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의 인터컨티넨탈 호텔 안에 자리한 공간이 디자이너의 손끝에서 새로운
집으로 거듭났다. 제한된 규모 속에서 아트 컬렉터의 열정과 디자이너의 세심한
해석이 조화를 이루며 생활과 예술이 공존하는 집.

문을 열면 예상을 뒤엎는 장면이 펼쳐진다. 전형적인 호텔 건물 안에 자리한 이 아파트는 실용적인 거주 공간 그 너머를 보여준다. 프로젝트를맡은로이신라퍼티 Róisín Lafferty는 2010년 더블린에 스튜디오를 설립한 이래, 내러티브와 장인정신을 중심으로 공간을 빚어왔다. “모든 프로젝트는 하나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그것을 장인정신, 재료, 리듬으로공간에옮깁니다. 사람들에게감동을주면서도실용적인 경험을 창조하는 것이 목표죠. 더블린에 새롭게 문을 연 로이신 라퍼티 갤러리에도 이 철학은 그대로 이어집니다.” 로이신 라퍼티는 자신이 이끌고 있는 스튜디오와 최근 문 연 갤러리를 소개했다. 그녀에겐 이번 프로젝트가 그 철학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집의 콘셉트는 케이트 모스와 마릴린 먼로라는 두 뮤즈에서 출발했다. “케이트 모스의 초상화가 전체 톤을 정했고, 절제된 화려함이 팔레트와 마감재 속에 스며들었어요. 마릴린은 또 다른 에너지를 더해 감각적이고매혹적인기운을남겼어요. 두사람에대한큰애정을 가지고있던클라이언트의 로망을 실현한 집이라 할 수 있죠.” 그렇게 라퍼티는 우아함과 관능이라는 상반된 매력의 균형을 잡아가며 압도적인 분위기를 끌어냈다. 거실과 침실 벽에 커다랗게 걸린 케이트 모스의 초상이 그 흐름을 상징한다. 115㎡로 넓은 면적은 아니었지만, 그 제약이 오히려 디자이너의 창의성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었다. 시각적 단순화를 위해 문을 숨기고, 거울로 벽면을 마감했다. 여기에 파리지앵적 감각과 디테일이 어우러져 작지만 여유롭고, 또 개방감을 극대화한 공간을 완성할 수 있었다.




클라이언트는 열정적인 아트 컬렉터였다. 그는 기존 소장품을 새롭게 배치하는 동시에, 전 세계 갤러리에서 작품을 들여와 공간에 맞췄다. 캐나다 예술가 마사 스터디 Martha Sturdy의 매듭 조각, 그리고 각 공간의 중심을 잡는 조형적인 샹들리에는 집의 구조와 분위기를 규정하는 장치였다. 여기에 세심하게 조율된 벽 마감과 색감까지 고심 끝에 선택해 마치 작은 전시장을 보는 듯했다. 또 라뒤레에서 영감을 얻은 주방은 유쾌한 장면을 연출한다. 아일랜드 디자이너 조셉 월시 Joseph Walsh가 제작한 브라스와 코네마라 대리석 테이블은 장인정신의 정수를 담아낸 조형적 오브제로 자리했다. 라퍼티는 “각각의 요소는 독립적으로 아름답지만, 함께 모여 하나의조화로운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료 선택은 이 집의 또 다른 특징이다. 아일랜드 장인이 손으로 조각한 아이보리 오닉스 세면대는 단단한 석재 속에서 유기적 부드러움을 드러내며, 하나의 조각 작품처럼 존재한다. 오크 바닥은 황동과 대리석으로 마감해 절제된 화려함을 더했다. 부드러운 벨벳과 실크 패브릭은 시각적 긴장감을 완화하며 공간을 아늑하게 감싼다. 라퍼티는 작은 규모의 제약속에서도 기능과 미학을 동시에 살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이 집은 클라이언트의 개인적 취향과 아트 컬렉션에 대한 디자이너의 세심한 해석이 어우러져 균형 잡힌 생활 공간으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