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에 춤추는 갈대 1580년부터 1634년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추측되는 라 보리 성에서는 조경 아티스트 질 클레망이 지은 움직이는 정원이라는 별칭처럼 다양한 생물이 공존하고 있다.
프랑스의 중남부 도시 리모주에서 5km 떨어진 라 보리 La Borie 성은 일명 예술과 함께 움직이는 정원으로 불린다. 조경 디자이너 질 클레망이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인데, 황무지를 무리하게 개간하지 않은 이곳은 자연에 맞서기보다 함께한다는 아르디 폴이 주장하는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14 헥타르의 땅에는 생동감 넘치는 프랑스식 정원과 화원 그리고 자급자족형 농법인 파머 컬처로 가꾸는 채소밭이 공존하고 있어요”라고 아르디가 설명한다. 예술 사학자인 아르디 폴은 아트 컨설턴트로, 해리 스트뤼커-부디에는 네덜란드의 마아스트리히트 Maastricht 대학에서 약리학 실험실 디렉터로 일했었다. 2017년 이 성의 주인이 된 부부는 벽과 정원을 컨템포러리 아트와 생태학을 좋아하는 그들의 취향으로 채웠다. 부부는 현재 후기 르네상스풍으로 지어진 이 성을 갤러리로 개조해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 아티스트 토마스 그룬펠트 또한 이 레지던시에 소속되어 있는데, 이곳에 전시된 그룬펠트의 작품은 중세의 울타리를 두른 이 정원에 존재하며 지금까지 이뤄낸 인류의 과학적인 진보와 유전자 개량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있다. 푸르른 녹음의 방과 서양지치, 호박, 쐐기풀이 공존하는 화단이 이어지며 질서정연한 기하학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이곳의 매력이다. 이곳의 실험실에서는 요리연구가와 조경 전문가들을 초대해 컨템포러리 아트에 관한 컨퍼런스와 야생식물의 식용과 약용을 실험하는 아틀리에를 개최한다고 한다. 이 오래된 성은 부부의 꾸준한 애정과 노력으로 정원과 예술 작품을 잘 엮어낸 탐구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add Chateau de La Borie, 87110 Solignac
web www.laboriefrance.com

2020년 라 보리 성에서 열린 전시에서 선보였던 페루 아티스트 니콜라스 라마스 Nicolas Lamas의 작품

울타리를 두른 정원 벽에 걸린 펠트 그림과 왼쪽에 설치된 작품은 ‘Fireplace 1’ 그리고 그 위에는 2020년에 전시된 토마스 그룬펠트의 미스피츠 Misfits 시리즈의 박제동물이 놓여 있다.

아티스트 입장! 성 문 (약 1634년에 지어진)을 지나면 화강암으로 만든 계단이 나온다.

식물 미로 보헤미안 올리브나무의 ‘지붕’ 아래로 펼쳐진 장미원의 섬세한 향기 속을 거닐다. 18세기에 조성된 장미원에서는 샤를 드 밀 Charles de Mills, 오노린 드 브라방 Honorine de Brabant 등 다양한 장미가 피어 있다.

미스피츠 박제한 여우, 새끼 멧돼지, 암탉으로 구성된 미스피츠. 방 안쪽에 있는 작품은 토마스 그룬펠트의 ‘5e Station de la Croix(2014)’.

아이 페인팅 박제한 눈과 에폭시 레진으로 완성한 토마스 그룬펠트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