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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사소한 것들에 주목하는 금속공예가 이윤정의 작업.
못과 금속 조각을 오래 바라보고 형태를 바꾸며, 숨겨진 존재의 가치를 끌어낸다.

다양한 형태의 못과 금속 오브제, 문진 등 작품들이 놓여있는 작업실 선반.

못은 세상 어디에나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없으면 어떤 것도 세워지지 않는다. 금속공예가 이윤정은 이처럼 작고 사소하지만 세계를 지탱하는 존재들에 주목한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사물에 마음을 기울이는 일, 그 자체로 그의 작업은 시작된다. 2011년 졸업 전시에서 ‘못’을 주제로 한 첫 작업을 선보인 이후, 그녀는 14년째 같은 주제를 탐구하고 있다. 부속품이라 불리는 사물, 기능으로만 정의되던 물건을 오래 바라보고 형태를 바꾸며 역할을 실험한다. “못은 부속품이라는 기능 때문에 한정된 모양을 가지고 있잖아요. 어디까지 모양이 바뀔 수 있고, 어디까지 역할을 해낼 수 있는지 계속 테스트했어요. 어느 순간엔 ‘정말 꽤 중요한 사물이구나’라는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못은 곧 다른 작은 것들을 불러왔다. 문 손잡이, 후크, 체인, 혹은 한 줌의 금속 알갱이들. 작가는 이 미세한 조각들을 반복적으로 엮고 쌓아 새로운 형태를 만든다. “부피가 큰 작업을 만드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잘 아는 걸 택했어요. 작은 거. 그걸 붙이고 또 퍼뜨리다 보니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렇게 탄생한 ‘마이코타 Mycota’ 시리즈는 금속 알갱이들이 덩어리를 이루며 커져가는 작업이다. 가까이서 보면 조밀하고 단단하지만, 멀리서 보면 하나의 유기체처럼 부드럽게 흐른다.

왼쪽 데스크 위 조명은 ‘New Forms’. 오른쪽 테이블 아래 촛대는 ‘MycotaCandle Holder’.
작업실의 커다란 테이블은 이전에 레스토랑을 위해 특별 제작한 것. 벽에 걸린 작업은 ‘MycotaFrame’.

작가의 손끝에서 금속은 늘 다른 생명으로 태어난다. 못의 단단함, 체인의 유연함, 주석의 말랑함. 최근에는 주조 기법을 스스로 연구하며 스튜디오 안에서 금속을 직접 녹인다. “캐스팅 방식은 물리적으로 작가가 작업실 내에서 모든 걸 소화하기 쉽지 않아요. 가장 중요한 공정을 외부 공장에서 진행해야 하는 점에서 늘 한계를 느꼈죠. 제 스스로 계속 실험해보고 도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주석 가구 시리즈는 사람의 몸과 반응하는 금속 가구다. 주석은 다른 금속에 비해 녹는 점이 낮아 큰 기계 없이 직접 다룰 수 있었고, 부드러운 연성을 지녀 유기적으로 변형하기 쉬웠다. 앉는 이의 체형과 무게에 반응해 형태를 달리하며 금속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후크를 다양한 형태로 전개한 몰드 시리즈.
금속으로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이윤정 작가.

그의 작업은 한결같이 ‘숨겨진 것’을 드러낸다. 못과 액자, 소파의 단추, 내부 구조처럼 보통은 가려지는 요소들이 그의 손을 거치면 오히려 전면으로 나선다. 금속은 단단하지만, 작가의 손 안에서는 언제나 유연하다. 기능과 조형, 일상과 예술의 경계가 자연스레 흐릿해진다.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고, 작다고 여기던 것의 존재를 되새기게 하는 일. 그것이 이윤정이 금속으로 말하는 방식이다. “조형성을 우선으로 둬요. 그렇다고 쓸모가 없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새로운 형태에서 용도를 찾아내는 게 훨씬 흥미롭거든요.” 작업대 위의 세계는 작지만 놀랍도록 정교하다. 작은 조각 하나가 연결되고, 엮이고, 쌓이면서 또 하나의 질서를 만들어낸다. “작은 걸 만드는 게 제 성향에 맞아요. 잘 안 보여도 괜찮아요. 언젠가 누군가 발견했을 때, 그때의 반짝임이 제겐 충분하니까요.” 이윤정은 지금도 스튜디오 안에서 금속을 녹이고 있다. 느리지만 단단한 속도로, 보이지 않는 것을 계속 만들어내며. “제 작업을 보면 다 다르지만 결국 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들을 때가 제일 좋아요. 종류는 달라도 결국 하나의 길로 통하고 있으니까요.”

SPECIAL GIFT
이윤정 작가에게 증정한 설화수의 2025 홀리데이 에디션 진설크림 리치 설화 에디션. 진설 리버스에이징 기술을 통해 얼굴에 바르는 순간 피부 깊숙이 작용해 외부 자극으로 쌓인 피부 노폐물을 관리하고 노화로 인해 무너진 피부 각도를 바르게 세워준다. 60mL 5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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