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로 엿본 다가올 일상.


아침 7시. 직장인 A씨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클로이드, 아침 준비해줘.” A씨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람을 닮은 로봇이 두 팔로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고, 오븐에 크로와상을 넣는다. 로봇은 다시 주방 한쪽으로 움직여 AI 식물가전으로 키워낸 바질과 케일을 갓 수확해 샐러드를 만든다. 식사를 마칠 때쯤 A씨는 의료용 수분 보충 기기로 손을 갖다 댄다. 지문 인식을 통해 A 씨의 복용 약물과 활동량을 계산한 정수기가 최적의 미네랄과 영양제가 배합된 물 한 잔을 내어준다. 욕실로 향한 A씨가 변기에 앉자, 내장된 광학 소변 분석 센서가 실시간으로 건강을 모니터링한다. A씨의 혈당을 비롯한 8가지 건강 지표가 욕실 벽걸이 모니터에 표시된다. A씨가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타고 출근하자, 집안은 더 바쁘게 움직인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빨래를 하고, 계단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로봇청소기가 집 안을 닦는다. 집에 혼자 있는 강아지 ‘초코’의 건강도 인공지능이 챙긴다. 퇴근 후, 카메라와 센서가 A씨의 기분을 살핀다. AI는 피로도가 쌓인 A씨를 위해 온도와 습도, 조명과 향을 알맞게 조절한다.
지난 1월 6일부터 사흘간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 2026’에서 다가올 일상이 공개됐다. 지난해까지 텍스트와 이미지에 머물렀던 AI가 화면 밖으로 나왔다. 휴머노이드 로봇뿐만 아니라 냉장고, 정수기, 침대, 세탁기, 공조 시스템 등 다양한 하드웨어와 결합해 인간의 하루를 바꿀 예정이다. 집의 의미도 바뀐다. 단순히 쉬고 머무는 공간에서 삶을 관리하는 ‘개인 맞춤형 플랫폼’으로 확장된다. CES 2026을 관통하는 스마트홈 키워드는 가사노동 해방, 미학을 위한 기술, 디지털헬스였다. 매일 쓰는 가전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가사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 ‘지능형 공간’으로 거듭난 집을 소개한다.
가사노동 해방


‘가전 명가’ LG전자는 이번 CES에서 냉장고나 세탁기보다 로봇으로 주목받았다. 머리와 다리, 팔과 다섯 손가락을 가진 가정용 휴머노이드 ‘클로이드’가 그 주인공이다. 클로이드는 섬세한 손을 사용해 간단한 요리, 빨래 개기와 같은 가사노동을 척척 수행했다. 말하는 AI가 아니라 ‘일하는 AI’의 쓰임을 증명한 것이다.
클로이드는 스케줄과 주변 환경을 고려해 작업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이에 맞춰 여러 가전을 제어하는 지휘자 역할도 한다. 사용자의 스케줄에 맞춰 차 키와 프레젠테이션용 리모컨 등 준비물도 챙겨 전달한다. 거주자가 출근한 후에는 세탁물 바구니에서 세탁물을 꺼내 세탁기에 넣고, 세탁이 완료된 수건은 개켜 정리한다. 로봇청소기가 작동하면 청소 동선에 있는 장애물도 치워 빈틈없이 청소하도록 돕는다. 이 밖에도 홈트레이닝할 때 아령 드는 횟수를 세어주는 등 거주자와 소통하며 일상을 케어한다.
LG전자는 이 같은 동작들은 상황을 복합적으로 인식하는 능력,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을 학습하는 능력, 정교하게 움직임을 제어하는 능력의 총체적 결합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클로이드는 머리와 두 팔이 달린 몸체, 휠 기반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하체로 이뤄진다. 허리를 세우는 각도를 조절해 105cm부터 143cm까지 키 높이를 스스로 바꾸며, 약 87cm 길이의 팔로 바닥이나 높은 곳에 있는 물체도 잡을 수 있다. 몸체에 달린 두 팔은 어깨 3가지(앞뒤, 좌우, 회전), 팔꿈치 1가지(굽혔다 펴기), 손목 3가지(앞뒤, 좌우, 회전) 등 총 7가지 구동 자유도로 움직인다. 이는 사람 팔의 움직임과 동일한 수준이다. 5개 손가락도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관절을 갖추고 있어 섬세한 동작이 가능하다. 이에 인체에 최적화돼 있는 거주 환경에서 원활히 활동할 수 있다. 머리는 이동형 AI홈 허브로 개발된 ‘LG Q9’의 역할을 수행한다. 칩셋, 생성형 AI, 카메라, 디스플레이 등이 들어간 만큼 인간과 언어 및 표정으로 소통하고 주변 환경을 학습해 집 안 가전을 제어한다.

