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주거의 틀을 벗어나 패션 쇼룸 같은 공간을 꿈꿨다. 미니멀리즘과 절제된
디테일로 완성된 집 ‘하온재’는 가족의 삶을 위한 가장 감각적인 무대가 된다.

집 같지 않은 집. 브랜드 매장 같기도 하고, 카페를 닮기도 한 풍경이 매일의 일상을 감싼다. 민유나씨가 꿈꾸던 집의 모습이다. 남편과 다섯 살 딸아이, 반려견 잉크와 함께 사는 그녀는 미니멀하고 깔끔한 취향의 소유자다. 결혼 전 영국과 프랑스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그녀는 집 역시 패션 브랜드 쇼룸처럼 감각적인 공간이 되기 바랐다. 여러 상업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디자인 스튜디오 모노와 손을 잡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너무 ‘집’다운 공간은 원하지 않았어요. 전형적인 주거 인테리어보다는 우리 가족의 취향이 담긴 쇼룸 같은 분위기를 원했죠. 높은 층고나 파티션처럼 상업 공간의 디테일을 반영하려 했습니다.” 설계하는 데에만 1년, 시공하는 데 또 1년을 들여 완성한 4층짜리 신축 주택 ‘하온재’. ‘따뜻한 온기와 아늑함이 머무는 곳’이라는 뜻을 담아 가족의 안식처 같은 집을 꿈꿨다. 새하얀 벽과 간결한 가구 배치는 갤러리를 연상케 하지만, 민유나씨는 이 정갈한 미니멀리즘 속에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낀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햇살이 집 안 곳곳을 물들이기 때문이다.


대지는 좁고 길게 뻗어 있었지만, 마을 쉼터와 오래된 나무가 자리한 전면의 열린 풍경 덕분에 여유를 품을 수 있었다. 건축을 맡은 SPOA 건축사사무소는 이러한 조건을 살려 수직적 구조를 강조하고, 나무를 향해 커다란 창을 내어 집 안으로 빛과 풍경을 끌어들였다. 인테리어를 맡은 디자인 스튜디오 모노는 설계 초기부터 함께하며 가구 배치와 창의 위치까지 세심하게 고민했다. 2층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맞이하는 건 탁 트인 층고와 대형 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이다. 이 집의 중심인 다이닝 공간은 3층까지 오픈되어 시간에 따라 빛과 그림자가 달라지는 무대가 된다. 조지 넬슨의 버블 램프를 겹겹이 배치해 갤러리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고, 화이트톤 마감과 절제된 컬러는 차분한 기운을 더한다. 거실과 다이닝 사이에 놓인 파티션은 네모난 창으로 뚫려 있어 공간을 나누면서도 오브제를 전시할 수 있다. 거실에서 이어지는 주방은 4m 길이의 트래버틴 아일랜드와 매립형 가전을 갖춘 고급스러운 공간이다. 별도의 보조 주방을 마련해 생활의 실용성을 놓치지 않았다.





3층은 가족의 사적 공간이다. 넓은 침실과 드레스룸, 독립된 욕실은 편안한 일상을 지원하며, 침실 옆 유리벽 너머로 2층 다이닝 공간까지 시선이 이어진다. 파우더룸에는 트래버틴 세면대와 블루 톤이 어우러져 내추럴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행잉 거울 너머로 보이는 투명한 유리벽은 공간 전체의 개방감을 강조한다. 맨 위층은 남편의 취향을 담았다. 와인과 위스키를 수집하는 그를 위해 작은 홈 바를 마련했고, 이어진 테라스는 가족의 또 다른 거실이 되었다. 아웃도어 가구와 바비큐 그릴이 놓인 곳으로, 가족은 햇살 아래서 커피를 마시거나 저녁이면 불멍을 즐기며 와인을 나눈다. “테라스를 거실처럼 꾸미고 싶었어요. 가족과 함께 소박한 파티를 열거나, 친구들을 초대해 바비큐 파티를 열기도 하죠.” 화려한 장식 대신 절제된 디테일로 채워진 하온재는 일상의 순간을 고요하게 감싸 안는 집이다. “이사 온 뒤 가장 큰 변화는 청소가 즐거워졌다는 거예요. 수납이 충분해 물건을 밖에 꺼내둘 필요가 없으니 집이 늘 깔끔하죠. 아이도 그런 공간이 좋은지 스스로 장난감을 정리하더라고요.” 미니멀리즘 속 여유와 온기로 가득한 이 집은 오늘도 가족의 가장 편안한 배경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