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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양옥집이 회화 작가 콰야의 작업실로 다시 태어났다. 좁은 공간을 떠나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꾸린 새 보금자리. 집 안 곳곳 스며든 과감한 색채는 작가의 팔레트를 꼭 닮아 있다.

계단에서 내려다본 1층 서재. 천장을 터서 층고를 높여 개방감을 살렸다. 가장자리가 큐브처럼 반복되는 디자인의 테이블은 맞춤 제작한 것. 여기에 다양한 컬러의 의자들을 함께 매치했다.
위치 : 서울시 서대문구거주 인원 : 1인, 고양이 2마리
면적 : 83㎡(주거 25평, 작업실 30평)주거 형태 : 2층 주택
구조 : 거실, 주방, 방 3, 욕실 2시공 업체 : 프로젝트 듀오 콩과하

콰야 작가. 테이블의 보라색 다리는 기존 계단 난간을 활용해 만들었다.
테이블 위에 모아둔 세라믹 작업들.

집이 참 고요하네요. 함께 사는 고양이들은 어디 있나요? 지금 2층에서 낮잠 자고 있습니다. 키키(17세), 코코(14세)인데, 이곳으로 이사 온 이유이기도 해요. 사실 제가 고양이 알러지가 있다는 걸 이 아이들 데려오고 1년 지나서 알게 됐어요.(웃음) 벌써 10년째 약 먹으면서 지내고 있네요. 

알러지까지 이겨낸 사랑이네요.(웃음) 이 동네에는 언제 이사 온 거예요? 2025년 6월쯤 왔으니 이제 곧 1년이 다 되어가요. 원래는 당인동 쪽에서 7년 정도 살았어요. 그 때는 다세대 주택 한 층에 공간 두 개를 빌려서 하나는 집, 하나는 작업실로 썼죠. 12평 남짓한 작업실에는 고양이들을 두고 저는 집에서 자고… 그렇게 분리생활을 했어요. 이제 얘들도 나이가 들다 보니, 좀 더 가까이 생활하면서 작업도 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싶어 이곳으로 오게 됐습니다. 1980년대 지어진 양옥집이라고 들었어요. 첫인상이 어땠나요? 딱 제가 찾던 조건이었어요. 고양이랑 같이 지내면서도 필요할 땐 공간 분리가 가능한 2층 집이었거든요. 특히 천장의 올록볼록한 나무 마감이 정말 좋았어요. 지금은 1층을 작업 공간으로, 2층을 생활 공간으로 쓰고 있어요.

주방이나 테이블 곳곳에 ‘큐브’ 같은 네모난 형태로 포인트를 주었더군요.  이번 리노베이션을 함께한 디자인 스튜디오 콩과하에서 천장의 블록 형태를 재미있게 보셨더라고요. 그걸 디자인 코드로 삼아서 주방 벽면, 선반, 테이블까지 반복적으로 풀어냈어요. 특히 테이블도 맞춤 제작한 건데 모서리에 포인트를 줬죠. 다리도 이 집에 있던 계단 난간을 재활용해 만든 거예요. 보라색을 입히고 각기 다른 컬러의 의자들을 매치했죠.

동화적인 그림체와 색감이 인상적인 콰야 작가의 작업실.
주방 벽 선반도 네모난 디자인으로 포인트를 줘 리듬감을 더했다.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천장까지 확 트인 공간과 보라색 철강 빔이 눈에 확 들어와요. 원래는 벽으로 막혀 방이 있는 구조였어요. 그걸 다 허물고 구조 보강을 하면서 H빔을 세웠는데, 일부러 보라색으로 칠했죠. 집에 컬러를 많이 써서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사실 작업 공간으로 쓰려고 천장을 높인 건데, 지금은 친구들이 오면 모이는 ‘탁 트인 라운지’로 이용해요. 천장의 나무 마감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기도 하고요.

바닥도 흔치 않은 연그린 컬러예요. 리놀륨 소재인데, 중간중간 블록처럼 다른 컬러를 섞어 포인트를 줬어요. 가구가 있든 없든 공간 자체가 심심하지 않기 바랐거든요. 원래 작업실은 에폭시 바닥이었는데 너무 차갑더라고요. 좀 더 따뜻하면서도 작업하기 편한 마감재를 찾다 보니 지금의 바닥이 완성됐습니다.

컬러를 과감하게 쓰는데도 집이 참 편안해요. 작가님만의 기준이 있나요? 채도가 낮지만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편안한 색을 고르려고 노력해요. 제 작업이랑 비슷해요. 미리 계산하기보다는 즉흥적인 편이죠. 작업할 때 물감들을 주욱 늘어놓고 그 순간의 직관으로 색을 선택해요.

작업실에서 바라본 주방. 보라색을 입힌 H빔 옆 파티션에도 큐브 형태가 반복되며, 마치 캐릭터가 서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2층 문은 기존 집의 천장을 뜯어 재구성한 것. 아래에는 고양이를 위한 작은 문도 만들었다.
계단 위 스툴에도 작가의 드로잉이 새겨져 있다.

활동명 ‘콰야’는 밤을 지새운다는 의미의 과야(過夜)와 콰이어트 Queit를 결합한 말로, 주로 밤에 작업하신다고요. 여전히 해질녘에 작업을 시작해서 밤을 새우곤 해요. 특히 아직 커튼이 없어서 밤에 잠 못 들고 있어요.(웃음) 낮에는 주로 잠을 깨려고 애쓰는 시간이죠. 이 집은 창이 조각조각 많아서 시간대마다 드는 빛이 다 달라요. 낮에는 보통 저 테이블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봐요. 길고양이들이 오가는 모습이나 마당 감나무에 열매가 맺히고 지는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참 좋거든요.

작업실과 집이 합쳐지면서 작업 방식이나 마음가짐에도 변화가 생겼을 것 같아요. 이전에도 작업실이 늘 집 근처에 있긴 했지만, 옆집일 때와 한 건물일 때는 확실히 달라요. 예전엔 ‘출퇴근’하는 기분이었다면 지금은 삶 속에 작업이 더 들어와 있죠. 오히려 마음가짐은 더 단단해졌어요. 작업도 더 열심히 하게 되고요. 특히 작품의 수납 공간이 확보된 게 커요. 제 작업은 건조되는 데만 한 달 넘게 걸려서 늘 공간의 제약이 있었거든요. 이제는 심적, 물리적으로 여유가 생겼습니다.

가수 잔나비의 앨범 커버를 그린 작가로 유명하시죠. 어느덧 9년차 작가이신데 요즘은 어떤 이야기를 작품에 담고 있나요? 작업을 하면 할수록 좋은 이야기를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최근엔 ‘나 자신을 정비하는 시간’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 돌을 반복적으로 쌓는다든지, 창밖을 보며 가만히 시간을 보낸다든지…. 그런 시간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담으려 하죠. ‘사회 속의 개인이 어떻게 존재하는가’ 이런 주제나 접근이 때론 어둡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런 이야기를 계속 꺼내놓는 게 저에겐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EDITOR | 원하영
PHOTOGRAPHER | 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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