삼성전자는 냉장고에 AI를 탑재해 요리와 식재료 보관에 대한 고민을 줄여준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비스포크 AI 냉장고는 구글의 ‘제미나이’를 탑재해 식재료를 똑똑하게 관리한다. ‘AI 비전 인사이드 AI Vision Inside’ 기능을 통해 냉장고 내부 카메라가 식재료가 들어가고 나가는 순간을 촬영해 보관된 식재료 리스트를 자동으로 만들어준다. 냉장고 문을 열지 않고도 우유나 달걀 등의 잔량을 바로 파악할 수 있다. 또 냉장고에 보관 중인 식재료 기반의 레시피를 추천한다. 이 레시피를 오븐이나 인덕션으로 전송하면 메뉴에 맞는 최적의 값을 자동으로 설정한다. AI가 식물을 키우는 가전도 소개됐다.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루야 AI Luya AI’는 식물가전 ‘AI 채소 재배 백스’를 선보였다. 단순히 상자 안에서 채소를 기를 뿐 아니라 AI를 활용해 사용자의 취향과 건강을 분석해서 채소를 재배하는 제품이다. 사용자가 받침대에 씨앗을 넣고 물을 추가하면 AI가 7~14일 안에 재배를 끝마친다.
미학을 위한 기술


집의 아름다움을 위한 기술도 대거 탄생했다. 가장 큰 형태 변화가 있는 가전은 TV였다. 네모반듯한 화면은 그대로였지만, 거추장스러운 선과 검은색 화면이 사라진 혁신 기술이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화면 대신 투명한 유리 위에 선명한 영상이 재생되는 ‘투명 마이크로 LED TV’를 전시했다. 100㎛ 이하의 미세한 LED 소자들이 뿜어내는 색감과 명암비는 실물을 보는 듯 생생했고, 슬림한 프레임과 투명한 화면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어디에 설치하든 인테리어 디자인을 해치치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투명한 화면에 걸맞게 선 역시 사라졌다. 무선 원 커넥트박스로 케이블이 어수선해지는 것을 방지한다. TV와 실시간 소통도 가능하다. 영화를 보다 “저기 촬영지가 어디야?”라고 물으면 ‘비전 AI 컴패니언’이 즉시 촬영지 정보를 화면에 띄워준다. 요리 영상을 보면서 조리법을 물으면 곧바로 레시피를 정리한다. LG전자 역시 투명 OLED 디스플레이와 무선 셋톱박스 솔루션을 결합한 TV를 선보였다. 검은 화면 없이 주변 환경에 그대로 녹아들고, 백라이트가 없는 자발광 픽셀 구조로 투명 모드에서도 생생한 화질을 구현한다. 투명하고 선 없는 TV는 공간적, 미적 자유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실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로봇청소기는 주방 싱크대 아래로 숨겼다. LG전자는 주방 싱크대 아래에 내장형 스테이션을 갖춘 일체형 주방을 선보였다.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활용해 깔끔한 인테리어를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 이 스테이션은 자동 급수 및 배수, 걸레 세척 및 건조, 세척액 분사, 먼지 배출 등 모든 기능을 자동으로 작동시켜 사용자의 손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 로봇청소기를 세척한다.
올해 처음으로 CES에 전시 공간을 마련한 스웨덴의 가구 회사 이케아는 스피커와 전등, 센서 등 제품 20여 종을 대거 들고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다. 이케아는 전시장 부스 대신 베니션 호텔의 객실 하나를 빌려 제품을 전시했다. 이케아 매장의 ‘쇼룸’처럼 실제 생활 공간을 그대로 구현해, 기술이 일상에 스며드는 방식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케아의 베스트셀러인 도넛 모양의 LED 전등 ‘바름블릭스트’에 밝기와 색상 조절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매터 Matter 기술을 적용해 눈길을 끌었다.



