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숙소를 고른다는 건 결국 어떤 밤을 보낼지에 대한 선택이다. 차분한 라운지에서 하루를 정리할 것인지, 네온과 음악 속으로 걸어 들어갈 것인지. 야부 푸셀버그가 설계한 AC 호텔과 목시에서 보낸 4박 5일은 그 두 선택지를 모두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숙소를 고르는 일은 생각 외로 전략적이어야 한다. 도시가 넓은 만큼 동선을 계산해야 하고, 밤 일정이 길어질수록 돌아오는 길까지 생각하게 된다. 비벌리힐스나 웨스트 할리우드의 상징적인 호텔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1박에 100만원을 훌쩍 넘기는 숙박비가 며칠 머무는 여행자에게는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다운타운의 중심, 피게로아와 피코가 만나는 코너에 자리한 이 37층 타워는 현실적인 대안이 되어준다. 2023년 4월 문을 연 이 건물은 한 지붕 아래 두 개의 브랜드를 담고 있다. 총 727개 객실 규모로, 건축은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글로벌 건축 회사 겐슬러 Gensler에서, 인테리어는 포시즌스와 에디션, 로즈우드, 아만 등 세계적인 럭셔리 호텔을 설계해온 야부 푸셀버그 Yabu Pushelberg에서 맡았다. 같은 디자이너의 손에서 나왔지만 두 호텔의 분위기는 또렷하게 갈린다. 한쪽은 절제된 라운지 무드, 다른 한쪽은 네온과 음악이 흐르는 플레이풀한 에너지가 핵심이다. 그리고 두 세계가 만나는 지점이 바로 8층에 위치한 ‘레벨 8’이다. 한 층 전체에 레스토랑과 바, 나이트라이프 공간이 모여 있어 투숙객뿐 아니라 LA 로컬들도 자연스럽게 섞여든다. 실제로 밤이 되자 엘리베이터 안에는 하이힐과 재킷 차림의 사람들이 오갔다. 한 장소 안에서 두 호텔을 오가고, 층을 옮길 때마다 장면이 바뀌는 경험. 그렇게 4박 5일 동안 다운타운의 공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했다.
AC Hotel by Marriott Downtown Los Angeles

타워 안에서 먼저 향한 곳은 AC 호텔이다. 34층 스카이 로비에 도착하면 시선은 자연스럽게 통유리 너머로 열린 도시 풍경을 따라간다. 할리우드 힐스 방향으로 길게 뻗은 스카이라인과 저 멀리 보이는 할리우드 사인까지.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LA에 와 있음을 실감했다. 야부 푸셀버그는 이 호텔을 ‘아티스트의 로프트’처럼 풀어냈다. 거울처럼 마감한 기둥에 도시 풍경이 겹쳐 비치면서, 로비는 실제보다 훨씬 넓게 느껴졌다. 체크인은 일반적인 카운터 대신 큰 테이블에서 이루어진다. 마치 갤러리 리셉션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듯 직원과 마주 앉아 체크인을 마쳤다. 로비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재료의 분위기도 일관됐다. 질감이 살아 있는 플라스터 벽과 구조가 드러난 천장, 테라초로 마감한 바, 블랙 스틸 파이어플레이스가 한데 어우러졌다. 스페인에서 출발한 AC 브랜드의 뿌리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에 LA의 라틴 문화를 자연스럽게 섞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대만계 캐내디언 아티스트 데니스 린 Dennis Lin의 우드 토템 작품까지, 촘촘한 디테일이 돋보였다. 로비와 이어진 AC 바 & 비스트로는 아침에는 유러피언 스타일의 조식을, 점심과 저녁에는 칵테일과 스몰 플레이트를 선보인다. 통창 너머로 펼쳐진 도시를 바라보며 노트북을 펼치고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다. 실제로 이곳에서 업무 보는 사람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객실은 오크와 자작나무, 스톤 톤이 차분한 배경을 만들고, 플랫폼 베드와 가죽 헤드보드가 중심을 잡아 절제된 미감이 느껴졌다. 창밖으로 멀리 보이는 할리우드 사인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순간, 이곳이 지향하는 ‘레지던스 같은 휴식’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34층 루프톱 바 ‘라 로 라 La Lo La’도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 270도로 펼쳐진 전망 아래 스페인풍 타파스와 칵테일을 즐기고 있노라면, LA에서의 잊지 못할 하루가 완성된다.


Moxy Downtown Los Angeles

목시 호텔의 문을 여는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로비 한가운데 레트로 오토바이가 놓여 있고, 체크인 데스크 뒤 철망으로 만든 거대한 엔젤 윙이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야부 푸셀버그는 해변의 밝은 소캘 무드 대신, 사막을 달리는 로드무비에서 모티프를 끌어왔다. 흙빛 벽과 가죽, 나무, 구릿빛 디테일이 어우러져 조금 거칠고 자유로운 인상이 특징이다. 바 카운터와 카펫에 반복되는 스네이크 모티프도 그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린 모습. 로비에 자리한 목시 바는 낮에는 노트북을 펼친 사람들이 테이블을 채우고, 밤이 되면 조명이 낮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바와 라운지로 전환된다. DJ 부스가 있는 공간에서는 음악이 흐르고, 투숙객과 로컬이 구분 없이 섞여 앉아 있다. 호텔이라기보다 로컬들의 아지트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객실은 크지 않지만 영리하게 꾸몄다. 벽에 걸 수 있는 수납 패널, 접이식 테이블, 침대 아래 공간까지 알차게 썼다. 가죽 헤드보드와 인더스트리얼한 디테일 덕분에 방 안에서도 로비의 에너제틱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AC 호텔이 차분히 하루를 정리하는 곳이라면, 목시는 도시 리듬을 그대로 품은 놀이터에 가까웠다. LA의 밤을 길게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쪽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비밀 통로를 지나 들어가는 일본 레스토랑 럭키 미주 Lucky Mizu. 고베 출신 히사에 스턱 셰프가 선보이는 샤부샤부와 세이로무시를 맛볼 수 있다. U자형 바와 777개의 골드 마네키네코, 천장을 가로지르는 어스 하프가 특징.

남미 라이브 파이어 레스토랑 퀘 바바로 Qué Bárbaro. 쇼트 립과 도라다 아 라 파리야를 여럿이 나눠 먹기 좋다. 심이다.

또 다른 비밀의 문을 통과하면 열리는 조슈아 길 셰프의 프렌치 테판야키 메종 카사이 Maison Kasai. 철판 위에서 펼쳐지는 라이브 쿠킹이 이곳의 핵심이다.

‘고해성사’ 부스를 지나 입장하는 나이트클럽 시너스 와이 산토스 Sinners y Santos. 19세기 성당을 재해석한 공간으로, 멕시코의 전설적인 루차도르 엘 산토에서 영감을 받았다. 스테인드글라스 바와 파이프 오르간 형태의 DJ 부스, 예고 없이 시작되는 퍼포먼스가 극적인 밤을 완성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