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칭적인 구조와 절제된 미감, 그 위에 얹은 경쾌한 스트라이프와 여유로운 여름의 무드.
고전적인 그리스 리바이벌 양식으로 리노베이션한 셰인먼 가족의 집.

넓은 화이트 패널과 대칭적인 구조로 지은, 클래식한 미감의 집. 그리스 리바이벌 양식의 건축 외관은 처음 집을 지은 1990년대 말 모습을 거의 유지했다.

화이트와 블루, 빈티지 가구와 예술 작품이 한데 어우러진 거실. 소파는 제이슨 밀러 디자인으로 더 퓨처 퍼펙트 제품. 커피 테이블은 맞춤 제작한 것.

정원에 나란히 선 딸 알렉시아 셰인먼과 아버지 앤드류 셰인먼.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집을 다시 설계하는 일은 단순한 리노베이션이 아니다. 기억을 되짚고, 잊고 있던 감정과 마주하며, 무엇을 남기고 덜어낼지 결정해야 하는 섬세한 과정이다. 셸터 아일랜드에 있는 이 집은 셰인먼 가족에게 그런 시간의 결정체다. 이 섬과의 인연은 19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욕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 펨브룩 & 아이브스 Pembrooke & Ives를 설립하기 전, 앤드류 셰인먼은 그의 아내와 처음 이 섬을 찾았다. 숨겨진 보석처럼 여겨진 이곳에서 두 사람은 주말을 보내며 자연을 만끽했고, 결혼식도 이곳에서 치렀다. 그러고 나서 1999년에 숲길 끝 조용한 대지를 발견하면서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는다. 당시에는 평범한 목조 랜치하우스가 있었지만, 셰인먼은 수영장을 먼저 조성한 뒤 고전적인 그리스 리바이벌 양식(18세기 말~19세기 초 유행한 고대 그리스 건축을 모티프로 한 건축 양식)에서 영감을 받아 주택을 새로 지었다. 건축 경험이 없는 지역의 배 제작자에게 시공을 맡기고, 설계는 부부가 직접 도맡았다. 그러다 몇 년 전, 다락방의 파이프가 터져 집 전체가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예기치 못한 사고는 3년에 걸친 리노베이션으로 이어졌고, 작업은 복구를 넘어 이 집을 처음 지었을 때의 아쉬움을 되짚고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딸 알렉시아 셰인먼과 함께한 프로젝트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펨브룩 & 아이브스의 최고 전략 및 브랜드 책임자로서, 현재 아테네에 거주 중인 알렉시아는 부녀가 함께한 이번 작업이 자연스럽고 특별한 협업이었다고 말한다. “오히려 자신의 집을 디자인하는 일이 클라이언트 프로젝트보다 더 어렵다고 느꼈어요. 결정할 것이 너무 많거든요!”

브릭 타일과 녹색 대리석, 템버보드 원목으로 맞춤 제작한 주방 아일랜드와 캐비닛.

유쾌한 색감의 커피 테이블은 션 거슬리 Sean Gerstley.

다이닝 테이블 위에 오리 오브제를 두어 유머를 더했다. 의자는 허먼 밀러, 천장의 ‘인비저블 샹들리에 Invisible Chandelier’는 캐스터.
이번 리노베이션은 그동안 쌓은 경험과 변화된 미감을 반영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렇게 완성된 주택은 약 330㎡ 규모로 침실 다섯 개와 욕실 다섯 개 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심 복도를 따라 방들이 대칭적으로 배치된 구조는 고전적인 그리스 리바이벌 건축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 각각의 방은 철도처럼 길게 연결되어 있어 하나의 큰 공간처럼 느껴지고, 거실과 다이닝 룸, 패밀리 룸은 오픈 플랜으로 설계되어 슬라이딩 포켓 도어로 필요시 분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리노베이션의 핵심은 구조와 마감재의 개선이었다. 기존 대칭성과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기능성과 분위기를 조율하는 데 집중했다. 알렉시아는 기존 욕실을 공유하던 침실 구조를 독립형 욕실로 바꾸고, 홈 오피스와 운동 공간을 새롭게 더했다. 문 높이를 높여 더 많은 자연광이 들어올 수 있게 하고, 집의 방향 역시 정원 뒤로 흐르는 하천을 향하게 조정해 탁 트인 조망을 완성했다. 소재 외에 디테일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앤드류는 와이드 플랭크 원목 바닥재, 하이글로시 페인트 마감, 주방과 욕실에 들어간 고급 석재 등 집의 질감을 업그레이드했다. 이러한 재료의 선택은 공간의 깊이와 대비를 살리고, 전체적인 품격을 높여준다. 조경 역시 새롭게 단장되어, 집과 자연이 더욱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했 다. 가족이 가장 애정을 쏟은 공간은 주방과 거실이다. 주방은 클래식한 미감을 유지하되, 개방형 선반과 같은 실용적인 요소를 더해 현대적인 감각을 살렸다. 거실은 구조 자체를 유지하면서도 가구와 오브제를 좀 더 과감하고 다채롭게 구성했다. 고전적인 외관과 대비되는 조각적인 현대 가구는 시각적 긴장감을 더하고, 수집한 예술품과 함께 공간의 내러티브를 완성한다. 계단 난간과 커피 테이블 같은 일부 요소는 지역 장인에게 의뢰해 특별 제작해 조형적이고 예술적인 디테일을 더했다.

아트숍 같은 서재. 블루 그러데이션이 돋보이는 유리 테이블은 데이비드 길 갤러리 제품. 다리는 나무처럼 보이지만 청동으로 만들어졌다.

이 집을 위해 특별 제작한 침대와 알루미늄 테이블. 테이블 위 나무 흉상은 빈티지 제품. 벽에 걸린 예술 작품은 데릭 애덤스

데이비드 보위의 사진을 크게 걸어둔 욕실.

가족의 사진이 벽면 가득 걸려 있는 복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에 대해 알렉시아는 “집의 전체적인 구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했을 때”라는 의외의 답을 전했다. “단순히 새로운 공간을 짓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역사가 깃든 공간을 보존하는 작업이라는 인식이 들었거든요. 그 후로 이어진 모든 결정들이 과거와 현재 사이의 대화처럼 느껴졌습니다.” 수십 년간 가족과 함께한 이 집은 단순한 여름 별장이 아니라 사계절 내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늘 그래왔듯이, 의미 있는 대화와 식사가 이루어지는 공간이길 바랍니다. 따뜻하고 여유롭고 자연과 맞닿아 있는 집, 그것이 우리가 이 집을 지으며 바라던 모든 것입니다.”

이번 리노베이션에서 구조 변경을 통해 새롭게 만든 오피스 공간. 빈티지 게임 테이블을 책상으로 배치했다. 의자는 스텔라 웍스. 선반은 비초에.

그린 컬러의 게스트 침실. 광택이 있는 래커 칠 마감으로 자연의 빛을 더욱 극대화한다.

새하얀 카라라 대리석과 브릭 타일이 우아하게 어우러진 게스트 욕실.

이 집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수영장. 물 위에서 정원과 하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