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is My House

디자인 영감이 가득한 우영미 패션 하우스

디자인 영감이 가득한 우영미 패션 하우스

 

영감은 어디에서부터 오는가에 대한 질문에 디자이너 우영미는 그녀의 패션 하우스가 곧 영감의 다른 얼굴이라고 말했다. 외부에서 온 자극을 자신만의 영감으로 승화할 때 갖는 힘의 중요성을 하우스 우영미에서 느낄 수 있었다.

 

성별과 다른 옷을 입고 있어 서로 옷을 바꿔 입으려는 제스처를 취한 두 개의 마네킹. 남녀가 공유할 수 있는 옷을 추구하는 우영미 디자이너의 철학을 보여준다.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 우영미의 첫 번째 패션 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매장과 대량생산을 제외한 디자인부터 패턴, 샘플, 피팅, 컬러, 소재, 브랜드 전략 등 핵심적인 과정이 모두 이뤄지는 아틀리에 개념의 하우스다. 원래 있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6개 층으로 이뤄진 하우스 우영미는 이제 그녀가 이끄는 브랜드 ‘우영미’와 ‘솔리드옴므’가 만들어지는 시발점이 됐다.

 

붉은색 커튼을 파티션처럼 활용한 1층의 미팅룸.

 

머리를 식히면서 쉬거나 삼삼오오 모여서 스몰 토크를 즐길 수 있는 테라스.

 

마치 도서관처럼 직원들은 책부터 자잘한 잡동사니까지 우영미 디자이너가 영감을 받은 소품을 1층에서 대여할 수 있다.

 

시선을 사로잡는 붉은색 루버 외관은 회색 일색인 도심 대로변에서 유난히 돋보인다. 이 붉은색은 외관의 루버 덕분에 햇살이 조각조각 나뉘어 들어오는 1층에서도 이어진다. 곡선 레일에 붉은색 커튼을 달아 파티션처럼 미팅 공간을 나누었고, 중심부의 원형 리셉션에서는 도서관처럼 사서를 통해 우영미 대표의 개인 소장품과 지난 아카이브 의상을 대여할 수 있다. 안쪽으로 시원하게 뻗은 옷장 형태의 공간에는 지난 의상 컬렉션이 빼곡하게 걸려 있는데 직원들은 이를 자유롭게 대여해서 레퍼런스로 활용할 수 있다.

 

2016년 우영미 S/S 시즌에 아티스트 마티아스 키스와 협업한 작품 ‘Out of Time’이 놓인 아카이브 의상 공간.

 

니트실로 들어가는 벽면에 설치한 작품 같은 월 오브제.

 

우영미 디자이너의 방 옆에 걸려 있는 에두아르도 칠리다의 작품.

 

자신의 이름을 건 패션 하우스를 오픈한 우영미 디자이너.

 

우영미 대표는 패션 하우스의 디자인과 설계에 직접 참여했으며,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의 방도 전망이 가장 좋은 6층이 아닌 중요한 소통이 이뤄져야 하는 2층 프레젠테이션룸 바로 옆에 만들었다. 의상을 선보이기 전 충분한 대화와 피드백이 오가는 공간 가까이에 머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3층부터 6층까지는 옷을 디자인하는 연구소와 샘플, 패턴 그리고 브랜딩을 관할하는 부서들이 자리 잡았고, 자유로운 사고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직원들이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층마다 테라스를 두었다. 하우스 우영미를 둘러보고 있으면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의상을 고객에게 선보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위한 거대한 작업실이라는 느낌이 든다. 장식적인 요소는 거의 없지만 하나의 목표를 향해 모두가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효율적인 동선과 공간을 갖춘 아틀리에처럼 말이다. 비로소 사옥이란 말 대신 우영미 ‘하우스’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우영미 대표와 이번 하우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나누었다.

 

INTERVIEW

디자이너 우영미

 

패션 하우스라는 개념이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데, 어떻게 오픈하게 되셨나요?

이전 사무실은 삼성동에 있었는데 공간이 한정적이어서 중요한 업무를 지하 공간에서 처리해야 했어요. ‘벙커’라는 이름을 사용했죠(웃음). 30년간 패션을 해오면서 아카이브가 정말 많이 축적되었는데, 이를 다 보관할 수 없었고 심지어 비가 새면 곰팡이가 피기도 했으니 속상했어요. 그걸 계기로 벙커에서 탈출한 셈이죠.

 

지금은 레드 컬러의 루버로 마감했지만 이 건물은 원래 웨딩홀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 건물을 봤을 때 많이 낡았지만 잘생긴 골격을 가졌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건물의 골격은 유지하면서 스타일링에 변화를 줘야겠다고 생각했고 다양한 컬러칩을 섞어서 만든 레드 컬러의 루버를 사용하게 됐죠. 예전과 달리 레드 컬러를 점점 좋아하게 됐거든요. 도심 건물에 색상을 적용할 때는 구청의 허가가 필요한데 쉽지는 않았어요.

