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로티 & 라디체 대표 실비아 갈로티의 집, ‘까사 미아’가 밀란 디자인 위크 기간에 조용히 문을 열었다.
오래된 저택을 거닐다보면, 그녀의 삶과 브랜드 철학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집 안의 모든 가구는 갈로티 & 라디체 Gallotti & Radice 제품이다. 커다란 오드리 Audrey 소파, 그 뒤로 보이는 브레라 Brera 책장이 공간에 깊이감을 더한다.

거실 중심에 자리한 볼레 Bolle 샹들리에, 그 아래에는 클레모 Clemo, 모네테 Monete, 하우메아 Haumea 테이블과 오드리 소파, 그리고 에트로 홈 Etro Home 담요가 어우러져 있다.
밀란 디자인 위크 기간에 단 몇 사람만을 위해 프라이빗하게 꾸민 한 집에 초대를 받았다. 초록빛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마젠타 지역의 고요한 거리, 묵직한 목재 문을 열고 들어서자 문득 낯선 집에서 나를 반겨주는 친구처럼 다정한 공기가 감돌았다. 갈로티 &라디체의 대표 실비아 갈로티가 밀라노에 머물 때 찾는 이 집은, 그녀가 직접 ‘까사 미아’라고 이름 붙인 아주 개인적인 공간이다. 갈로티&라디체는 1955년 시작된 이탈리아 럭셔리 가구 브랜드로서, 장인정신과 현대적 감각이 공존하는 디자인을 선보여왔다. 정제된 형태, 우아한 마감, 소재에 대한 집요한 탐구로 알려진 브랜드는 최근 몇 년 사이 감각적인 리빙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며 다양한 아트 프로젝트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실비아 갈로티는 가족의 이름을 딴 이 브랜드를 이끌며, 일과 삶의 유연한 경계를 통해 브랜드 철학을 좀 더 입체적으로 보여 주고자 했다. “디자인은 스타일을 보여주는 일이지만, 스타일은 태도에서 비롯돼요. 섬세하고 부드러운, 예의 있는 태도요.” 실비아의 말처럼 이 집은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으면서도 긴장감이 전혀 없다. 이탈리아 럭셔리 가구 브랜드 대표가 운영하는 집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모두 담기지 않는 감각이 있다. 마치 쇼룸과 집 사이 어딘가, 혹은 삶과 일이 자연스럽게 겹치는 접점처럼. 그녀는 이 집에서 고객과 친구, 디자이너, 협력자들을 초대해 함께 식사하고 대화를 나누며 브랜드 철학을 ‘살아 있는 방식’으로 전하고 있다.

현관에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스타미 라운지 체어.

다이넬리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캐비닛 스트레사 미러 Stresa Mirror가 반겨주는 현관.

대형 마앗 Maat 테이블을 둔 다이닝 공간. 구조적인 미감이 돋보이는 다이닝 의자는 0414.
인테리어는 다이넬리 스튜디오가 맡았다. ‘보존’을 기본 원칙으로 삼아 과감한 구조 변경 없이 기존 골조를 존중하며 브랜드 가구가 어우러지는 방식을 택했다. “1920년대 지어진 이 공간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싶었어요. 원목 마루와 대리석 바닥, 천장 몰딩, 우드 도어 등 본연의 디테일을 최대한 보존했죠. 이곳에서 전형적인 ‘밀라네제’의 집을 경험하고 만날 수 있어요.” 묵직한 나무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서면 원형 구와 거울이 결합된 조각적인 캐비닛이 반겨준다. 안쪽으로 이어지는 긴 복도는 작은 갤러리처럼 꾸며졌고, 다양한 작품과 청동 조명, 미묘한 색조의 페인트가 공간 전체에 깊이를 더한다. 거실에는 볼레 샹들리에를 중심으로 오드리 소파와 푸프, 낮은 테이블이 포근함을 준다. 맞춤형 브레라 책장은 유리와 금속의 조합으로 독특한 느낌을 주며, 벽면에는 브아즈리를 더해 고전적인 깊이를 살렸다. 대형 다이닝 테이블이 놓인 식사 공간은 회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슬라이딩 커튼 뒤 인터랙티브 보드가 숨어 있어 하루 리듬에 따라 기능이 바뀐다. 가장 깊숙이 위치한 침실은 개인적인 취향이 담긴 곳이다. 어둡고 안정적인 색조, 맞춤 침대와 커피 테이블, 라디에이터를 감싸는 황동 프레임, 욕실 입구와 연결된 숨은 문까지. 디자이너의 감각과 거주자의 습관이 어긋남 없이 배치되어 있다.
가구만큼 인상적인 것은 현대미술 작품이다. 오피치네 사피 재단과 협업해서 큐레이션된 작품들이 공간에 섬세한 긴장을 더한다. 스위스 작가 시몬 베르거, 우루과이 작가 니콜라스 데니노 등 재료의 감각을 섬세하게 다루는 작가들의 작품이 브랜드의 소재 감성과 맞물려 깊은 인상을 남긴다. 까사 미아는 제품을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다. 무언가를 전시하려는 의도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물건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 식탁에 둘러앉아 이야기 나누고 싶은 환대의 감각이 공간 전체에 스며 있다. 실비아 갈로티는 말한다. “아무것도 과장되지 않기 바랐어요. 진짜 우아함은 그렇게, 아주 담백하게 드러나는 법이니까요.”

비노바 Binova와 협업해 만든 주방. 가전은 LG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벽면 작품은 니콜라스 데니노 Nicolas Denino.

침실로 가는 복도 정면에는 황동 마감으로 깊이감을 주었다. 아래 세워둔 초상화는 작가 다비데 로마노 Davide Romanò가 그린 실비아 갈로티의 초상화.

깨진 유리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시몬 베르거의 작품.

맞춤 제작한 브리지형 옷장이 마치 액자처럼 보인다. 창 앞의 데스크는 스튜디오페페의 스타미 Stami, 데이베드는 다이넬리 스튜디오의 릴라스 Lilas.

어두운 컬러감이 편안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내는 침실. 침대는 다이넬리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릴라스 베드 Lilas Bed. 침대 옆 커피 테이블은 하우메아. 암체어는 스타미 라운지. 가구는 모두 갈로티 & 라디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