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들른 파주에서 뜻하지 않은 수확을 얻었다. 경기 북부 지역의 첫 국립박물관으로 2021년 7월에 문을 연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가 그 주인공. 별 기대 없이 들어선 이곳에서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수장고에 단숨에 압도당했다. 민속 유물 8만6270건과 아카이브 자료만 81만여 건을 갖춘 국내 최대 민속자료센터였던 것.
관람자가 직접 내부에 들어갈 수 있는 ‘열린 수장고’로 설계되어 맷돌과 절구, 옹기 등의 도기와 토기를 가까이서 관람할 수 있으며 각각의 수장고마다 보관된 유물의 고유번호와 QR코드를 기기에 입력해 도구의 이름과 쓰임새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압도적인 규모의 수장고와 방대한 유물의 양에 놀랐고, 효율적으로 갖춰진 시스템에 또다시 놀랐다. 2층에는 국립민속박물관이 발간한 도서 자료와 80만 점에 이르는 민속 아카이브 자료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민속아카이브센터가 자리한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자료는 보리 혼식과 분식을 장려하기 위해 1968년에 제작한 영상이었다. 쌀 생산량이 부족해 풍족하게 먹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식생활 개선 정책을 위해 만든 영상이었는데, 그 시절의 이야기가 짠하게 다가오면서도 당시 제작한 영상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귀엽고 디테일한 일러스트레이션이 아주 흥미로웠다. 지금껏 큐레이터가 뽑은 주제에 맞는 유물을 수동적으로 관람했다면, 관람객이 능동적으로 자료를 살펴보고 이용할 수 있는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을 꼭 한 번쯤은 방문해보길 권한다.
TEL 031-580-5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