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사랑과 위트를 담아내는 스토리텔러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섭섭. 그는 어렸을 적 품었던 순수한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다.

다리에 실을 감싼 스툴과 뜨개 연필꽂이는 스튜디오 래드 Lad를 이끌고 있는 홍범석 작가의 작품.
오리 친구들과 함께하는 생일 파티, 수영장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아이들, 동물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따뜻한 크리스마스. 그림에 담긴 귀여운 요소를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간지러운 감정이 샘솟는 기분이다. 자꾸만 피식피식 웃음 짓게 만드는 이 장면들은 일러스트레이터 섭섭이 그린 것이다. 시각디자인을 공부한 그는 실무 위주의 딱딱한 수업이 지루하게 느껴졌고 자유로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펼쳐내기 위해 방향을 틀었다.
- 당구대 앞에 서 있는 다섯 명의 어린 남자아이의 모습을 담은 그림.
- 액자에 담긴 디지털 작품들이 바닥에 놓여 있다.
“2015년쯤 용돈 벌이를 위해 캐리커처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그린 결과물을 하나 둘씩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고 자연스레 일이 들어오더라고요.”
순수한 어린아이의 모습, 둥근 곡선, 따스한 파스텔 톤의 색감이 섭섭 작가의 작품 세계를 정의하는 단어다. 그리고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에 결코 억지스럽지 않은 위트 한 방울을 톡 떨어트려 절로 기분 좋게 만든다.

일러스트레이터 섭섭은 주로 손 그림이나 아이패드를 활용한 디지털 작업을 하고 있다.
“요즘 제가 관심 있는 게 위트와 큐티거든요(웃음). 당구대 그림으로 예를 들자면, 포켓볼을 칠 때 마지막에 넣는 공이 검은색 8번 공이잖아요. 한쪽에는 하트 모양으로 당구공을 그리고 그 옆에는 8번 공을 그렸어요. ‘내 마지막 목표는 사랑이다’라는 비유와 은유를 적절하게 녹인 거예요. 이파리에 ‘응, 아니’를 적어둔 작품은 어렸을 적 이파리를 하나씩 떼면서 ‘사랑한다, 아니다’ 했던 기억이 누구나 있잖아요. 그때의 추억과 공감을 상기시키고 싶었어요. 또 ‘미안’이 적힌 사과를 건네며 용서를 비는 어린아이 그림은 말장난하듯 귀엽게 접근해본 거예요.”

원목 조각을 그린 스케치.
종이 그림이나 디지털 작업 말고도 사람들과 교류하는 그의 소통 방식은 다양하다. 약 1년 6개월 동안 개발자와 함께 공들여 기획한 웹사이트 역시 작품의 일부. 조아도 섭섭(www.joadosubsub.com)이라는 이름의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그가 만든 가상의 건물 두 채가 나타난다. 다섯 개의 방과 팝업 스토어, 광고판, 오픈 예정인 옥상 테라스와 수영장으로 구성된 조아도 맨션과 조아도 볼룸 Ballroom에 누구나 입장할 수 있다.
- 포켓볼의 숫자 8과 무한한 사랑을 상징한다.
- 섭섭이 만든 가상공간에 지은 두 채의 건물.
“조아도 맨션의 1층에 자리한 ‘섭섭 룸’에서는 제가 그려놓은 캐릭터에 옷을 입히거나 이모티콘을 붙여보고 이를 스크린샷 해서 바탕화면으로 활용할 수 있어요. 일종의 인터랙션 아트인 셈이죠.” 섭섭이 설명했다.
또 캐리커처로 시작했던 과거를 리마인드하며 진행한 작업도 있다. 조아도 볼룸에는 NFT로 판매한 캐릭터(그림을 구입한 실제 고객의 모습을 그대로 본떠 그린 캐릭터)들을 입주시켰다. 캐릭터를 구입한 주인들은 이곳에서 자신들의 캐릭터를 구경할 수 있으며, 핸드폰 배경화면이나 명함 등 개인적으로도 이를 활용할 수 있다.

한남동에 위치한 작업실 겸 집.
이뿐만 아니다. 길거리에 흔히 보이는 경고 문구나 표지를 새롭게 꾸며 딱딱한 문구를 위트 있게 재해석하는 작업도 한다. 예를 들어, 아파트 벽면에 붙인 금연 경고문에 담배를 피우는 상황을 재미있게 그리는 등 보기 싫은 공공 안내문에 한번이라도 더 눈길이 갈 수 있게끔 유도하는 공공미술도 도전하고 있다. 언젠가 길을 걷다 마주치게 될 그의 위트 있는 그림과 조아도 맨션의 빈방에 입주하게 될 재미난 것들이 기대된다.
SPECIAL GIFT
섭섭 작가에게 증정한 끌레드뽀 보떼의 더 세럼은 피부 본연의 힘을 일깨워 생기 있고 매끄러운 피부를 완성시켜준다. 또한 피부에 고르게 퍼지고 빠르게 흡수되어 24시간 보습 효과를 유지시키고 피부의 길을 열어 다음 단계 제품의 흡수를 높여준다. 50ml, 3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