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의 미학과 왕가위의 시선이 만나는 지점. 예술과 미식, 브랜드의 헤리티지가 교차하는
미 샹 프라다 롱 자이는 다이닝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다.

2층 레스토랑 미 샹의 중심에 위치한 룸 ‘더 카페’.
왕가위 감독의 수많은 작품에서 공간은 조명과 색감, 굴곡진 복도를 통해 감정을 머무르게 하는 유기적 장치로 작용했다. 주인공들은 그 배경 속에서 갈등과 오해의 실타래를 얽어 안은 채 고독 속을 헤매기도 하고, 때론 아슬한 감정의 줄타기를 하며 눈앞에 놓인 선택지 사이를 고민하기도 한다. 이런 왕가위 감독의 세계가 스크린을 넘어 현실 공간으로 확장했다. 프라다가 아시아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독립형 파인다이닝 공간 ‘미 샹 프라다 롱 자이 Mi Shang Prada Rong Zhai’가 그 주인공이다. 이 건물은 1918년 지어진 상하이의 역사적인 주택을 프라다가 복원해 2017년 다시 문을 연 예술 공간인데, 레스토랑 미 샹이 건물의 2층에 위치한다. 프라다와 왕가위 감독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 레스토랑은밀라노와 베이징, 두 도시 간의 강렬한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며 예술, 역사, 문화와 미식을 아우르는 정교한 대화를 이끄는 올데이 다이닝 공간으로 자리한다. 공간의 키워드는 ‘테트-베슈Tête-bêche’다. 두 개의 우표가 반대로, 거꾸로, 그리고 나란히 배치되는 우취 개념에서 영감을 받았다. 밀라노와 상하이, 서양과 동양, 과거와 현재가 같은 틀 안에서 엇갈리고 겹치는 구성과 비슷하다. 왕가위 감독의 미장센을 통해 입체화된 이 병치 개념은 프라다의 아트 컬렉션에서 엄선한 작품들과 중국 고가구로 정교화된다. 공간의 핵심 중 하나는 100년 전통의 아트 브랜드 도운쉬안 Duo Yun Xuan과 협업한 상하이 스타일의 목판화 시리즈 <라이징 클라우드, 블루밍 플라워 Rising Clouds, Blooming Flowers> 전시다. 왕가위가 연출한 TV 시리즈 ‘번화 Blossoms Shanghai’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인데, 각기 다른 색을 띠는 구름에서 이름을 착안한 5개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시리즈 중 일부인 <라이징 클라우드, 블루밍 플라워-블레싱 클라우드>는 프라다 그룹의 영구 소장품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2017년 복원된 미 샹 프라다 롱 자이 건물의 외관.

왕가위 감독의 작품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다이닝룸 내부.

‘더 페이스트리’ 숍에서는 수준 높은 디저트들을 경험할 수 있다.

정원과 테라스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더 스터디’.

무라노 글라스와 이탈리아 디자인, 중국 장인의 손길이 담긴 소장품을 전시한 ‘더 라이브러리’.

2층에 자리한 카페와 레스토랑은 늦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올데이 카페 서비스와 함께 고급 다이닝 경험을 선사한다.

바깥 날씨를 즐기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더 테라스’.

100년 전통의 아트 브랜드 도운쉬안과 협업한 작품 <라이징 클라우드, 블루밍 플라워>.
다이닝 메뉴는 레스토랑 토레 Ristorante Torre 총괄셰프인 로렌조 룬기 Lorenzo Lunghi가 이끈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감베로 로소 Ristorante Gambero Rosso와 사튀른 Saturne 등을 거친 그는 이탈리아와 중국의 전통 요리를 창의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미식의 균형을 제시한다. 고전적인 이탈리아 라비올리에 정교하게 페어링된 고급 중국 요리부터 비텔로 토나토, 시트러스 오리 가슴살 등 모든 요리는 창의적으로 융합되어 역동적인 맛의 조화를 자랑한다. 디저트 셀렉션은 2018년부터 프라다 그룹 산하 브랜드 ‘마르케시 1824’의 크리에이티브 페이스트리 디렉터를 맡고 있는 디에고 크로사라 Diego Crosara의 작품. 이탈리아 국가요리 팀의 월드 챔피언 페이스트리 셰프 경력이 있는 그는 카사타, 레몬 딜라이트, 티라미수 등 이탈리아의 클래식한 페이스트리 디저트를 예술적으로 재해석해 수준 높은 구성을 완성해냈다. 프라다와 왕가위가 설계한 서사는 5개 룸을 연결하며 리듬처럼 이어진다. 2층 레스토랑 미 샹의 중심에 위치한 룸 ‘더 카페’는 1910~30년대 상하이의 사교장을 모티프로 삼아 정교한 스크롤 장식으로 꾸며졌다. 롱 자이 건물의 복원 작업을 했던 목재 장인들이 제작한 우아한 바 카운터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더 카페’ 내부에 위치한 ‘더 스터디’는 정원과 테라스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데, 큐레이션된 가구들과 희귀 소장품이 자리한다. 그 너머에 위치한 ‘더 테라스’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여성들을 맞이하던 상하이 최초의 야외 라운지 ‘아카디아 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이다. 남쪽 오른편 윙에 위치한 ‘더 라이브러리’는 무라노 글라스와 이탈리아 디자인, 중국 장인의 손길이 담긴 소장품이 전시된, 상하이와 밀라노의 문화적 영향을 한데 모은 곳이자 <라이징 클라우드, 블루밍 플라워> 시리즈가 전시된 곳이다. 미식을 위해 마련된 ‘더 다이닝룸’에서는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를 모티프로 한 공간과 어우러진 프라다의 세련된 미학을 만날 수 있다. 3층 ‘디 아파트먼트’는 엄선된 제품 셀렉션으로 프라다의 헤리티지와 장인정신을 조명하는 구성된 독립 공간으로서, 프라다의 세계를 더욱 확장시킨다. 미 샹에서 즐기는 식사는 하나의 시퀀스가 되고, 공간은 경험과 감정이 상호 작용하는 프레임이 된다. 도시의 중심에서 만난 프라다의 미학과 왕가위의 감성이 겹쳐낸 섬세한 장면이자, 오늘날 가장 우아한 방식의 교감이 되어 새로운 미식의 장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ADD No. 186, North Shaanxi Road, Jing’an District, Shangh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