디지털 헬스케어



마지막 키워드는 디지털 헬스케어다. 화장실부터 책상까지 집 안의 가전과 가구가 기술을 만나자, 헬스케어 기기로 변모했다. 특히 뷰티케어가 피부 및 두피 관리부터 정신 건강, 향기, 수분 섭취까지 아우르며 집 전체를 하나의 ‘맞춤형 케어 공간’으로 확장시켰다. 이번 CES에서 대기업 이상으로 관심을 받은 기업은 안마의자로 유명한 세라젬이었다. 세라젬은 AI 기능을 탑재한 샤워헤드, 정수기, 침대, 책상 등을 선보이며 헬스케어 기업으로 진화했다. 세라젬이 선보인 ‘밸런스 AI 리쥬베네이션 샤워 시스템’은 샤워 시간을 정밀한 스킨케어 루틴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샤워헤드에 장착된 근적외선 및 분광 센서가 피부의 수분, 유분, 탄력, 색소 침착을 비접촉 방식으로 분석하고, AI가 피부 상태에 맞춰 물의 pH와 미네랄, 비타민 성분을 실시간으로 조절한다. 뇌파나 심박을 관리하는 공간도 생겨났다. 세라젬의 AI 코치 기반 ‘브레인 부스’는 뇌파와 심박, 자세, 졸음 정도를 감지해 집중과 휴식을 오가는 개인 맞춤 루틴을 설계하는 공간이다. 작은 부스에 책상과 의자가 마련돼 있는데 조명과 소리, 산소공급량까지 자동으로 조절돼 사용자의 학습과 마인드케어를 돕는다.
딥센트는 AI 향기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미지, 음악, 기분 데이터를 분석해 3초 만에 맞춤형 향기를 조합한다. 옷장에도 기술이 도입됐다. 한국 기업 이원오엠에스 EONEOMS는 AI 기반 스마트 드레싱 미러 ‘헤이미러 Heymirror’로 스마트홈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헤이미러는 사용자의 옷장과 일정, 날씨, 시간·장소·상황(TPO) 등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착장을 자동 추천한다. 또한 도어 후면의 플라즈마 기술과 살균 램프를 통해 사람이 없을 때 옷장 전체를 자동 관리하는 기능을 갖췄다.
정수기도 진화했다. 세라젬의 ‘메디 워터 AI 2.0’는 지문 인식으로 개인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미네랄 조성, pH, 영양제 복용량을 자동 조절하는 의료 등급 수분 보충 기기다. 매일 마시는 물이 개인 맞춤 건강 솔루션이 된다.
화장실은 가장 중요한 헬스케어 공간으로 변모했다. 보보 VOVO가 공개한 스마트 변기는 자동 개폐, 비데 기능을 넘어 소변 분석을 통한 건강 모니터링까지 제공한다. ‘진도 더 독 Jindo the Dog’이라는 AI 기능을 통해 12시간 이상 사용 8 9불편을 기술로 줄이며, 샴푸 주기 자체를 바꾸는 접근이다. 헬스케어 기술이 집 안 곳곳에 적용되면서 기술 트렌드 역시 일회성 진단에서 벗어나 예측의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딜로이트는 CES “혈압, 혈당, 심전도, 수면 품질 등 핵심 생체 지표가 가전과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자동, 연속적으로 수집되면서 의료 서비스가 일회성 진단에서 벗어나 질병을 미리 예측하고 조기에 감지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0 11기록이 없을 경우 가족에게 자동 알림을 보내 독거노인의 안전 관리에도 활용된다. 몸 상태를 수치로 관리하는 기술도 진화했다. 프랑스 헬스케어 기업 위딩스가 선보인 ‘바디스캔2’는 체중계 하나로 당뇨, 고혈압, 심부전 위험을 분석하고 의료진에게 경고를 보낸다. 일상적 속에서 혈당이나 혈관나이, 혈압 등을 측정하고 질병을 추적할 수 있는 기기다. 로레알은 물 없이도 머리의 청결을 관리할 수 있는 기기를 내놨다. 로레알이 선보인 ‘라이트 스트레이트’는 초음파 기술로 물 없이 스타일링과 클렌징을 동시에 수행한다. 매일 머리를 감아야 하는 불편을 기술로 줄이며, 샴푸 주기 자체를 바꾸는 접근이다. 헬스케어 기술이 집 안 곳곳에 적용되면서 기술 트렌드 역시 일회성 진단에서 벗어나 예측의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딜로이트는 CES “혈압, 혈당, 심전도, 수면 품질 등 핵심 생체 지표가 가전과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자동, 연속적으로 수집되면서 의료 서비스가 일회성 진단에서 벗어나 질병을 미리 예측하고 조기에 감지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