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질감

자연의 질감

자연의 질감

천연 수세미 루파의 공예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김예지 작가.
직조, 봉제, 자수를 결합한 실험을 통해 새로운 조형적 언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신작들을 모아둔 작업실 선반장.

루파로 입체적인 바구니를 만들어 기능을 더한 ‘볼록함’ 시리즈.

루파 소재를 탐구하고 조형적으로 풀어내는 김예지 작가.

김예지 작가는 익숙한 소재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는 흔히 천연 수세미 루파 Luffa를 생활용품으로만 인식하지만, 그녀는 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여 조형적 언어로 확장하는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그녀의 손을 거친 루파는 단순한 섬유 덩어리가 아닌 규칙적인 패턴을 갖춘 패브릭이 되고, 입체적 형태를 갖춘 오브제로 거듭난다. 가구 디자인을 전공한 학부 시절부터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지속 가능한 소재를 탐색하던 중 ‘코리아 + 스웨덴 영 디자인 어워드’ 공모전을 준비하며 루파를 발견했다. 거칠지만 유연하고,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루파의 물성은 그녀에게 새로운 가능성으로 다가왔다. “루파는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이중적인 질감을 가지고 있어요. 자연 그대로의 형태는 다소 불규칙적이지만, 이를 가공하면 섬세한 구조와 균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초기 작업에서는 루파의 촉감과 조직을실험하며 ‘루파 스텝’ 발매트를 제작했고, 이후 ‘웨이빙필즈’ 같은 대형 평면 작업으로 발전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입체 실험을 진행하며 바스켓 형태의 작업을 전개했다. 그녀는 루파의 결을 살리면서도 규칙적인 패턴을 추가하고, 등나무나 패브릭과 결합해 재질 간의 대조를 이루며 질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다채로운 실로 그래픽적인 패턴을 입히는 등 다양한 실험을 한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루파 소재로 재해석한 작업.

단정하게 정돈된 김예지 작가의 작업실.

작업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자연 소재의 특성으로 인한 변수와 높은 로스율이다. 루파는 가공된 공업 소재와 달리 크기, 밀도, 결이 일정하지 않아 미싱 작업에서 쉽게 찢어지거나 봉제가 어렵다. 그럼에도 그녀는 지속적인 실험과 조정을 거쳐 조형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루파의 질감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실을 활용한 컬러 포인트나 천연 염색을 시도하며, 규칙적인 누빔 패턴과 자수를 더해 패브릭처럼 보이도록 조성한다. 김예지 작가는 이를 통해 루파를 자연 소재의 한계를 넘어 공예적 재료로 자리 잡게 하고자 한다. “전통 공예를 떠올리면 무채색 계열이 주를 이루곤 해요. 저는 좀 더 다채로운 색감과 감각적인 조합을 실험하면서 공예를 현대적이고 확장된 형태로 표현하고 싶어요.” 최근에는 아산창작지원센터와 협업해 ‘볼록함’ 시리즈를 개발했다. 다양한 사이즈의 바구니로 욕실에서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성을 고려하고, 루파에 원형 패턴을 더해 시각적 리듬감을 강조하는 작업이었다. 특히 루파에 자수 작업을 처음으로 시도하며 제작 과정에서 바늘을 10개 넘게 부러뜨리는 등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를 통해 기술적 발전과 작업의 표현 가능성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김 작가는 전시를 통해 작업 방향을 계속해서 확립해나가고 있다. 특히 의미 깊었던 전시는 온양민속박물관에서 진행된 <박물관 안 수선집>인데, 박물관 소장품을 수선하는 과정에서 루파와 등나무를 결합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일본에서는 파운드오브젝트가 주최한 한국 공예 팝업 스토어를 통해 바스켓시리즈와 ‘웨이빙필즈’를 작게 만든 매트를 선보였고, 공예적인 디테일과 새로운 소재 해석으로 현지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올해도 다양한 전시와 협업을 통해 작업 스펙트럼을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패턴의 다양화와 입체 작업에 집중할 것이며, 많은 관심을 받은 밥상덮개 작업은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해 루파의 조형성과 실용성을 더욱 강조할 것이다. 향후에는 루파의 가벼운 특성을 살려 대형 조형물 제작에 도전하고, 가구 디자인에도 적용해 실용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추구할 계획이다. 단순한 감상용 오브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작업을 지향하는 김예지 작가. 그녀는 루파 작업이 사람들의 손에 익어가며 자연스럽게 매만져지고, 결국에는 쓰임을 다하는 과정까지도 공예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기 바란다. 그녀의 작업이 일상과 맞닿아 의미 있는 경험으로 자리 잡는 것, 그것이 그녀가 꿈꾸는 공예의 모습이다.

