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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자유 그리고 가족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하이메 아욘은
유머와 도발의 황금비율을 아는 디자이너다.
가구를 비롯해 인테리어, 오브제, 그래픽 등
그의 작업은 장르를 불문하고 ‘하이메 아욘’ 스러움으로 일관된다.
보고 있으면 어느새 미소를 짓게 되는 스페인 출신
디자이너의 행복한 디자인 세계를 소개한다.

ⒸMaisonkorea

앳된 얼굴에 잘 다듬어진 수염, 보기만 해도 즐거운 색감의 신발과 안경이 트레이드마크인 디자이너, 바로 스페인 출신의 디자이너 하이메 이욘(Jamie Hayon)이다. 그래피티적 성향이 다분한 자유분방하고 컬러풀한 스케치들, 거대한 크기의 타일로 만든 피노키오와 비행기, 익살스러운 꽃병들과 사랑스러운 도자기 오브제들.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 짓게 되는 그의 작업들은 현재 전 세계 디자인 마니아들에게 워너비 소장 목록 중 하나가 되었다. 1999년 데뷔 때부터 신선하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단숨에 스페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의 대열에 올라섰고 설치, 인테리어, 그래픽, 가구 등 장르를 넘나들며 유쾌하고 동화적인 작업으로 판타지를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즐거운 자극을 선사하고 있다.

​하이메 아욘은 1974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태어났다. 오늘날 독특한 드로잉과 신선한 아이디어로 세계인을 사로잡은 하이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린 시절엔 미술을 비롯한 대부분의 과목에서 부진한 이른바 문제아였다고 한다. 프랑스 교육 방식을 선호했던 그의 부모는 그를 마드리드의 프랑스 학교로 진학시켰지만 적응하는 데 실패해 다시 스페인 학교로 전학을 보냈다. 그러나 역시 남달랐던 하이메는 어린 시절부터 늘 무엇인가 그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다. 보석 세공가인 아버지로부터 섬세한 관찰력을 평범한 주부였으나 남다른 감수성과 눈을 지닌 어머니로부터 디자이너로서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하이메는 마드리드와 파리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후 베네통 산하의 디자인 연구소인 파브리카에 입사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물다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파브리카의 ‘디자인 책임자’라는 파격적인 승진을 통해 단숨에 주목을 받게 된다. 이곳에서 그는 세계적인 이미지 메이커이자 디자인 선구자인 올리베리오 토스카니(Oliverio Toscani)와 함께 디자이너로서 본격적인 커리어를 쌓으며 숍과 레스토랑 디자인 그리고 전시부터 그래픽디자인을 아우르는 폭넓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8년만인 2004년 독립해 자신의 이름을 건 ‘아욘 스튜디오(Hayon Studio)’를 설립하게 된다. 독특하고 분명한 자신만의 컨셉트를 바탕으로 작업을 꾸준히 이어온 그는 2007년 이탈리아이의 타일 디자인 회사인 비사지(Visazza)와의 협업을 통해 선보인 거대한 크기의 피노키오 설치 작업으로 그해 <밀라노 가구 박람회> 최고의 이슈 한가운데 우뚝 섰다.

​당시 몇 년간 새로운 것에 대한 목마름이 대단했던 디자인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며 그해 최고의 전시로 손꼽히게 된 이 작업은 ‘신초현실주의’라는 화두를 던지며 이후로도 하이메 아욘의 대표적인 작업으로 회자될 만큼 후폭풍도 거셌다. 더불어 스페인 가구회사인 BD 바르셀로나, 디자인 욕실 제품 회사인 아트퀴텍(Artquitect)등과 함께 선보인 가구들 또한 성공을 거두며 가구 제품 디자이너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특히 BD 바르셀로나를 통해 발표한 쇼타임 시리즈는 서커스를 기본 모티프로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느낌이 나는 강렬한 컬러의 조화와 함께 하이메 아욘 특유의 판타지적 요소를 가구와 오브제 디자인으로 풀어냈는데, 그를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의 반열에 등극시킨 대표적인 작업이었다. 이 작업은 디자인 제품이면서 직접적, 실용적 용도에 충실하고 그 자체로 마치 아트 오브제와 같으 효과와 존재감을 발휘한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또한 스페인의 최고 도자기 회사인 야드로(Lladro)와의 협업으로 2008년 밀라노의 스파지오 로산나 올란디 갤러리에서 발표한 판타지 도자 인형 시리즈 역시 디자이너 자신의 환상과 상상력을 스토리로 풀어내며 대중에게 선보였다. 이후 2009년에는 러브 익스플로젼 시리즈를 선보이며 도자기로 제작한 조명과 액세서리류를 발표하며 성공을 거두었다.

ⒸMaisonkorea

하이메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꼽히는 캠퍼(Camper)와의 협업 또한 화제였다. 그의 쇼타임 컬렉션 가구를 응용한 내부 인테리어와 그래픽, 쇼윈도의 구성과 더불어 슈즈 디자인에도 손을 대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피터팬의 마음을 읽어낸 듯했던 그의 작업은 2009년 이탈리아의 수공 가구 업체인 ‘체코티(Ceccotti)’와의 콜라보레이션을 기점으로 큰 변화가 생겼다. 같은 해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발표된 ’22(Twenty Two)’라는 이름의 이 의자는 기존의 하이메 아욘 작업의 화려하고 예쁜 칵테일과 같은 이미지에서 온더록 스카치와 같은 성숙함을 더한 작업으로 평가된다.

​2011년 덴마크의 프리츠 한센 또한 하이메와 함께 새로운 소파 파운 ‘파반’을 선보이며 그동안 아르네 야콥슨, 폴 키에르홀름과 같은 20세기 거장 컬렉션에 이어 진보적이며 젊은 디자이너의 영입을 시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두 작업 모두 숙련된 장인의 도움과 최고의 제작 테크닉을 바탕으로 하이메의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제품화시켰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Maisonkorea

2012년 <월 페이퍼>는 그를 ‘지난 15년간 세계를 뒤흔든 150명’의 디자이너 중 하나로 꼽았다. 많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과의 소박한 행복이며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하이메. 그렇기 때문에 그가 작업에서 보여주는 예상치 못한 반전과 즐거움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혹자는 섬세하고 극도록 화려한 작업 성향 때문에 그를 새로운 바로크주의자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적 정의나 용어에 가두기에 그는 너무 젊다. 스스로를 디자이너 혹은 크리에이터, 즉 무엇인가를 창조해내는 사람이라고 정의 내리는 하이메 아욘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생각하지 못했던 발견을 통해 그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그는 늘 변화를 꿈꾸고 유쾌한 반전을 통해 사람들에게 다가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