아래 걸려 있는 웅장한 샹들리에 아래는 작은 바가 있는 AV룸을 만들었다. 와인을 좋아하는 박명란 씨를 위한 공간과 영화와 음악 감상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한 공간이 합쳐진 것이다. 이곳 역시 클래식과 모던 스타일이 결합된 공간으로, 그 웅장함과 고급스럽고 감각적인 스타일에 반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테이블에 앉아 책을 보고, 누군가는 소파에 기대에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가족을 위한 힐링 공간에서는 여행지 같은 달콤한 휴식이 그려진다. 

 

 


2층에 위치한 엔터테이닝룸은 웅장한 샹들리에 아래로 작은 바와 편안한 분위기의 거실을 갖춘 AV룸으로 꾸며졌다. 

 

 


독특한 형태의 그릇장과 바 가구, 컬러감 있는 소파가 어우러져 이 집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가구는 모두 아티끄디자인에서 구입한 것이다.

 

etc.

미니멀한 디자이너들의 가구와 세미클래식 스타일이 조화를 이룬 박명란 씨 집처럼 꾸밀 수 있는 아이템들.


 

라리오 소파 안토니오 치테리오 디자인의 소파는 플렉스폼.

 

 


크리스티 홀 체스트 부피가 크지 않아 어느 공간에서도 잘 어울린다. 화이트, 골드 색상으로도 구매 가능하며 아티끄디자인.

 

 


빈센트 네스팅 테이블 사이드 테이블과 커피 테이블로 사용 가능하며 가장 작은 테이블에는 서랍이 내장되어 있다. 아티끄디자인.

 

 


패스워드 수납장 거울처럼 비치는 마감이 특징인 사이드보드는 몰테니앤씨.

 

 


오토만 공간에 따라 다른 사이즈, 패브릭으로 교체할 수 있는 오토만으로 아티끄디자인에서 제작 판매한다.

 

 


패브릭 쿠션 은은한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쿠션은 아티끄디자인.

 

 


패스워드 수납장 강렬한 붉은색이 포인트인 수납장은 몰테니앤씨.

 

 


첼시아 소파 로돌프 도르도니 디자인의 미니멀한 소파는 몰테니앤씨.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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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 그린 가구

자연으로 그린 가구

자연으로 그린 가구

지난 20여 년간 한국의 주거와 공간을 디자인해온 김백선. 그가 이탈리아의 하이엔드 브랜드 프로메모리아, 뽀로, 판티니와 손잡고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선보인다. 나무, 돌, 물 등 자연 소재 자체가 디자인 언어인 그가 만든 생활 가구와 소품은 가구 그 이상의 가치가 담겨 있다.


 

 

 


1 김백선의 디자인은 모두 붓끝에서 그려지는 드로잉에서 시작된다. 2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손수 그린 스케치와 다양한 크기의 붓들이 놓여 있다. 3 백선디자인 사무실. 책상 뒤로 사진 촬영을 위한 삼각대가 놓여 있다. 4 드로잉한 스케치를 모아둔 책장. 5 프로젝트를 위해 드로잉과 그래픽을 프린트한 종이가 사무실 곳곳에 있는 책장에 붙어 있다. 목토풍수 木土風水가 적혀 있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건축가 김백선은 재능이 많은 남자다. 건축가이지만 그를 따르는 수식어는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 사진작가, 동양 화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멀티아티스트. 한국의 전통적 미감을 자신만의 올곧은 신념으로 재해석해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까지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를 통섭해왔다. 그가 만들어온 대표적인 공간 프로젝트로는 롯데 초고층 월드타워의 레지던스와 커뮤니티 공간 설계, 덴마크 주재 한국대사관, 대안공간 갤러리 루프, 이용백 갤러리 등이 있으며 아트 디렉터로서는 세계도자비엔날레 여주관 세라믹하우스II, 천년전주명품 ‘온’, 설화문화전, 2013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주제전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그의 작업에는 시종일관 자연이 중심에 있다. “자연, 예술, 문화, 여행, 시간성, 계절, 장인, 땀, 삶, 일상, 사람, 교감… 그 모든 요소로부터 영감을 주고받은 감성이 어우러져 디자인의 모티프와 컨셉트가 됩니다.” 겉으로만 화려하기보다는 깊이 있는 감수성과 오묘한 손맛이 전해지는 그만의 디자인에는 정감 어린 코드가 진하게 배어나온다. 20여 년 전 시작했던 가구 디자인은 당시 변화된 한국의 주거 시장과 공간을 반영하기 위한 방향의 모색이었다. 그 시작이 전주시와의 인연으로 이어져 무형문화재 장인들과 콜라보레이션하여 디자인했던 ‘전주 온’ 프로젝트에서 그 결실을 맺게 되었다. “우리 문화의 전통과 철학을 담아내는 과정이었습니다. 무형문화재 장인들과 함께 작업했던 그 속에서 사람과 삶의 철학과 가치가 피어납니다.” 2015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리빙, 가구계의 명품 브랜드 회사인 프로메모리아, 뽀로, 판티니와의 만남이 시작됐다. 꾸준히 진행해온 공간 디자인 작업과 더불어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리빙 업계와의 인연, 그 관계선상에서 사람과 일이 이어지고 일은 관계를 만들어내고, 그 속에서 또다시 사람과의 관계와 디자인이 피어났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며 예술의 뿌리, 자연의 원초성에 대한 감성을 담고 싶었습니다.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현상이 발현되고, 풍부한 생태계가 만들어지듯 동서양 또는 전통과 현대, 회화와 디자인의 구분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이 만나고 어우러지고 다시 태어나는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내고 싶었습니다.” 그는 디자인에 있어 어떤 철학과 감성을 담을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가구 이상의 가치를 지닌 문화와 생활 전반에 걸친 라이프스타일이 녹아들어 있음을 의미한다. 그 과정을 통해 드러난 개체들이 새로운 생명력을 갖게 됐고 결과물에 ‘디자인 생명체’라는 이름을 부여해 25점의 작품으로 탄생했다. 

