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개최한 <조선, 병풍의 나라> 기획전은 궁중과 민간에서 제작하고 사용한 병풍의 종류와 특징을 조명하는 동시에 다양한 그림에 담긴 이야기와 오늘까지 우리 생활 속에서 차지하고 있는 의미를 찾아보고자 기획됐다.
70여 점이 넘는 4~5m의 대형 병풍을 8개의 전시실에 나눠 펼쳐 보였는데, 지하 공간의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맞이한 ‘금강산도 10폭 병풍’을 보고는 ‘아, 이 전시 기대했던 것보다 더 웅장하고 장엄하겠구나’ 싶었지만 시간이 넉넉지 않아 찬찬히 둘러보지 못하는 내 상황이 안타까웠다. 전시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병풍은 ‘일월오봉도 8폭 병풍’이었다. 19세기에서 20세기 초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비단에 채색한 것이었는데 다른 병풍과 달리 한눈에 봐도 높은 채도의 색감으로 눈길을 사로잡아 이끌리듯 작품 앞으로 걸어갔다. 해, 달, 성진, 오악 등을 포함한 십이장과 군주의 덕성을 상징하고 보호하는 각종 자연물을 그린 것으로 조선시대 국왕의 권위를 가장 직접적으로 상징하는 그림이다. ‘일월오봉도 8폭 병풍’이 색감에 이끌려 사로잡혔다면, ‘자수 병풍관’은 처음 접해보는 스타일의 병풍일 뿐 아니라 정교하고 알록달록한 색실의 색감이 아름다워 가장 기억에 남았다. 자수 병풍은 일반 병풍보다 제작 기간이 길고 비싸기 때문에 왕실이나 일부 계층에서나 사용했던 고급 병풍이었다. 자수 공예의 섬세함과 우아함을 느끼기 위해 멀리서도, 가까이 다가가서도 한참을 바라봤다. 조선시대의 병풍은 많은 사람이 동시에 교감할 수 있는 가장 큰 회화의 형식이었으며, 현재까지도 행사나 의식 혹은 장식 등 일상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이처럼 병풍 자체를 대조적으로 살펴보고 조명한 전시는 드물었기 때문에 근래 들어 가장 뜻깊고 유익하며 감동을 받은 전시가 아닌가 싶다. <조선, 병풍의 나라>전은 12월 23일까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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