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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의 찬 바람 대신 초가을 같은 선선한 공기가 흐르고,
오래된 골목과 다국적 풍경이 뒤섞인 도시, 마카오에서 보낸 2박 3일의 홀리데이.

공항에서 차로 약 15분. 마카오의 도심을 스치자마자 웅장한 건축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 그랜드 리스보아 팰리스 마카오 Grand Lisboa Palace Macau다.이곳은 성격이 다른 세 개의 호텔이 모여있다. 그랜드 리스보아 팰리스 마카오를 비롯해 팔라초 베르사체 마카오Palazzo Versace Macau, 더 칼 라거펠트 마카오 THE KARL LAGERFELD로 각각의 브랜드가 상징하는 미학이 건축과 인테리어로 구현된 복합 공간이다.

체크인 전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리조트 3층에 자리한 정원, 자르징 세크레토 Jardim Secreto. 약 1,000㎡ 규모의 유럽식 가든으로, 돔을 중심으로 잔디 미로와 회랑, 파빌리온이 이어진다. 연말 시즌에는 ‘Samtastic Garden’이라는 테마 인스톨레이션이 더해져 낮에는 조형물 사이를 걷는 산책로가 되고, 밤에는 은은한 조명이 정원을 감싼다.

베르사체의 세계, 팔라초 베르사체 마카오
자르징 세크레토를 지나 들어선 ‘팔라초 베르사체 마카오 Palazzo Versace Macau’는 아시아 최초의 베르사체 럭셔리 호텔이다. 메두사 모티프의 대리석 모자이크 바닥과 샹들리에가 이어진 로비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며 두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시그니처 스위트는 라일락, 피치, 오렌지, 라이트 블루, 페일 핑크가 어우러진 은은한 색조의 팔레트가 시선을 압도하고, 객실에는 베르사체 디자인의 패브릭과 오브제가 세밀하게 배치되어, 패션 하우스의 미학이 공간 전체로 확장된 형태를 체험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식 오후, 라 스칼라 델 팔라초
첫날 오후에는 레스토랑 ‘라 스칼라 델 팔라초 La Scala del Palazzo’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운영되는 이탈리안 홀리데이 티 브레이크를 즐겼다. 지아니 베르사체의 마지막 오트 쿠튀르 화보를 오마주한 공간으로, 민트빛과 골드가 어우러진 인테리어가 고급스럽고 화려하다. 랍스터, 전복, 캐비아 등으로 구성된 세이버리와 페이스트리, 샴페인이 함께 제공되는 홀리데이 티 세트는 베르사체식 우아함의 정수를 보여준다. 디저트는 눈앞에서 바닐라 크림과 초콜릿 필링을 직접 채워 넣고 레몬 제스트를 뿌려 마무리하는 퍼포먼스로 완성된다. 여기에 18K 골드 플레이크를 올린 헤이즐넛 초콜릿과 에스프레소 음료까지 더해지면, 마카오에서 즐기는 가장 이탈리아다운 오후가 된다.

베르사체의 감각이 흐르는 실내 수영장
팔라초 베르사체의 실내 수영장은 베르사체의 디자인 언어를 가장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27m 길이의 온수풀은 리조트 내에서도 가장 긴 규모를 자랑하며, 이탈리아산 유리와 대리석 모자이크, 베르사체의 시그니처 드래곤 모티프가 더해져 있다. 곡선형 천장과 로마풍 카바나가 어우러진 공간은 품격 있는 휴식을 완성한다.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그림이 되는 베르사체 팔라초 마카오의 대표적인 포토 스폿일 듯!

스파에서 잠시 멈추기
활기찬 일정 사이, 잠시 호흡을 고를 장소가 필요할 때 찾은 ‘더 스파 앳 팔라초 베르사체 마카오 The SPA at Palazzo Versace Macau’. 이곳은 지중해식 웰니스 전통과 이탈리아의 우아함을 결합한 스파로,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5성 평가를 받은 곳이다. 베르사체가 디자인한 모자이크와 대리석 인테리어 속에서, 100% 오가닉 제품을 활용한 트리트먼트를 받을 수 있다. 웰컴 티로 시작해 트리트먼트 후 다시 따뜻한 차로 마무리되는 과정은, 여정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준다.

