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흔적을 감추는 시대, 라이프 더 화원의 김선경 대표는 오히려 삶을 드러낸다.
색과 무늬, 감각으로 채운 이곳은 형형색색의 리듬이 흐른다.

거실 한쪽을 존재감 있게 자리하고 있는 빈티지 장. 그 안에는 오랜 시간 그녀가 컬렉팅해온 빈티지 오브제들이 가득하다.

리사 코르티의 화려한 패턴이 돋보이는 거실. 벽에 걸린 사진 작품은 김선경 대표의 남편이자 포토그래퍼 최현준 작가의 작품.
마당을 지나 현관문 앞에 다다르면, 가장 먼저 색이 말을 건다. 밝은 초록 벽면이 비치는 문을 열고 들어서면 우드 소재 주방과 다채로운 색채가 뒤섞인 공간이 맞이한다. 익숙한 질서 대신, 우아하게 흩어진 감각이 돋보인다. 알록달록한 패브릭, 빛 바랜 앤티크, 선명한 벽지, 패치워크 전등갓이 한데 어우러져 혼란스럽지만 아름답기도 하다. 이곳은 패브릭 셀렉트 숍 ‘라이프 더 화원’의 쇼룸으로, 김선경 대표가 사는 방식이자 보여주는 방식, 그리고 제안하는 방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공간이다. “요즘은 다 숨기잖아요. 키친도 벽장처럼 닫아두고, 생활이 드러나는 걸 피하잖아요. 근데 저는 그게 너무 불편해요. 냄비도 나오고, 싱크대도 보이고, 조리대도 노출되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공간을 짓고 고치는 데 있어 그녀는 수월한 선택보다 불편함을 택한다. 기성 제품의 편리를 거부하고, 무늬와 색이 주는 에너지를 좇으며, 식탁 위에는 유리 대신 패브릭을 올린다.

김선경 대표가 애정하는 독일 비즈 작가 잉게 케른의 주얼리. 액세서리를 넘어 조형적인 형태와 색감이 예사롭지 않다.

케냐에서 온 패브릭을 전등 갓으로 활용한 조명, 대나무를 엮어 만든 침대는 랄프 로렌 빈티지.

다양한 빈티지 사진 작품을 진열해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리사 코르티의 다이닝 테이블 보와 케냐에서 산 패브릭으로 만든 전등 갓, 빈티지 가구가 돋보이는 다이닝
30여 년간 패션 VMD와 광고, 홍보 대행사 대표로 일했던 그녀는 “직원 없는 삶을 살고 싶었다”며 코로나19 시기에 예천으로 향했다. 그 이후로 이곳 광주에 자리한 라이프 더 화원을 피워냈다. “여기는 이제 한 3개월 정도 되었네요. 저는 컬러를 너무 좋아해요. 특히 리사 코르티의 패브릭을 처음 봤을 때는 미친 거죠. 그 강렬함이 한국의 색동저고리 같기도 하고, 우리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주던 사탕색 이불 같기도 했어요.” 취향의 방향이 명확해지자 브랜드가 따라왔다. 이탈리아 패브릭 브랜드 리사 코르티, 영국의 아베니다 홈, 핸드프린팅 스튜디오 멜리사 화이트, 아프리카에서 온 패브릭까지. 선택의 기준은 오직 감각과 공감이었다.

공간 곳곳 저마다의 이야기를 건네는 오브제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통통 튀는 컬러만큼이나 활력 넘치는 라이프 더 화원의 김선경 대표.

색감과 일러스트가 인상적인 리사 코르티의 패브릭과 어우러지는 앤트로폴로지 그릇.
광주 쇼룸은 마당이 딸린 2층 단독주택을 개조해 만든 공간이다. 1층에는 실제 생활 공간처럼 꾸민 거실과 주방, 다이닝 공간이 자리한다. 리사 코르티의 테이블보와 식기, 아프리카산 패브릭, 독일의 비즈 주얼리 작가 잉게 케른의 액세서리를 비롯해 다양한 침구와 쿠션이 생활 장면 속에 스며든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길목에는 포토그래퍼인 남편 최현준 작가의 작품과 그녀가 수집한 빈티지 사진이 걸려 있고, 2층에는 리사 코르티의 침구로 스타일링한 침실과 그녀가 실제 머무는 방이 나란히 이어진다. 욕실과 벽면에는 현재 독점 수입 중인 멜리사 화이트의 벽지가 공간의 톤을 이끈다. “벽지는 방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요. 그 안에 컬러가 있으면 일상도 다르게 느껴져요. 저는 우리 고객들에게 꼭 집 안에 색을 놓아보라고 말씀드려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달라지거든요.” 이곳은 결국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라기보다, 색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시선이 구현된 작은 세계 같았다. 그렇게 놓인 물건 하나하나가 삶의 기호이자 제안인 것이다. “저는 그냥 제안할 뿐이에요. 이 패브릭을 커튼으로 쓰든 매트로 쓰든, 완성은 쓰는 사람의 몫이죠.”

영국 핸드페인팅 작가 멜리사 화이트의 섬세한 벽지와 빈티지 침대가 멋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실제 손님이 방문했을 때 공간별 연출 팁을 전수해줄 수 있도록 마련한 생활감이 묻어난 공간.

라이프 더 화원 광주 쇼룸의 마당에 연출한 아웃도어 다이닝 공간. 화려한 패턴의 패브릭과 여름 햇살이 만나 싱그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