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베이의 아름다운 석양과 풍부한 문화가 어우러진 곳.
휴식과 미식, 예술과 볼거리를 모두 갖춘 솔레어 리조트 엔터테인먼트 시티에서 보낸 4일.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4시간, 마닐라공항에서 차로 10분 남짓 달리자 솔레어 리조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낯설 틈을 주지 않는 접근성 덕에 도착하자마자 ‘휴식이 가까이 있다’는 안도감이 스며든다.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천장을 가득 채운 유리 샹들리에가 먼저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행의 시작을 장엄하게 열어주는 장면이었다.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5성급을 9년 연속 유지하는 리조트라는 사실이 실감났다. 올해로 개관 12주년을 맞은 솔레어 리조트 엔터테인먼트 시티는 베이 타워와 스카이 타워 두 동으로 이루어진 대형 복합 리조트다. 800여개 객실을 보유한 이곳 창밖으로는 마닐라 베이가 시원하게 펼쳐지는데, 저녁이 되면 석양이 물결처럼 객실 안으로 스며들어 하루를 은근하게 마무리해준다. 43m² 규모의 디럭스 룸부터 별도 거실을 갖춘 스위트룸까지 여유롭고 세련된 구성으로 채워져 있다. 시어터 시스템과 워크인 클로젯, 욕실 내 평면 TV 등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챙긴 점도 좋았다. 특히 브루노 마스 등 세계적인 셀럽들이 머문 빌라도 둘러보았는데, 5m 이상 높게 열린 층고 덕분에 공간이 주는 압도적 여유가 그대로 느껴졌다.





솔레어는 이름처럼 ‘엔터테인먼트 시티’를 실감하게 하는 곳이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대부분의 엔터테인먼트를 실내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2200명을 수용하는 그랜드 볼룸, 새롭게 문을 연 이벤트 공간 ‘더 스페이스 앳 솔레어’, 실내 사격장과 골프 스위트, 피클볼과 빠델 코트까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리조트 중심부에 자리한 카지노 플로어는 규모 자체가 한순간 숨을 멎게 한다. 2300여 대의 슬롯머신과 400여 개의 테이블 게임이 끝없이 이어지며, 이곳의 밤은 낮보다 더욱 활기차게 타오른다. 미식 역시 솔레어의 큰 축이었다. 총 17개의 레스토랑과 바가 자리하고 있어 매끼니가 새로운 미식 경험으로 채워졌다. 필리핀 전통 요리부터 한식, 중식, 일식, 이탈리아 요리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특히 내년 발행될 2026 미쉐린 필리핀을 노려볼 만한 시그니처 레스토랑 세 곳이 돋보인다. 북경오리와 딤섬이 유명한 중식당 레드 랜턴, 600여 종의 와인 리스트를 갖춘 이탤리언 레스토랑피네스트라, 도쿄 도요스 수산시장에서 주 2회 공수한 재료로 요리하는 일식당 야쿠미 등은 어느 곳을 가도 완성도가 높았다. 여기에 뷔페 프레시, 한식당 기와, 해외 첫 지점으로 문을 연 깐부치킨, 24시간 운영하는 럭키 누들까지, 리조트 안에서 하루 종일 다양한 식문화를 즐길 수 있었다. 밤에는 카지노 지하에 은밀하게 숨어 있는 바카라 룸 앤 바를 찾았다. 다양한 주류가 늘어선 입구 터널을 지나면 1920년대 아르데코 무드가 물씬 풍기는 재즈바가 펼쳐지는데, 조도와 음악, 향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공간이었다. 프라이빗 룸에서는 위스키와 시가를 곁들이며 게임도 즐길 수 있어 여행 중 가장 특별한 순간으로 남았다.

솔레어의 또 다른 매력은 ‘리조트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 같다’는 점이었다. 리조트 곳곳을 채운 3000여 점의 작품들은 과시적이거나 장식적이지 않고, 그저 자연스럽게 자리해 있었다. 동선 속에서 스치듯 만나는 회화와 조각들은 필리핀 현대미술의 색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는 리조트를 이끄는 엔리케 라존 주니어의 오랜 컬렉팅과 로컬 아티스트에 대한 꾸준한 후원 덕분이라고 한다. 화려한 해외 명화 대신 지역 작가들의 작품으로 공간을 채운다는 점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주요 작품을 소개하는 ‘아트 투어’도 운영하고 있어, 투숙 중 시간을 들여 감상해보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3박 4일 동안 머물며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편안한 동선, 탁월한 접근성, 그리고 석양이었다. 하루 중 어느 시간대든 창가에 앉아 마닐라 베이를 바라보면 여행이 나를 따뜻하게 감싸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전체 고객 중 약 10%가 한국인이라 한국어 서비스도 은근히 잘 갖춰져 있었고, 처음 방문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공간을 누빌 수 있었다. 풍성한 경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리듬 덕분에, 마닐라의 며칠이 오랜 휴식처럼 남았다. WEB sec.solaireresor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