 

 

BRAND STORY

전통적인 장인 기술과 최첨단의 기술을 접목해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 세계 최고의 이탈리아 브랜드들과 협업한 김백선. 그들과 작업하면서 느꼈던 감회를 전한다.

 


1,2,3,4,5 프로메모리아와 협업해 만든 조명 작품들. 총 6종으로 테이블, 스탠딩, 천장 조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6,7,8 질서정연한 선의 미학으로 표현한 가구에 최고급 가죽을 입혔다. 가구는 캐비닛, 3인 소파, 3인 벤치, 암체어의 4종으로 선보인다.

 

프로메모리아 PROMEMORIA 

“첫 미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로메오 소치 Romeo Sozzi의 열정이었다. 이탈리아 최고의 명품 브랜드 수장이자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로메오 소치의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디자인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과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그 자리에서 드로잉으로 표현하고 아이디어를 깊이 있게 파고 들어가며 발전시켜 나가는 그의 방식에서 나는 디자이너로서 깊은 동질감을 느꼈다.” 

 

프로메모리아의 뿌리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며 4대에 걸쳐 내려온 노하우는 수장이자 디자이너인 로메오 소치에 의해 1980년대 말 재탄생했다. 뛰어난 이탈리아와 유럽 장인들이 세계적 수준의 프로메모리아 고유의 품질을 지키는 데 열정을 쏟고 있으며, 그들이 창조해내는 가구의 디테일한 부분(재료의 선택과 마감의 완결성. 무엇보다 그 모든 것이 조화롭게 만들어내는 색감, 촉감, 복합적으로 다가오는 놀라운 아름다움)에서 독보적인 아름이다움이 느껴진다.

 

 


9 뽀로와 함께 작업한 미니멀한 디자인의 테이블. 다양한 가구 작품 17종을 만날 수 있다. 10 판티니와의 협업으로 만든 수전 렌더링. 11,12 2013년 광주디자인 비엔날레에 만들었던 ‘Old&NEW’ 전시장 모습.

 

판티니 FANTINI 

“판티니에서 추진하고 있는 ‘100 Fontane : Fantini for Africa’ 프로젝트에 무척 감명받았던 나는 판티니의 순수한 열정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일면식도 없는 김백선이라는 디자이너의 드로잉과 작업을 책을 통해 보고, 수십억이 넘는 돈을 디자인에 투자한다는 것은 근원적인 것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판티니는 1947년 조반니 Giovanni와 에르실리오 판티니 Ersilio Fantini 형제가 설립한 가족 중심의 회사다. 물은 회사의 역사를 관통하는 테마로, 지난 50여 년간 물을 모티프로 한 수도꼭지 및 샤워 시스템 등의 제품을 생산해왔다. 1970년대 후반에 출시된 ‘이 발로키 i Balocchi’ 시리즈는 수전에 처음으로 컬러를 가미한 혁신적인 컬렉션이다. 그 이후 현재까지 액세서리에서 텍스타일까지 욕실 퍼니싱의 요소를 잘 조화시킨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부룬디공화국 지역에 식수를 공급해주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어 착한 선행을 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뽀로 PORRO 

“뽀로는 가족 같은 분위기의 회사인 만큼 프로젝트 담당자들도 친근하고 밀착력 있게 일을 꾸려 나간다. 디자인 미팅에서도 각 파트의 담당자들은 열정적으로 작업을 진행하는데, 작은 변화나 세세한 사항도 놓치지 않고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점은 디자이너로서 일하는 데 큰 힘을 실어주었던 것 같다.” 

