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에이지 시대의 신비로움과 브루탈리즘의 거칠고 투박한 미학이 공존하는 예술 작품 같은 가구. 이탈리아 예술계를 들썩이고 있는 듀오 디자인 그룹 드라가&아우렐을 인터뷰했다.

닐루파 갤러리에서 선보인 ‘투명성의 문제’ 컬렉션.

디자인 파트너이자 부부인 드라가 오브라도빅(오른쪽)과 아우렐 K. 베이스도(왼쪽).
최근 이탈리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디자이너를 꼽는다면 드라가&아우렐 Draga&Aurel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은 올해 밀란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디자인의 성지로 불리는 로산나 오를란디 갤러리와 닐루파 갤러리에서 조명받으면서 그 위상을 톡톡히 증명해냈다. 시대를 초월한 독특한 다자인 세계관과, 낯설지만 기분 좋은 신비로움으로 예술 작품 같은 가구 및 아트 컬렉션을 선보이는 이들. 잊지 못할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는 드라가&아우렐의 작품 세계관에 대해 들어봤다.
각각 패션과 음악 분야에 몸담아온 두 사람이 뭉쳐 디자인 스튜디오를 결성했다. 그 계기가 궁금하다. 우리의 교육 배경에는 비슷한 점이 많다. 피렌체 미술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했고, 오랜 시간 동안 드라가 오브라도빅 Draga Obradovic은 텍스타일 디자이너, 아우렐 K. 베이스도 Aurel K. Basedow는 음악 교사로 일했다. 어느 순간 우리의 미래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욕구를 느꼈고, 비교적 늦은 나이에 디자인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스튜디오를 설립하게 되었다. 이것이 세르비아(드라가)와 독일(아우렐)에서 이탈리아로 건너오게 된 이유다.
빈티지 가구를 재구성한 ‘데샤빌 Déshabillé’과 ‘헤리티지 컬렉션’이 드라가&아우렐 스튜디오의 첫 시작이었다. 현재 작업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인데, 이에 대해 설명해달라. 업사이클링에 대한 열정은 ‘사라져가는 것’처럼 여겨지는 물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됐다. 이는 현지 상점과 중고 시장에서 수집한 독특하고 독창적인 조각들에서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제품의 본질과 그 ‘영혼’을 해치지 않으면서 전체 구조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디자인에 계속해서 영감을 주는 자극제 중 하나이며, 스타일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연습의 과정이자 다양한 재료와 제작 기술을 터득할 수 있는 기회다.

로산나 오를란디 갤러리에 연출한 다이닝 공간.

금속 프레임이 특징인 글린트 캐비닛은 로산나 오를란디 갤러리에서 독점 판매하고 있다.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컬렉션인 ‘투명성의 문제 Transparency Matters’의 주요 컨셉트는 무엇인가? 트랜스패런시 매터스는 우리 작업의 본질을 표현한다. 이 컬렉션은 꼬모 Como에 있는 아틀리에에서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된 작품이며, 디자인과 예술에서 투명성의 역할에 대해 탐구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탄생했다. 미니멀리즘의 볼륨, 스페이스 에이지의 레트로 퓨처리즘에 관한 실험, 브루탈리즘의 형태와 재료, 옵티컬 아트(기하학적 형태와 미묘한 색채의 관계)에서 영감을 받았다. 주로 에폭시 레진, 시멘트, 금속 같은 재료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연구한다.
투명한 소재에 매료된 이유와 투명성이 주는 디자인적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투명성은 빛과 굴절의 끝없는 놀이를 제공하여 물체가 놓인 밝기와 공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표면을 통해 들여다보고 무한한 뉘앙스를 발견하게 된다. 또한 ‘투명하고 정직하라’고 말하는 것 같은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좋아한다.
색을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매우 넓은 스펙트럼의 색상 팔레트를 사용한다. 상상력을 더해 우리만의 ‘레시피’로 색조를 혼합하고 만든다. 최근에는 주로 평온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주는 파란색과 하늘색 톤을 사용했다. 반면, 아우렐의 최근 작품에는 순수와 열정을 나타내는 빨간색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아우렐의 아트 워크.
메탈릭한 소재와 형태가 우주를 떠올리게 한다.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페이스 에이지의 레트로 퓨처리즘이 우리의 주요 모티브 중 하나다. 가구를 장식하고 강한 밝기의 요소를 결합하기 위해 레진과 대조되는 금속을 사용하는 것을 즐긴다. 예를 들어, 로산나 오를란디 갤러리의 독점 제품인 글린트 Glint 캐비닛은 주변 환경을 반사하고 빛을 증폭시키는 거울 같은 역할을 하는 금속 프레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구뿐 아니라 캔버스 작업인 아트 워크도 선보이고 있다. 이 또한 가구 컬렉션의 연장선인가? 아우렐의 작품은 가구 컬렉션과 별도의 경로를 따르지만, 두 세계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종종 그림에 깊이를 부여하기 위해 가구 컬렉션과 동일한 레진을 사용한다. 우리 전시와 프로젝트에 함께 등장하며 예술과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확장된 것처럼 보이도록 디스플레이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주요 초점은 품질에 있으며, 우리의 목표와 일치하는 다양한 기업 및 갤러리와 협업하려고 노력한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변치 않는 포부는 ‘일을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