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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 디자인과 계단, 반복 구조를 기반으로 한 반듯하고 간결한 형태.
정유빈 작가의 가구는 단순하지만 무한한 확장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17개 면으로 구성된 기하학적 형태의 오닉스 미러. 아래에 있는 엘리먼트 체어는 맨 처음 만든 의자인데, 미니멀한 구조 결합이 돋보인다.

작업실에 들어서자 단풍든 숲이 보이는 커다란 통창이 먼저 반겨주었다. 창 옆에 놓인 거울들은 바깥 풍경의 색과 결을 고스란히 흡수하며 계절의 깊이를 실시간으로 드러낸다. 정유빈 작가는 이처럼 빛과 장면이 오가는 공간에서 조형성과 확장성을 지닌 가구를 만들며 균형의 미학을 탐구하고 있다. 금속공예와 목공예를 전공한 그는 하이엔드 가구 편집숍에서 실무 경험을 쌓으며 첫 컬렉션 ‘오닉스 미러’를 선보였다. 17개의 면과 9개의 각으로 이루어진 기하학적인 벽거울은 모듈형으로 제작돼 형태와 구성의 변주가 가능하다. 그가 만드는 가구들은 단순해 보이지만 구조는 치밀하다. “보통 가구 하면 둥글고 아늑한 느낌을 떠올리지만, 제 가구는 모난 형태가 많아요. 배열이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간격이 일정할 때 안정감을 느껴요.” 직선적 구조는 시각적으로 또렷한 인상을 주는 만큼, 제작 과정에서 요구되는 정밀도가 높다. 작은 비례의 틀어짐이 바로 드러나기 때문. 또한 모듈을 이루는 면과 각이 완벽히 이어지도록 세밀하게 작업해야 한다. 이런 구조적 정교함은 마감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이어진다. 컬러 도장을 직접 진행하는 이유다. 반복적인 샌딩과 도료 농도 조절, 발색의 균형을 살피는 일은 시간과 손이 많이 들지만, 반듯한 구조일수록 작은 흔들림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의 작품은 블랙과 화이트를 제외한 654가지 컬러로 제작되며, 각 색상은 구매자에게만 귀속된다. 하나의 컬러는 한 명에게만 제공되는 방식이다. “가구는 어찌 보면 공산품이잖아요. 그래도 구매해주신 분들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피스를 제공하고 싶었어요. 한 가지 디자인을 해드릴 수 없으니 컬러를 귀속시키는 방식으로 에디션의 가치를 담아 그 경험을 드리고자 했어요.” 거울이라는 매체도 그의 조형 언어를 확장하는 장치다. 거울은 단순히 이미지를 반사하는 면을 넘어 빛과 장면을 중첩시킨다. 여기에 모듈 구성이 더해지면 사용자의 취향과 공간 조건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장면이 구축된다. 반구 형태의 ‘마그리트 미러’ 역시 그러한 실험의 연장선이다. 별도의 연결 구조 없이 벽에서 돋아난 듯 설치되는 벽거울로, 조합 방식에 따라 작은 열매처럼 혹은 군집한 조형물처럼 확장된다.그의 작업 세계는 반복과 구조 속에서 리듬을 찾는다. 층계 형태에서 착안한 회전형 벽거울 ‘스테어 월 미러’, 5단의 구조가 변주를 만드는 ‘스테어 테이블’ 등 일정한 비례와 구조의 반복을 통해 안정감과 변화의 여지를 동시에 만들어간다.

5단 층계로 구성된 스테어 테이블.
모듈형 구조와 층계 디자인 중심으로 가구 디자인을 선보이는 정유빈 작가.
커다란 통창이 있는 정유빈 작가의 작업실.

지난 6월, 갤러리 인에서 열린 첫 개인전 <인벤토리>는 재고, 물류라는 의미처럼 ‘가상의 창고에서 꺼낸 가구들’이라는 개념으로 구성됐다. 가구라는 오브제가 태어나기 전의 구조적 단서들을 드러내며 관객이 더 편안한 거리에서 작업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가구 아래에는 팔레트를 연상시키는 철제 프레임을 두어 창고 형태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전시는 그가 스스로 구축해온 조형 언어를 더 선명하게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는 브랜드 가가 홈과 함께 키즈 가구를 준비 중이다.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사용하지 않게 되는 가구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 오랜 시간이 흘러도 집 안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고민하고 있다.아이 책상이 거실의 소파 테이블로 변하고, 아이 침대가 데이베드로 활용되는 식의 구조적 변환을 통해 아이가 성장한 후에도 버려지지 않는 가구를 구상하고 있다. 심플하고 모던한 형태에 위트를 담아, 공간 흐름 속에서 오래 머무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정유빈 작가의 작업은 단순하지만 무한한 확장을 품고 있다. 계단과 모듈, 반복적 구조 속에서 균형과 조형의 즐거움을 보여주는 가구는, 오늘날우리 공간에서 미학과 기능의 경계를 새롭게 정의한다.

SPECIAL GIFT
정유빈 작가에게 증정한 설화수의 자음생수와 자음생유액, 자음생 클렌징 폼. 자음생크림에 들어 있는 진세노믹스™와 진생펩타이™, 인삼 추출물과 17종의 아미노산을 결합한 진생아미노콤플렉스™를 담아 세안 단계부터 피부 자생력을 강화해준다. 각 150mL 11만원, 125mL 11만5000원, 150g 6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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