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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시작된 럭셔리 향수 브랜드 퍼퓨머 에이치가 마침내 서울에 도착했다. 향과 차, 장인의 손길이
어우러진 공간은 일상을 특별한 의식으로 전환시키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안쪽에 자리한 시향 공간. 린 해리스가 엄선한 35가지 향을 맡아볼 수 있다.
부드러운 곡선이 돋보이는 퍼퓨머 에이치의 향수병. 마이클 루가 퍼퓨머 에이치를 위해 핸드메이드로 만든 수공예품이다.
무게감 있는 외관, 따뜻한 컬러감과 목재 기둥이 돋보이는 서울 스토어. 설계는 착착 스튜디오의 김대균 소장이 맡아 한국적 재료와 퍼퓨머 에이치의 미감을 조화롭게 담았다.
퍼퓨머 에이치의 설립자 린 해리스.
스포이드로 향을 맡아볼 수 있다.

도산공원에 차분한 공기가 스며든 잿빛 벽돌 건물 하나가 문을 열었다. 공기 중에 은은하게 번지는 향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 영국 럭셔리 니치 퍼퓸 브랜드 퍼퓨머 에이치가 한국에 첫 공간을 마련했다. “서울은 역동적이면서도 트렌디한 도시예요. 이런 도시에는 린 해리스가 추구하는 절제된 감성과 깊이를 가진 향, 진정성 있는 니치 퍼퓸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퍼퓨머 에이치의 송웅 디렉터는 서울 단독 스토어의 의미를 이렇게 말한다. 퍼퓨머 에이치는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조향사 린 해리스가 2015년 설립한 브랜드다. 수십 년간 쌓아온 경험과 감각을 바탕으로 그녀가 빚어내는 향은 ‘하나의 스타일, 하나의 비전’이라는 철학에 닿아 있다. 런던 메릴본의 실험실에서 시작된 그녀의 작업은 자연을 정교하게 포착해 ‘후각적 풍경(Olfactory Landscapes)’으로 구현된다. 글로벌 최대 조향 회사 로베르테와의 긴밀한 협업, 그라스에서 들여오는 최상급 원료, 전통과 현대를 잇는 직관적이고 시적인 접근은 퍼퓨머 에이치를 세계 니치 퍼퓸 신에서 특별한 존재로 만들었다.

카운터 너머 단정하게 디스플레이된 퍼퓨머 에이치 제품.
마이클 루의 유리 캔들은 다 사용한 뒤 리필도 가능하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서울 스토어는 2개 층으로 구성되어 린 해리스의 후각적 세계를 차분하게 담아낸다. 1층은 밝고 따스한 빛 속에 향수와 캔들, 룸 스프레이 같은 향기 오브제가 놓여 있어 브랜드의 세계를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2층은 브랜드 최초로 선보이는 차의 공간으로, 린 해리스가 오랫동안 교류해온 영국의 차 브랜드 ‘포스트카드 티스 Postcard Teas’와 함께 팬트리 컬렉션을 공개한다. 정제된 차와 풍미 깊은 잼, 오일, 시즈닝은 향과 미식의 감각을 확장하며, 향을 마시고 맛보는 새로운 경험을 제안할 것이다. 공간과 오브제 하나하나에도 브랜드 철학이 일관되게 녹아 있다. 유리공예가 마이클 루의 핸드블로운 향수 병은 기능을 넘어 조형적 오브제가 되고, 다 쓰면리필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교토 장인이 손으로 말아 올린 인센스는 화학적 요소 없이 순수한 재료만으로 만들어져 맑고 깊은 향을 남긴다. 입구와 향수 라이브러리에 자리한 목재 캐비닛은 영국 장인 바비 밀스가 손수 제작해 나무의 질감을 한껏 살렸다. 작은 디테일마다 장인정신이 배어 있다.

서울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퍼퓨머 에이치의 티 공간.
교토의 장인이 손수 만드는 인센스.
건물 옆 별채 안에는 커다란 한지등을 설치해 거리를 밝힌다.

최근 서울에 프레그런스 쇼룸이 잇달아 들어서는 흐름에 대해 송웅 디렉터는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향을 통해 일상의 순간을 더 깊이 경험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라 생각해요. 그만큼 소비자들의 취향도 더욱 다양해질 겁니다. 퍼퓨머 에이치는 감각적 몰입과 정서적 치유를 중심에 두고, 그 속에서도 우리만의 고유한 감성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향을 단순히 몸에 두르는 도구가 아니라,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데일리 리추얼’로 제안하는 이유다. 한 병의 향수, 한 잔의 차, 한 줌의 인센스가 서로 이어져 삶의 감각을 깨우는 경험. 도산공원에 들어선 이 새로운 공간은 향을 매개로 영국의 헤리티지와 장인정신을 서울의 일상 속으로 불러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