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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런던의 여름이 기다려지는 이유, 바로 서펀타인 갤러리의 파빌리온 때문이다.

티에스터 게이츠, 서펀타인 파빌리온. photo Gene Pittman © Walker Art Center, Mionneapolice

영국 런던 켄싱턴 가든에 있는 서펀타인 갤러리는 훌륭한 전시 외에도 매해 여름 건축가를 초청해 진행하는 여름 파빌리온으로 유명하다. 2000년 자하 하디드를 초청하여 일회성 프로젝트로 시작한 후원의 밤 모임이 2024년까지 이어지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도 알 만한 건축가의 이름을 읊어보자면, 렘 쿨하스, 프랭크 게리, 장 누벨, 피터 줌토르, 헤르조그 드 뫼롱 등이 있다. 건축가뿐 아니라 아티스트에게도 열려 있어 올라퍼 엘리아슨, 아이 웨이웨이, 티에스터 게이츠 등도 참여했다. 2024년 파빌리온의 이슈는 처음으로 한국의 건축가 조민석이 선정되었다는 점이다. 그는 이미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 받은 것을 비롯해 국제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서펀타인 파빌리온을 기점으로 그의 이름을 좀 더 대중적으로 세계에 알리게 된 셈이다.

조민석(매스 스튜디오), 서펀타인 파빌리온. photo Iwan Baan © Serpentine

photo Iwan Baan © Serpentine

‘아키펠라직 보이드 Archipelagic Void’라는 이름의 파빌리온은 ‘마당’을 상징하는 중앙의 원형 공간에서 별 모양으로 뻗어나가는 다섯 개의 건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공간은 강당, 도서관, 갤러리, 티하우스, 플레이타워의 역할을 맡는다. 파빌리온은 지난 6월 7일 개관하여 오는 10월 23일까지 진행할 계획인데, 올가을 런던 프리즈 아트페어에 방문한다면 서펀타인 갤러리를 방문해 전시와 함께 파빌리온 건축도 즐기면 좋겠다. 한국에는 조민석 건축가의 작품이 꽤 많은데, 그중 창경궁 근처 원남교당을 가장 추천하고 싶다. 종교 건축물이면서도 모두에게 열려 있는 영적인 아우라가 서려 있다. 그의 아버지가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지은 조행우 건축가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부자가 각기 다른 유명 종교 건축물을 지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모리미술관, <티에스터 게이츠: 아프로 밍게이> 전시 장면. © Mori Art Museum, artist

한편 2022년 파빌리온의 선정 작가인 미국 예술가 티에스터 게이츠의 대규모 개인전이 가까운 일본의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다. 시카고에 기반을 둔 흑인 작가로 서펀타인 파빌리온에서도 흑인 이민자의 역사와 도예, 다도, 명상 등의 프로그램을 ‘블랙 채플’로 표현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흑인의 역사를 문화와 연결시킨 점이 포인트다. 블랙 채플이 런던 내 유명한 미술관 ‘화이트 채플’과의 대조점이라면, 이번 전시에서 제안한 ‘아프로-밍게이 Afro-Mingei’는 미술에 대한 대척점으로 ‘민예(밍게이)’에 주목하는 것이다. 밍게이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평론가 제창한 용어인데, 한편으로 공예라는 이름으로 통칭된다. 그러나 공예와 달리 민예는 생활 속에서 무명의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져 쓰였으며, 민중들의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 이를 작가는 미국 시민권 운동의 정신인 ‘흑인은 아름답다’ 프로파간다와 연결시킨다. 흔히 고급미술로 여기는 회화와 조각에 반해, 소홀이 여기며 제대로 된 예술로 취급받지 못한 민속용품과 사회에서 가장 하류층에 속한 흑인의 삶을 공통점으로 본 것이다. 티에스터 게이츠는 2004년 일본 도예마을 도코나메에서 직접 도예 수업을 받으며 일본의 문화와 도자 예술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되었는데, 이는 이번 전시를 풍성하게 하는 요소가 되었다. 전시는 9월 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