SPECIAL GIFT 김예지 작가에게 증정한 설화수의 진설크림 리치는 진설 리버스 에이징 기술을 통해 바르는 순간 피부에 깊숙이 작용해 외부 자극으로 쌓인 피부 노폐물을 관리하고, 노화로 인해 무너진 피부 각도를 바르게 세워준다. 60mL, 5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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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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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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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순간, 피에르 위그의 작품은 스스로 진화하며 예측 불가능한 세계를 만들어낸다.

<휴먼 마스크 Human Mask>, 2014 피노 컬렉션, 안나 레나 필름 제공.

<리미널>, 2024~현재. 작가, 갤러리 샹탈 크루젤, 마리안 굿맨 갤러리, 하우저&워스, 에스더 쉬퍼, 타로 나수 제공.

<카마타>, 2024~현재. 작가, 갤러리 샹탈 크루젤, 마리안 굿맨 갤러리, 하우저&워스, 에스더 쉬퍼, 타로 나수 제공.

<리미널> 전시 전경. © 레스

어떤 존재는 태어나면서부터 정체성이 명확하게 정의되지만, 어떤 존재는 그렇지 않다. 어떤 공간은 처음부터 정적인 상태로 머무르지만, 어떤 공간은 살아 움직인다. 피에르 위그 Pierre Huyghe의 세계는 후자에 가깝다. 리움미술관에서 열리는 그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리미널 Liminal>은 하나의 완결된 전시라기보다 지속적으로 변하고 반응하는,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진 환경에서 전개된다. 위그는 작품에 대해 ‘보는’ 행위를 해체하고, ‘겪는’ 차원으로 확장한다. 그의 작업에서 관객은 단순히 감상자가 아니라, 공간과 관계를 맺으며 작품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 기능한다. 전시장의 센서는 환경을 감지하고, 데이터는 학습되며, 존재는 끊임없이 순환하고 상호 반응하며 변화한다. 전시 공간을 채우는 것은 단순한 설치물이 아니라, 스스로 진화하는 독립적인 생명체들이다. 위그의 세계에서는 고정된 의미가 존재하지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과정 자체가 작품의 일부이며, 이를 통해 전시는 기존 형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게 된다. 전시 제목인 ‘리미널’은 작가에게 ‘생각지 못한 무언가가 출현할 수 있는 과도기적 상태’를 의미한다. 하나의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넘어가는 순간, 그 안에서 새로운 감각과 사고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신작 <리미널>, <카마타>, <이디엄>을 비롯해 지난 10여 년간 위그가 탐구해온 세계를 집약한 12개 작품을 포함한다. <카마타>에서는 인간의 흔적을 연구하는 기계가 등장하며, <암세포 변환기>에서는 실시간으로 증식하는 암세포가 작품의 일부가 된다. 수족관 시리즈 역시 살아 있는 유기체가 만들어내는 예측 불가능한 생태계를 보여준다. 그의 작업 속에서 인간은 더 이상 중심적 존재가 아니다. 인간과 비인간, 기계와 유기체, 데이터와 감각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시스템을 형성할 뿐이다. 그렇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을 구축하며, 인간과 비인간, 유기체와 기계가 공존하는 세계를 제안한다. 위그는 “나는 이야기의 형태가 선형성을 벗어날 때 흥미를 느낀다. 역사를 넘어선 서사 밖의 허구에 관한 것이다. 시뮬레이션은 혼돈을 지날 수 있게 해주는 여러 가능성의 투영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다. 환경이고, 시스템이며, 살아 있는 또 하나의 세계다. <리미널>을 경험하는 순간, 익숙한 사고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가능성이 태어나는 찰나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전시는 오는 7월 6일까지 리움미술관에서 진행된다. 자료제공: 리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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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an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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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매니저’ 개념을 도입한 아르마니 호텔 두바이는 도심 속 안온한 도피처가 되어준다.

