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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쇼룸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단순한 진열 공간이 아닌,
‘집의 방식’을 실험하고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최근 오픈한 세 곳의 쇼룸이 제시하는 생활의 미학 속에서, 변화하는 주거의 오늘과 내일을 읽었다.

챕터원의 자체 제작 상품인 커브 모듈 소파와 모던 디자인을 대표하는 미국 디자이너 로스 리텔의 라운지 체어, 이재하 작가의 스틱 라운드 테이블을 중심으로 꾸민 거실.
박세현 작가의 바나나 오브제를 비롯해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스테인리스에 빈티지한 패턴의 우드 패널로 제작한 주방가구로 꾸민 주방.
다채로운 컬러의 린넨 패브릭으로 구현한 침실.
작은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만든 욕실.

생활의 온도를 담은 36평형 집
챕터원 대표 김가언

한남 쇼룸의 리뉴얼 콘셉트 보여지는 집이면서 실제로 사는 집처럼 자연스러운 감각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브랜드나 로고가 드러나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거주 공간의 흐름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구조를 구현하고자 했다. 고객이 브랜드를 보는 것이 아니라, 공간 안에서 물건이 어우러지고 쓰이는 방식을 직관적으로 체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36평형(119㎡)이라는 면적도 이런 이유로 선택했다. 한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주거 형태이기 때문에 거실, 주방, 침실, 서재 등으로 구획을 나누어 실제 집처럼 구성했다. 고객이 서랍을 열어보며 공간을 구경하는 경험을 자연스럽게 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집처럼 구성된 공간이 가져온 변화 기존 매장에서처럼 제품을 나열하면 우리집에서는 어떨지 구상이 잘 되지 않는데, 실제 집 구조 안에 제품과 작품을 녹여놓으니 고객이 훨씬 쉽게 받아들인다. 예전에 판매가 저조했던 아이템이 여기서는 갑자기 판매가 잘 되는 것도 이러한 구조 덕분이라고 본다. 집과 같은 구조가 주는 설득력과 브랜드 표기가 최소화된 연출은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진다.
새롭게 시작한 자체 제작 라인 패브릭은 오래전부터 하고 싶던 분야이지만 공간적 제약으로 시도할 수 없었다. 베딩, 로브, 블랭킷 등의 카테고리는 반드시 침대, 그리고 넓은 연출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 매장에서는 구현이 불가능했다. 첫 단계로 무릎담요, 베개커버, 블랭킷, 로브 등 작은 카테고리부터 선보이며, 디자인이 필요한 부분은 작가와 협업해 풀어갈 계획이다.
확장된 챕터원의 공간 솔루션 요즘은 아일랜드 주방이나 수납장처럼 집 구조에 대한 문의가 유독 많아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집 사진을 본 고객들이 ‘이 아일랜드는 어디서 제작했는가’, ‘이 수납장은 제작 가능한가’ 같은 질문을 꾸준히 하고, 매장에 직접 방문해서 주방과 구조물을 살펴보는 경우도 많다. 그동안 챕터원은 소품과 가구 중심의 편집 스토어였지만, 이번 리뉴얼 이후 고객의 관심이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로 이동하는 흐름을 체감하고 있다. 실제로 집을 직접 지어본 경험과 그 과정에서 얻은 이해가 주방 가구나 시스템 가구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이러한 니즈를 기반으로 향후 설계와 맞춤 제작, 컨설팅을 연결하는 새로운 영역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 시공회사가 되려는 것은 아니지만, 챕터원이 보유한 작가와 제작 네트워크를 활용해 챕터원이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의 솔루션을 만들고자 한다.
작가와의 협업 방향 신진 작가 발굴은 계속 이어가되, 오랜 시간 함께한 작가들은 그동안 쌓은 노하우가 크기 때문에 그 라인을 더 깊고 견고하게 확장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박세현 작가의 바나나 작품이 단일 형태에서 시작해 수십 종으로 확장된 것처럼,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변주를 넓히는 작업이 작가에게도, 챕터원에게도 성장의 기반이 된다.
앞으로의 중장기 계획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첫 번째는 공간 기반 확장으로 페르소나 하우스나 전시형 집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특정 아티스트나 음악가의 라이프스타일을 한남 매장에 구현하는 방식인데, 제품 중심의 기존 챕터원 초이스보다 사람 중심의 공간 기획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두 번째는 기프트, 컬래버레이션, 기업 컨설팅을 강화하고자 한다. 기업 VIP 선물과 브랜드 협업 경험을 기반으로 한국을 방문한 해외 고객이 ‘한국에서 꼭 사가야 하는’ 기프트 라인을 개발하려고 한다. 선물을 사면 챕터원이 떠오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ADD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 91 GF층 INSTAGRAM @chapter1_hannam

