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추억, 어느 순간 받았던 강렬한 인상, 늘 그리워하는 요소를 담은 곳이 집이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렇기 때문에 방은하 김필섭 씨 부부는 집을 정말 좋아한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베란다에 만든 긴 좌식 공간. 창문으로 보이는 산을 벗 삼아 누구든 편하게 걸터앉아 쉴 수 있다. 벽에 기댄 작품은 남천 송수남 작가의 ‘무제’.

서로 취향이 잘 맞는 방은하 · 김필섭 씨 부부.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 부부는 집을 레노베이션한 뒤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고 전했다.
“저는 우리 집이 너무 좋아요!”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하지만 방은하·김필섭 씨 부부는 집을 좋아한다고 몇 번이나 힘주어 말했다. 이 집은 지극히 평범한 브랜드 아파트다. 유독 취향이 잘 맞는 이들 부부는 살던 집을 레노베이션해줄 누군가를 찾았다. “스크랩해둔 집이 거의 다 스튜디오 오브릭의 설계란 걸 알고 남혜영 소장님께 장문의 메일을 보냈죠. 아주 세세하고 집요하게요(웃음).” 이들 부부가 바란 집은 그리운 것들을 간직한 공간이었다. 할머니의 찬장, 툇마루, 반투명 유리문, 오래된 그릇과 가구, 나무 소재, 풀과 꽃 같은 자연 등 어린 시절부터 경험하고 추억으로 간직해온 요소를 담은 집 말이다.

널찍하게 만든 현관 입구와 중문. 벽에는 김원숙 작가의 작품을 걸었다.

거실에서 바라본 현관 쪽 공간. 방은하 씨는 작품에 관심이 많아 그동안 구입한 작품으로 집 안 곳곳을 연출했다. 정면의 작품은 김선두 작가의 작품.
스튜디오 오브릭은 부부의 간절한 마음을 집 안 곳곳에 담아냈다. 이 집의 백미는 집 안의 중심 공간인데, 방 두 개와 거실을 하나로 넓게 텄고, 대신 손님이 왔을 때를 대비해 슬라이딩 문을 달았다. 끝에 서서 바라보면 옛날 궁에서나 볼 법한 겹겹의 방처럼 멋스러운 레이어링을 보여준다. 놀라운 공간은 또 있다. 반신욕을 즐기는 부부는 바로 앞에 사람이 다니지 않는 산이 있다는 장점을 살려 베란다에 반신욕을 할 수 있는 히노키 탕을 만들었고 베란다에 만든 툇마루 같은 긴 좌식 공간은 앞에 보이는 산을 벗 삼아 편하게 앉을 수 있다. 방은하 씨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든 풍경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앉게 된다며 흐뭇하게 말했다. 음악을 아주 좋아하는 부부를 위한 거실의 오디오 시스템, 주방에 놓인 오래된 고가구, 얇은 나무 살을 특징으로 만든 문 등이 차분하되 무겁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리 집을 어떤 장르나 트렌드로 지칭하긴 아쉬워요. 여기에는 ‘오래된 마음’이 있거든요. 이미 오래전부터 마음속에서 살고 있었던 집이지요.” 그리운 것을 모두 담고 있는 집이라니! 이들 부부는 진정한 행운을 거머쥐었다.

거실과 방 두 개를 터서 만든 공간. 사이드보드 장 위의 작품은 최영욱 작가의 작품. 멀리 보이는 벽에 건 작품은 이건용 작가의 작품. 조명은 클라우스 본더루프의 ‘브라스 펜던트’다. 서재에 설치한 로얄시스템 월 유닛과 정면의 닐스 묄러 체어는 스웨덴하우스에서 구입한 것.

주문 제작한 수납장을 둔 주방.

슬라이딩 문이 있어 손님이 왔을 때 프라이빗한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중간 높이에 창문을 만든 서재. 바깥의 산과 베란다의 나무가 어우러져 단독주택 같은 느낌을 준다. 조명은 아르떼미데의 ‘알파’, 로즈우드 소재의 사이드보드 장은 비투프로젝트에서 구입한 것으로 무더운 여름날 정성스러운 배송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주방에는 주문 제작한 가구와 오래된 고가구를 매치했다. 벽에 건 푸른색 작품은 김환기 작가의 작품.

침실과 연결되는 베란다에 히노키 탕을 만들어 반신욕을 즐긴다는 부부. 멋스러운 형태의 식물을 풍성하게 두어 야외에서 반신욕을 하는 기분을 즐길 수 있다.

베란다에 있는 히노키탕

화려한 디테일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유리의 무늬나 색감이 마음에 들어 구입한 앤티크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