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하우스와 주얼리 브랜드가 선보이는 리빙 컬렉션은 이제 제품을 넘어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하듯 진화하고 있다. 가구와 오브제, 향과 텍스타일, 건축적 연출과 감각적 경험이 교차한 2026 밀란 디자인 위크. 그 현장에서 16개 패션, 뷰티, 주얼리 브랜드가 제안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장면을 소개한다.
ETRO HOME


에트로 홈은 새로운 컬렉션 ‘에트로 오르나멘타 Etro Ornamenta’를 통해 브랜드의 모태인 패브릭에 대한 자부심과 특유의 극대화된 장식성을 아낌없이 발산했다. 아르데코의 풍요로운 문화적 유산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컬렉션은 엄격한 기하학적 구조와 로맨틱한 플로럴 모티프의 대비를 현대적인 터치로 정제해냈다. 리빙룸의 중심을 차지한 것은 새로운 카레스 Caresse 컬렉션. 클래식한 카피토네 Capitonné 기법을 적용해 깊은 주름과 푹신한 퀼팅 디테일을 살린 소파와 암체어는 극적인 볼륨감과 리듬감을 더한다. 여기에 차가운 스톤과 메탈, 희귀 목재를 조합해 소재의 대비를 극대화했고, 에트로의 시그니처인 강렬한 컬러 팔레트와 스트라이프, 플로럴 패턴을 대담하게 레이어드했다.
BOSS


독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보스와 프랑스의 가구 명가 리네 로제가 만났다. 리네 로제의 영원한 시그니처 ‘토고 Togo’를 새롭게 정의하기 위해서다. 미셸 뒤카로이가 1973년 디자인한 토고는 별도의 내부 구조체 없이 오직 폼만으로 완성한 독특한 실루엣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아이콘. 이 특별한 만남으로 탄생한 ‘테일러드 토고 Tailored Togo’는 토고 역사상 최초로 서로 다른 소재를 믹스매치한 기념비적 에디션이다. 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부드러운 패브릭과 형태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견고한 가죽이 하나의 구조 안에서 완벽한 미학적 균형을 이룬다. 여기에 보스의 슈트 제작 공정에서 영감을 받은 컨트라스트 스티칭 디테일을 더해 패셔너블한 감각을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BUCCELLATI


밀라노 한복판에 바다 문이 열렸다. 부첼라티가 실버웨어 ‘캐비어 Caviar’ 컬렉션을 기념해 선보인 심해 판타지 전시 <Aquae Mirabiles>다. 큐레이터 페데리카 살라, 발리치 원더 스튜디오, 아티스트 루크 에드워드 홀이 뭉쳐 지루할 틈 없는 시각적 서사를 완성했다. 바다의 신 ‘넵튠’과 요정 ‘세이렌’의 조각상을 지나 내부로 들어서면, 부첼라티의 마리나 컬렉션과 은빛 철갑상어 오브제가 영롱하게 빛을 발한다. 장인의 손길로 다듬어진 메탈 표면은 마치 잔잔한 윤슬처럼 일렁이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이라이트는 공간 중앙을 관통하는 파도 형상의 거대한 연회 테이블. 그 위를 가득 채운 캐비어 컬렉션은 깊은 바다 속 만찬을 연상시킨다. 여기에 더해진 루크 에드워드 홀의 몽환적인 벽면 드로잉. 고대 로마 시대부터 르네상스 회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연출했다는 전설적 연회까지, 이탈리어 캐비어의 역사와 신화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자유로운 선과 색감은 부첼라티의 장인정신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더욱 감각적으로 드러냈다.





PANERAI


올해로 4년 연속 살로네 델 모빌레 공식 타임키퍼로 참여한 파네라이. 로 피에라 내 팝업 스토어에서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타임피스 컬렉션을 선보이며 파네라이 특유의 해양적 정체성을 강조했다. 디지털 디스플레이 역시 바다와의 연결성을 중심으로 구성해 방수 기능과 파워 리저브, 견고한 구조, 야광 기술 등 파네라이의 핵심 기술 요소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며 브랜드의 유산을 좀 더 몰입감 있게 전달했다. 밀라노 몬테나폴레오네 거리 19번지에 위치한 카사 파네라이 밀라노에서는 좀 더 라이프스타일적인 접근의 이벤트도 이어졌다. 이탈리아 특유의 환대 문화를 담아낸 ‘바 이탈리아노 Bar Italiano’를 통해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브랜드 세계관을 경험하도록 한 것. 이 자리에서는 워치스앤원더스 2026의 화제작 ‘루미노르 8 지오르니 Luminor 8 Giorni PAM01733’도 함께 소개됐다. 브루니토 마감 케이스와 깊이감 있는 앤트러사이트 컬러의 브러시드 다이얼이 조합된 이 타임피스는 강인한 밀리터리 헤리티지와 현대적인 세련미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멋지게 드러냈다.
AUDEMAS PIQUET


오데마 피게는 브레라 디스트릭트 중심에서 오트 오를로제리(시계 제조)와 순수 디자인의 유기적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전시 <Crafting Time: When Design Shapes Movement>가 열린 곳은 최근 복원을 마친 1938년 건축가 주세페 데 민의 역작, 옛 트라베르시 정비소 Garage Traversi 건물이다. 밀라노 라치오날리스모(합리주의) 건축의 기념비적 공간이 오데마 피게의 거대한 시계 내부로 변모한 셈이다. 전시는 단순한 워치 쇼케이스를 거부하고 거대한 아카이브적 몰입감을 선사했다. 1899년 제작된 크로노그래프부터 투르비옹, 컴플리케이션 피스 등 베일에 싸여 있던 역사적인 프라이빗 컬렉션을 이탈리아 최초로 공개했다. 이 정밀한 기계 장치들을 통해 시계의 외형이 단순히 무브먼트를 보호하는 껍데기가 아니라, 그 자체로 고유한 디자인 언어이자 구조학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