이국적 미식 경험으로 여는 아침
두 번째 날 아침은 그랜드 리스보아 팰리스 마카오의 ‘그랜드 뷔페 The Grand Buffet’에서 시작했다. 중국과 동남아, 말레이시아, 인도 등 다양한 지역의 요리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조식 뷔페로, 딤섬부터 누들, 따뜻한 한식 메뉴까지 구성이 풍성하다. 각종 주스와 차, 커피까지 라인업이 완벽해 ‘조식’으로 즐기기에는 아쉬울 정도. 두 시간은 여유롭게 잡고 천천히 여러 가지 메뉴를 맛보는 편이 좋겠다.

체크아웃 날에는 인룸 브렉퍼스트를 선택했다. 자르징 세크레토 정원을 향해 열린 창가 앞 식탁에 아메리칸 브렉퍼스트가 차려졌다. 이동과 준비로 분주해지기 쉬운 마지막 날, 객실에서 천천히 커피를 마시며 정원을 바라보는 조식은 여행을 여유롭게 마무리할 수 있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마지막 날에는 도심으로 향했다. 짧은 일정 속에서도 마카오의 본모습을 직접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 타이파 빌리지의 골목을 걷고, 세나도 광장과 성 도밍고 성당, 성 바울 성당 유적, 그리고 사이완 호수 인근까지 이어지는 정석 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이 도시의 매력이 보인다. 유럽식 광장과 포르투갈풍 건물, 아시아적 간판과 생활 풍경이 한데 어우러진 장면은 마카오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보여준다.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입이 심심해지기 마련. 에그 타르트의 도시답게, 베이커리마다 갓 구운 타르트 향이 골목을 채웠다. 타이파 빌리지에서는 ‘주빠빠오’라 불리는 돼지고기 바게트 샌드위치와 밀크티와 커피를 섞은 음료 ‘원앙차’를 함께 즐겼다.

조금 더 도시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어 들른 곳은 그랜드 리스보아 팰리스 마카오 내 전시 공간 The Lisboa, Stories of Macau’. 마카오의 500년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몰입형 전시로, 무역항 시절부터 현재의 관광 도시로 변모한 과정을 여덟 개의 테마 존으로 구성해 보여준다. 디지털 인터랙티브 장치와 실제 유물 전시가 어우러져 도시의 문화적 층위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페스티브 나잇의 클라이맥스, 돈 알폰소 1890
여행의 마지막 밤은 ‘돈 알폰소 1890 Don Alfonso 1890’에서 보냈다. 이탈리아 소렌토에 본점을 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으로 남부 이탈리아의 미식과 베르사체의 미학이 완벽히 어우러진다. 코모 호수 인근 베르사체 빌라에서 영감을 받은 로제타 모티프의 테라조 바닥과 로젠탈×베르사체 디너웨어, 그리고 셰프 페데리코 푸치의 정교한 코스 요리가 제공된다. 자체 농장 ‘레 페라촐레 Le Peracciole’에서 재배한 재료를 활용한 요리는 맛과 균형이 뛰어나며, 마지막 디저트까지 완벽하게 마무리된다. 연말의 밤, 미식과 공간의 미학이 동시에 절정에 이르는 순간이었다.

도심의 산책과 전시, 정원과 스파, 수영장과 다이닝으로 채워진 2박 3일의 여정을 마치고 나면, 마카오는 예상보다 훨씬 다층적인 도시로 기억에 남는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경험의 밀도가 높고, 짧은 일정에도 도시와 리조트의 매력을 모두 누릴 수 있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화려한 대도시 대신, 일상과 비일상이 자연스럽게 섞인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이 계절의 마카오는 그에 어울리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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