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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적인 파스텔 톤과 이탤리언 대리석이 어우러진 뉴욕 타운하우스. 그렉 나탈리가 완성한 예술과 생활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하나의 풍경.

부드러운 핑크색과 곡선 가구가 어우러진 거실. 펜던트 조명은 크리주가 제작한 핸드메이드 작품으로, 오래된 책을 한장씩 꽃잎처럼 가공해 채색했다.
베르데 알피 대리석으로 제작한 벽난로.
디자이너 그렉 나탈리.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붉은 벽돌 타운하우스. 도시의 시간과 기억이 켜켜이 쌓인 이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농밀한 색과 풍부한 질감이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집에서 예술은 벽에 걸린 작품에만 머물지 않는다. 바닥의 패턴과 아치형 문, 빛을 머금은 가구와 오브제까지 모든 요소가 예술과 생활의 경계를 흐리며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호주 출신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그렉 나탈리는 이 오래된 타운하우스를 통해 ‘사는 공간’이 어떻게 하나의 큐레이션된 경험이 될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그의 작업은 언제나 클라이언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 삶의 리듬을 정교하게 반영하는 개인화된 접근에서 출발한다. 소재와 색채, 패턴과 기하학에 대한 깊은 관심은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레퍼런스를 자연스럽게 엮어냈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그의 건축적 상상력과 미감이 응축된 결과물이다. 과거 호주 브리즈번의 주택 인테리어를 함께 진행하며 호흡을 맞춰온 집주인에게, 뉴욕 타운하우스는 자연스럽게 이어진 다음 프로젝트였다. 호주와 유럽, 뉴욕을 오가며 살아온 국제적인 가족인 이들은 절제된 우아함을 바탕으로 색과 형태가 풍부한, 표현력 있는 공간을 원했다. 그렉 나탈리와는 같은 호주 출신이면서도 이탈리아적 유산을 함께 공유해 맥시멀리즘 인테리어와 이탈리아 디자인에 대한 취향에서도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피렌체에서 아트 스쿨을 운영하며 예술 중심으로 살아온 삶은 이번 프로젝트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고, 그 협업은 현재 진행 중인 피렌체 주택 프로젝트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주방으로 이어지는 복도. 소파는 클래시콘 Classicon, 원형 가죽 스툴은 조바냐라 Giobagnara.
거울에 반사되어 더욱 확장된 공간감이 느껴지는 다이닝룸.
벽지는 파피에르 드 파리의 칸딘스키, 소파는 타키니 Tacchini의 세잔 라운지, 러그는 노르딕 노츠 Nordic Knots.
디르크 반 데르 코이의 멜팅 팟 테이블이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다이닝룸. 다이닝 체어는 줄리아나 리마 바스콘셀로스 디자인으로 인비저블 컬렉션, 무라노 유리 샹들리에는 퍼스트 딥스 1st Dibs.

4개 층 규모의 타운하우스는 오랫동안 상업 매장으로 사용되던 건물로, 좁고 길쭉한 구조가 특징이다. 1층 전체를 프라이빗 아트 갤러리로 계획한 만큼, 주거 공간의 동선과 구성은 더욱 전략적으로 설계됐다. 외관 파사드는 더블 도어 현관과 아치형 창을 도입해 전통적인 비례감과 위엄을 되살렸고, 두 개의 문은 각각 화이트 큐브 스타일의 갤러리와 가족의 컬러풀한 집으로 이어진다. 실내는 파리 레스토랑 특유의 풍부하고 다층적인 맥시멀리즘에서 영감을 받았다. 파스텔 톤의 컬러 팔레트와 동화적인 곡선 디자인이 곳곳에 녹아들며, 층으로 연결된 공간을 자연스럽게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비중 있는 공간은 메인 침실이 위치한 2층이다. 침실과 드레스룸, 욕실은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그린 마블로 만든 조형적인 포털을 통해 은근하게 구획되며, 집 안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이탈리아 채석장에서 활동하는 석공들이 대리석 시공을 위해 뉴욕으로 직접 날아왔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드레스룸과 현관, 욕실은 물론 집 곳곳에 사용된 이탈리아산 스톤은 모두 장인들이 직접 조각하고 손으로 마감한 맞춤 제작 작품입니다. 장인들이 국제적인 이동까지 감수하며 각 요소를 직접 설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맞춤형으로 진행되었는지를 잘 보여주죠.” 집 전체에 사용된 목재 바닥 역시 주목할 만하다.

새하얀 꽃이 만개한 패턴의 벽지 앞에 선명한 그린 패브릭의 헤드보드를 배치한 침실.
사이드보드는 조바냐라, 조명은 마르티넬리 루체.
이탈리아의 대리석 장인들이 현장에서 직접 시공한 욕실.
포근한 패브릭 아이템으로 구성한 침실. 암체어는 앤트레디션, 사이드 테이블은 펄포, 펜던트 조명은 얼라이드 메이커.

나탈리가 호주 마감재 브랜드 텅 앤 그루브 Tongue & Groove와 협업한 ‘보스코 Bosco’ 컬렉션으로, 클래식한 셰브론 패턴을 웨이브 형태로 재해석한 디자인이 공간에 미묘하지만 분명한 차별점을 더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 컬렉션이 실제 인테리어 공간에 처음 적용된 사례로, 집의 예술적인 성격과 고유한 개성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가구와 오브제는 모던, 컨템퍼러리, 빈티지 컬렉터블 피스를 균형 있게 섞어 구성했다. 기준은 단 하나, 모든 아이템이 고유한 개성과 예술성을 지닐 것. 거실에는 이탈리아 스튜디오 크리주 CRIZU가 제작한 핸드메이드 펜던트 조명이 커다란 꽃다발처럼 공간을 장악하고, 다이닝룸에는 디르크 반 데르 코이 Dirk van der Kooij의 ‘멜팅 팟 테이블’이 조형적 존재감을 드러낸다. 침실에 놓인 빈센트 다레 Vincent Darré의 네오퓨처 헤드보드는 강렬한 에메랄드 그린 컬러로 대담하고 연극적인 인상을 남긴다. “집이란 그 공간의 주인을 온전히 반영하는 연장선이어야 합니다.” 오브제와 디테일, 그리고 그 사이의 여백까지 모든 요소가 하나의 개념적 퍼즐처럼 맞물리며 이 집만의 서사를 완성한다. 그렇게 완성된 이 타운하우스는 단순히 잘 디자인된 공간을 넘어, 예술과 문화, 창의성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 숨 쉬는 장소로 존재한다. “이 집이 안정감과 에너지를 동시에 주는 공간이 되기 바란다”는 그의 말처럼, 이곳은 ‘사는 것’과 ‘감상하는 것’이 공존하는 하나의 완성된 풍경이다.

침대는 소호 홈 Soho Home, 침구와 블랭킷은 그렉 나탈리, 러그는 노르딕 노츠.
벽면부터 세면대까지 베르데 알피 대리석으로 마감한 욕실. 수전은 콜러.
아치형 창문이 돋보이는 외관. 1층에 있는 문 두 개는 각각 갤러리와 집으로 연결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드고네이의 예술적인 벽지가 반겨준다.

에디터 | 원하영
포토그래퍼 | 앤슨 스마트 Anson Sm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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