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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서다 이태영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함께한 에디터의 리모델링 도전기.

새집에 들어가거나 오래된 집이 낡아 보일 때 누구나 한 번쯤은 리모델링을 꿈꾼다. 그러나 막상 공사를 앞에 두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 정보는 넘치고 예산은 한정돼 있으니, 잡지 속 멋진 집을 따라 하고 싶다가도 눈앞이 캄캄해진다. 나 역시 그랬다. 결국 선택한 것은 전문가와의 ‘인테리어 컨설팅’. 생각보다 훨씬 본질적이고 실질적인 답이 거기서 시작되었다.

디자인서다 홍희수 대표의 집.

도면보다 중요한 것

새집으로 이사를 계획하며 리모델링을 고민하게 된 건 지극히 개인적인 사연에서 비롯됐다. 남편은 퇴근 후 거실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낮에는 아내가 아이와 함께한다. 세 달에 한 번 친정 부모님이 머무르기도 한다. 그러니 집은 단순히 예쁘게 꾸미는 대상이 아니라 생활의 동선과 시간을 담아낼 구조여야 했다.

결국 도면은 접어두고 다시 시작했다. ‘서재 같은 거실’이란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어른들이 불편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과감히 포기. 대신 넓은 안방을 나눠 드레스룸을 만들고, 원래 드레스룸 자리는 서재로 돌렸다. 층고가 낮은 거실은 천장을 트기로 하고 한쪽엔 소파를 들여 저녁마다 소설책을 읽을 상상을 더했다. 아이는 아직 어려 부모 침실에서 함께 자야 하지만, 마주 보는 방을 아이방으로 지정해 두었다. 부모님이 머물 수 있는 게스트룸도 따로 확보했다. 결국 공간 확장과 개조 공사가 필요한 일, 초보자가 쉽게 접근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무엇을 허물 수 있고, 어디까지 손댈 수 있는지, 또 어디에 예산을 집중해야 하는지, 인테리어 전문가 디자인서다 이태영 팀장에게 물었다.

ⓒmaisonkorea

허물 수 있는 벽, 건드리면 안 되는 벽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건 “벽을 어디까지 허물 수 있느냐”일 것이다. 이태영 팀장의 답은 간단했다. 내력벽은 불가, 비내력벽과 조적벽은 가능하다. 천장도 마찬가지다. 구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층고를 높일 수 있다. 다만 노출천장은 먼지와 결로, 단열 문제를 감수해야 한다. ‘노출’의 매력 뒤엔 불가피한 불편이 따라온다는 조언이 인상 깊었다.

욕실, 천장부터 다시 생각하기

욕실 천장 시공은 단순히 높이고 낮추는 문제가 아니라 구조, 환기, 조명, 안전, 관리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작업이다. 슬라브 두께와 배관 위치에 따라 오픈형 시공 가능 여부가 달라지고 습기와 결로를 방지하려면 환풍기의 성능과 위치가 중요하다. 조명을 넣을 때는 반드시 방수 기능을 갖춘 매입등이나 코브 조명을 선택해야 하며 안정기도 방수형으로 사용해야 안전하다. 또한 미니멀한 욕실을 원한다면 간접 조명과 매립형 콘센트, 벽과 일체감을 이루는 붙박이장을 활용해 청결함과 편리함을 동시에 챙기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매일 물기와 습기를 견뎌야 하는 공간인 만큼, 나중에 유지 관리가 가능하도록 점검구를 마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취향을 담는 작은 방, 서재

노출 천장의 작은 방을 서재로 꾸밀 땐 제작 가구를 활용해 수평과 수직을 맞추는 디테일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공간의 수직과 수평이 완벽히 맞지 않는 아파트 구조에서는 노출된 벽과 바닥 사이에 미세한 틈이 생기거나 마감이 어색해질 수 있다. 반면 제작 가구는 실측을 통해 설계하므로 걸레받이 같은 디테일로 수평을 맞춰 깔끔한 마감을 구현할 수 있고 책상, 수납장 등을 원하는 크기와 배치에 맞게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벽면을 따라 책장을 짜 넣으면 수납이 넉넉해지고 한쪽에는 편안한 소파나 작은 테이블을 더해 아이와 함께 책을 읽거나 혼자 취미 생활을 즐기는 코너를 마련할 수도 있다.

은은하게 빛을 품는 침실 간접조명 박스

노출 천장 일부를 내려 간접조명 박스를 설치하는 방법은 침실이나 거실 분위기를 한층 세련되게 만드는 대표적인 시공 기법이다. 구조적으로는 석고보드나 목재 프레임을 활용해 천장을 일정 부분 낮춘 뒤 조명 기구를 매립하고 그 빛이 박스 안쪽 면을 타고 은은하게 확산되도록 설계한다. 난이도 자체는 높지 않아 하루 정도의 공사로도 가능하지만, 설치 과정에서 전기 배선과 방열 간격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비용은 공사 범위와 마감 재료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비교적 부담이 적은 편이며 그에 비해 얻는 효과는 크다. 직접등보다 눈부심이 줄고 공간의 선이 단정해 보이기 때문에 침실에서는 포근한 휴식감을, 거실에서는 고급스러운 무드를 만들어준다.

이태영 디자이너가 들려준 현장의 경험도 귀에 남았다. 가장 많은 후회는 “그때 그냥 고칠 걸”이라는 말이라고 한다. 공사가 끝난 뒤 다시 손을 대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가장 만족도가 높은 순간은 과감한 컬러 포인트였다. 이를테면 베이지 톤 주방 한쪽 벽을 주황색 타일로 마감하면 집은 단번에 생기를 얻는다. 인테리어의 성패는 결국 작은 용기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