 

뽀로는 1925년 고품질 가구 제작의 산실인 이탈리아 브리안자  Brianza 지역에서 설립된 국제적인 브랜드다. 2015년 90주년을 맞았으며 전통적인 장인의 손길과 정교한 생산 기술이 결합되어, 엄격한 품질 관리를 통해 세계 가구 시장에서 꾸준히 명성을 쌓아왔다. 1960년대부터 이탈리아 및 유럽의 디자인 선구자들과 협업해왔으며 1989년부터 피에로 리소니 Piero Lissoni가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EXHIBITION

10월 5일부터 10월 23일까지 학고재에서 열리는 <김백선 전 _ About the Living&Furniture> 전시에서는 프로메모리아, 뽀로, 판티니와 함께 작업한 총 25점의 가구와 조명, 수전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사진작가, 동양화가,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며 작업한 김백선의 아카이빙을 모두 만날 수 있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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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성

유리의 성

유리의 성

모모와니의 양유완 작가는 틀에 박힌 것보다는 자유로운 게 좋다. 작업 공간도 실은 놀이터다. 이곳에서 그녀는 유리를 가지고 논다.


샛노란색 벽과 기둥이 인상적인 양유완 작가의 작업실 전경. 가마의 뜨거운 열기 때문에 접이식 문을 활짝 열어두곤 한다. 

 

 


스케치 또는 세밀한 작업을 할 때 사용하는 테이블. 유리와 옻칠을 결합하는 데에도 관심이 많아 다양한 안료와 붓들을 구비했다. 

 

 


1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양유완 작가. 토치의 뜨거운 불에 양 볼이 금세 달아올랐다. 2,3 그녀가 만든 화병과 유리 돔, 조명 등 다양한 오브제. 4 그녀의 또 다른 손이 되어주는 장비들. 5 편한 작업복 외에 여분의 옷을 가져다 두곤 한다.

 

자기 키만 한 파이프를 가마에 넣었다 빼더니 입으로 ‘훅’ 불어 유리에 공기를 넣고 빙빙 돌렸다. 국내에서 드물게 블로잉 기법으로 유리공예를 하는 양유완 작가는 예쁘장한 인상처럼 작업도 다소곳하게 할 거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노련한 봉술가 같은 모습일 줄은 몰랐다. 뜨거운 가마 열기와 무거운 파이프 무게로 이마에는 땀이 흥건했지만 뜨거울 때 재빨리 성형해야 하는 유리의 특성상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유리만큼이나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저는 정형화된게 싫었어요. 유리공예 중에서도 특히 즉흥적인 블로잉 기법이 제 성향에 잘 맞더라고요.” 호주 멜버른에서 오랫동안 유학한 그녀는 본래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는데, 불고 늘이고 잡아당기는 대로 자유자재로 즉각 변하는 유리의 매력에 빠져 유리공예로 전향했다. 귀국해 ‘모모와니 Momowani’라는 이름의 스튜디오를 연 지 4년 되었지만 독립적으로 작업실을 얻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 욕심을 냈다. 

“남양주도 둘러봤는데 좀 삭막한 분위기였어요. 공장 같은 느낌은 피하고 싶었거든요. 헤이리 예술마을은 다른 작가들도 많아서 작업하기에 훨씬 안정된 느낌이었죠. 일만 하기보다 놀고 쉴 수 있는 공간이라면 작업도 훨씬 즐겁게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이곳으로 오게 되었어요.” 그녀의 작업실은 테라스가 있는 2층이다. 실제로 올여름, 테라스에 간이 수영장을 마련하고 물놀이를 하면서 더위와 싸웠다. 작업실은 활짝 열리는 접이식 문이 달려 있어 유리를 다루면서 마주하는 열기를 환기시키기에도 제격이었다. 하지만 장소가 흡족했던 만큼 마음에 드는 장비들을 갖추기까지 꽤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나라가 유리 생산지가 아닌지라 재료 구하기가 어려운데, 무엇보다 장비를 마련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던 것. 미국에서 수입하거나 직접 주문 제작을 해야 해서 제대로 갖추기까지 6개월이 걸렸지만 그 덕에 웬만한 유리 작업은 모두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양유완 작가는 아티스트 프루프 숍, 갤러리 보고재, 삼청동 크래프트 온 더 힐, 창원의 원 갤러리 등 6~7군데 정도 납품을 하고 있어 작업량이 꾸준하다. 주문 받은 물건을 만들다가 지루하다고 느껴질 때는 손이 가는 대로 이것저것 만들어보곤 한다. 유리컵에 돌을 끼운다든지 옻칠을 하는 등 다른 소재와 결합한 아이템은 모두 그녀의 즉흥적인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제가 만든 그릇은 삐뚤빼뚤하고 투박하지만 제 눈에는 이런 게 더 예뻐 보여요. 만들다 약간 모양이 달라져도 나름대로 멋이 있죠.” 그녀는 이곳에 많은 사람을 초대하고 자신이 만든 접시와 컵, 물병을 마음껏 사용한다. 유리로 만든 물건은 깨지기 쉬워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고, 특히 작가가 만든 물건은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녀는 지인들이 즐겁게 물건을 쓰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참 뿌듯하다. 공예가로 사는 보람이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차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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