다용도와 기능성을 모두 갖춘 스택 스토리지 시스템. 서재에서 활용하기에 제격이다.
뽀얀 크림 컬러의 가죽 모듈 소파.
콤팩트한 가구를 선택해 거실과 다이닝 룸의 경계를 허문 다용도 공간을 연출했다.
현관 앞 작은 공간에서 쓰기 좋은 스택 스토리지 시스템과 알록달록 컬러를 입은 도츠 행거.

감각으로 살아나는 집
무토 CMO 라인 브록만 율 Line Brockmann Juhl

무토가 추구해온 북유럽 감성의 본질 무토 Muuto라는 이름은 핀란드어로 ‘새로운 관점 New Perspectives’을 의미한다. 브랜드가 약 20년 전 설립된 이후 이 철학은 핵심 원칙이 되어왔다. 시대를 대표하는 동시대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유산을 재해석하며, 그 유산은 지속적인 미학, 정직한 장인정신, 그리고 기능성으로 이어지며 이를 오늘의 삶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표현하고자 한다.
서울에 첫 단독 쇼룸을 오픈하게 된 배경 무토의 비전은 스칸디나비안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현대적인 시각을 담은 디자인을 선보이는 데 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조화, 즉 깔끔하고 현대적인 라인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감각을 높이 평가하는 문화를 확인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접근이 한국 고객에게 깊이 공감된다고 믿으며, 서울은 이 활기찬 디자인 커뮤니티와 연결되기에 가장 적합한
도시라고 판단한다.
쇼룸의 핵심 콘셉트 서울 스토어는 무토의 가구, 조명, 액세서리를 엄선해 선보이며, 브랜드가 지닌 혁신과 장인정신, 지속적인 디자인 철학이 조화되는 방식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공간을 설계할 때 빛, 질감, 부드러운 형태, 색감, 천연 소재 같은 요소들이 공간 인식과 감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깊이 고민했다. 이러한 감각적 요소들을 세심하게 설계함으로써, 방문자가 따뜻함과 영감, 인간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공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무토가 정의하는 감각 중심의 디자인 언어 우리가 말하는 ‘올바른 분위기 조성’은 빛, 색감, 소리, 촉감, 향기 등 모든 요소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고민하는 일이다. 우리는 ‘중립적인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주변 환경은 감정과 행동에 깊이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각을 깨우고 존재감과 안녕의 감각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의도적으로 설계하고자 한다. 우리에게 디자인은 단순한 미학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잠시 속도를 늦추고 서로 연결되며, 자신이 머무는 공간을 깊이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의미 있고 살아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무토의 디자인 언어는 의도성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사려 깊은 디테일이 일상의 방식과 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 위에 구축된다.
서울 쇼룸으로 이어지는 감각 우리는 실내 환경에서 자연의 존재를 상기시키는 것이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서울 쇼룸에서도 이러한 감각이 이어진다. 은은한 조명, 따뜻한 색의 조합, 나무와 식물 같은 자연 소재, 그리고 부드럽게 둥근 형태들이 따뜻하고 조화로운 분위기를 만든다. 세심한 요소들이 공간을 자연과 연결시키며 편안함과 안락함을 제공하도록 구성돼 있다.
앞으로 그려가는 다음 단계 2026년은 무토의 20주년으로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보다 미래에 더욱 초점을 두고 있다. 디자인이 주변 환경뿐 아니라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까지 어떻게 형성할 수 있는지 계속 탐구하고자 한다. 덴마크 디자이너 리즈 베스터 Lise Vester가 디자인한 ‘드림 뷰 벤치 Dream View Bench’ 작품은 이러한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일상 속에서 더 깊은 존재감, 연결감, 웰빙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을 지향하며, 앞으로도 오늘과 내일의 삶의 방식을 반영하는, 사려 깊고 인간 중심적인 디자인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ADD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239-4 원더라움 2층 INSTAGRAM @muutodesign

침실, 서재, 드레스룸 등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시스템 000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시크한 블랙 소재로 완성한 다이닝 룸 또는 음악을 즐겨 듣는 이를 위한 공간.
레어로우의 재미있고 실험적인 시도를 엿볼 수 있는 지하 전시 공간.
목재 패널과 스테인리스를 조합해 나만의 커스터마이징 주방을 만들어볼 수 있다.