도시적인 느낌을 주는 스파 라운지.

아르마니 까사의 가구와 소품으로 꾸민 로비.

절제된 우아함과 세련되고 클래식한 디자인, 그리고 뉴트럴 톤의 컬러 팔레트까지. 아르마니 호텔 두바이의 모든 요소는 패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 Giorgio Armani의 컬렉션과 꼭 닮아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부르즈 할리파 Burj Khalifa의 8층과 38층, 39층의 중앙 홀에 위치한 이 호텔은 아르마니가 디자인한 첫 번째 호텔이자 그의 독창적인 라이프스타일 철학이 가득 담긴 공간이다. 고객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키는 ‘라이프스타일 매니저’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하며 아르마니가 직접 설계한 시설답게, 호텔은 분주한 도심 속 편안한 쉼을 원하는 이들에게 안온한 도피처가 되어준다. 공간에 한 발을 들여놓는 순간, 바깥의 바쁜 세상과는 다른 고요하고 평온한 파라다이스가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세련된 외관과 인테리어를 가진 호텔에서도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끽 할 수 있는 데에는 1000㎡ 이상의 규모를 자랑하는 스파의 역할이 크다. 아르마니의 라이프스타일 철학을 반영한 ‘아르마니 스파’는 개개인에게 특화한 트리트먼트와 단계별 온욕 서비스, 창의적인 스파 요리와 프라이빗한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고객은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아르마니 호텔 두바이가 설계한 맞춤형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다. 테라피는 크게 명상, 심신의 밸런스, 신체적 휴식 등 선호하는 스타일에 따라 각각 ‘무’, ‘플뤼디타’, ‘리베르타’ 트리트먼트로 구분된다. 한자 ‘무無’에서 착안한 이름이 깊은 이완감을 유도하는 부드럽고 섬세한 터치의 트리트먼트라면, 플뤼디타는 마음과 몸의 균형을 재조정하고 조화를 이루기 위한 정화의 목적을 가졌다. 리베르타는 신체적 스트레스로부터 마음과 몸을 해방시키기 위한 독특한 맞춤형 테라피를 제공한다. 이런 개인 맞춤형 서비스는 ‘여행은 육체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여정 또한 동반한다’는 아르마니의 철학을 스파 테라피 서비스에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최신식 피트니스 센터와 두바이의 장엄한 스카이라인을 내려다볼 수 있는 수영장 또한 한층 풍성한 휴식을 가능하게 해준다.

도시의 풍경이 내려다보이는 앰배서더 스위트룸의 욕조.

시그니처 스위트룸의 거실 전경.

중식 요리를 선보이는 ‘아르마니 해시’의 내부 모습.

전통 이탤리언 요리를 선보이는 ‘아르마니 리스토란테’의 테이블.

“아르마니 호텔 두바이에서 보내는 숙박은 단순히 여행을 넘어, 하나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경험을 선물할 것이다.” 호텔은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하며 이 공간을 ‘우아함의 상징’이라고 칭한다. 이런 자부심은 모든 것이 바쁘게 변해가는 오늘날에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고,전통을 이어가는 럭셔리 패션 하우스의 정신을 그대로 계승한 덕일 것이다. 정신차릴 틈 없는 번잡하고 화려한 도시 두바이지만, 아르마니 호텔 두바이에서만큼은 평온한 스테이를 즐기며 말 그대로 ‘도심 속 파라다이스’를 경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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