확장하는 삶을 위한 모듈 디자인
레어로우 대표 양윤선

쇼룸 리뉴얼에서 새롭게 집중한 방향 리뉴얼을 계기로 브랜드 고도화를 진행해 3.0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날것의 ‘구조’, 그리고 특별함이라는 ‘감각’을 중심으로 사용자에 따라 구조가 변화하는 솔루션 기반의 쇼룸을 구현하고자 했다. 그래서 1층은 상업 공간 솔루션, 2층은 주거 공간 솔루션, 3층은 사무 공간 솔루션으로 꾸몄다. 같은 시스템 구조를 기반으로 하지만 전혀 다르게 보이는 솔루션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레어로우가 생각하는 모듈 가구의 장점 모듈 가구의 가장 큰 장점은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평생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거나, 생활 패턴이 바뀌거나, 수납이 필요해지거나, 공간을 넓히고 싶을 때 모듈은 손쉽게 구조를 바꿀 수 있다. 레어로우의 시스템은 선반 추가, 유닛 확장은 물론 이동이 쉽고, 사용자 니즈에 맞춰 기능적 변화를 반복할 수 있다. 또 철제 기반이라 튼튼해 거의 망가지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디자인 과정 철이라는 소재의 구조적 특성이 디자인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3D로만 디자인하는 방식과 다르다. 절곡, 조립 방식, 볼트 디테일까지 모두 디자인 요소가 된다. 최근에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최중호 디자이너를 영입해 디자인 방향성을 함께 논의하며 더욱 정교하게 잡아가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도입 후 달라진 점 가장 큰 변화는 모든 디자인 결정을 혼자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브랜드가 앞으로 어떤 디자인을 해야 하는지’, ‘한국 리빙 디자인이 어디로 가는지’ 등 더 넓은 관점에서 논의할 수 있게 됐다. 최중호 디렉터와 함께 새 제품도 출시하고 있으며, 현재 매장에 놓인 RC 체어와 조명 역시 함께 협업한 결과물이다.
20평형대 주거 스케일을 반영한 구성 2층은 실제 작은 주거 공간을 모델로 삼아 ‘이 시스템이 실제 집에서는 어떻게 보이는가’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거실, 주방, 침실의 스케일을 현실적으로 구현해 작은 평수에서도 구조적 변화와 기능적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
‘룸 시스템’이 가진 구조적 특징과 개발 의도 룸 시스템은 건물 안에 또 하나의 건물이 들어온 구조다. 시스템 구조 전체가 벽체 역할을 하며, 벽을 세우는 동시에 수납과 조명, 전기 기능이 한 번에 해결되는 시스템이다. 한국 아파트는 미리 벽을 다 만들어놓지만, 해외는 필요한 구조만 두고 방은 개인이 세운다. 미래에는 이런 방식이 한국에 도입되리라 보고, 개개인의 생활 패턴에 맞춰 방을 ‘세우는’ 시스템을 제안하고자 했다. 파티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조명, 선반, TV 설치 등이 가능한 수준의 제품은 흔치 않다고 본다.
지하 전시 공간 ‘먼슬리 뮤즈’의 의도 먼슬리 뮤즈는 원래 인스타그램 릴스 전용 콘텐츠였지만, 온라인에만 머무르기 아쉬워 오프라인 전시로 확장한 것이다. 레어로우 제품을 사용하는 뮤즈(디자이너, 아티스트 등)를 섭외해 직접 방문 촬영하며, 사용자에 따라 변화하는 모듈 가구의 활용성을 보여준다.
앞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영역 레어로우는 공간을 완성하는 솔루션 기반 가구를 더욱 구체화해갈 것이다. 최근 모마 MoMA 디자인 스토어 뉴욕, 빔즈 BEAMS 도쿄 등 글로벌 브랜드들과의 협업이 늘어나고 있고, 실제로 모마는 선반 전체를 레어로우 시스템으로 리뉴얼했다. 이 흐름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글로벌 진출에 더욱 집중하고자 한다. 또한 내년 코펜하겐 3daysofdesign 참가를 준비 중이다. 단독 참여보다 국내 다른 브랜드들과 함께 나가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일광전구, 플랫포인트, 스위치 등과 함께 공동 전시를 기획 중이다.
ADD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101-19 INSTAGRAM @rareraw_official

에디터 | 원지은
PHOTOGRAPHER | 모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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