 

디자인이 이뤄지는 솔리드옴므 연구소와 우영미 연구소는 1월 말에 있을 패션쇼 준비로 몹시 분주해 보였다. 의상 디자인뿐만 아니라 소재, 컬러, 액세서리까지 하우스 우영미에서 모든 작업이 이뤄진다.

 

하우스 1층에 미팅룸과 라이브러리가 있는 점이 신선했어요.

사옥의 동선을 고민할 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소통’이었어요. 내부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저희 회사와 함께 일하는 파트너분들이 편안하게 대기하고 미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접근성이 좋은 1층에 미팅룸을 만들었고 외관처럼 붉은색으로 포인트를 주었어요. 또 컬렉션 아카이브를 비롯해 제가 좋아하는 책과 영감을 받은 잡동사니를 많이 모아두었는데요, 직원들과 보면서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디자인으로 발전시키기도 해요.

 

1층에 있는 두 개의 마네킹에는 어떤 스토리가 담겨 있나요?

솔리드옴므 옷을 입고 있는 마네킹은 남자이고, 우영미의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은 여자예요. 서로의 옷을 바꿔 입으려고 하는 모습을 표현했죠. 두 브랜드 모두 남성복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남녀가 공유하는 옷장이거든요. 마네킹의 제스처로 우리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컬렉션 아카이브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지금까지 진행한 컬렉션 중 가장 좋아하는 시즌이 있었나요?

모든 시즌이 항상 좋았어요. 시즌이 끝나면 바로 다음 시즌을 시작해야 해서 특정 시즌에 멈춰 있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죠. 요즘은 과거의 아카이브를 재해석하는 작업이 자주 있어서 파리 초기 쇼를 많이 생각하게 되네요.

 

디자인이 이뤄지는 솔리드옴므 연구소와 우영미 연구소는 1월 말에 있을 패션쇼 준비로 몹시 분주해 보였다. 의상 디자인뿐만 아니라 소재, 컬러, 액세서리까지 하우스 우영미에서 모든 작업이 이뤄진다.

 

디자인과 패턴 작업을 거친 의상을 실제로 제작하는 샘플실.

 

 

‘연구소’라는 방은 어떤 공간인가요?

우영미 연구소는 디자이너들의 공간입니다. 디자인 작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단순히 디자인실이라고 명명하기보다는 우리의 고객을 더 멋지게 만들어주기 위해 전천후로 연구하는 장소라고 생각해요.

 

패션 하우스를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저에게는 우영미와 솔리드옴므라는 두 브랜드를 더 잘 키울 수 있는 적합한 모든 요소를 갖춘 곳이에요. 두 브랜드를 항상 저희의 두 아들이라고 비유하곤 하는데, 그 두 아들이 한 걸음 더 성장하기 위한 전열을 갖춘 공간이자 자생하고 진화할 수 있도록 A부터 Z까지 힘을 모아줄 수 있는 실제적인 ‘집’이에요.

 

두 아들 같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다른 아들인지 궁금합니다.

솔리드옴므가 반듯하고 건전한 스타일이라면 우영미는 예술가적 기질이 더 풍부한 아들이에요. 형제들은 유전자인 DNA가 비슷할지라도 성향은 다르잖아요. 솔리드옴므와 우영미 역시 저라는 사람에게서 시작됐기 때문에 유전자는 비슷하지만 캐릭터가 달라요. 그래서 연구소, 프레젠테이션 룸도 각각 분리했고요.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각별히 어떤 부분을 신경 쓰시나요?

패션은 정답이 없는 분야예요. 그래서 생각을 말랑말랑하고 유연하게 해야 하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정말 중요하죠. 실제로 시즌 컬렉션을 킥오프할 때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저를 포함해 디자이너, MD, 컬러리스트 등 많은 이들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교환해요. 그렇기 때문에 제 방도 프레젠테이션 룸이 있는 2층에 마련했고, 직원들이 언제든 따로 떨어져서 쉴 수 있게 테라스도 많아요. 평상시에는 서로 스몰토크도 많이 하고 자유롭게 음악도 듣고 밥도 먹는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어요.

 

1층 리셉션에서는 사서를 통해 의상 아카이브나 책, 소품 등을 대여할 수 있다.

 

 

대표님 방 옆에 걸린 작품이 멋졌어요.

스페인에서 제작 주문한 에두아르도 칠리다의 작품이에요.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드로잉 작품인데, 카펫으로 제작된 것을 발견해 벽에 걸었습니다.

 

솔리드옴므는 1998년, 우영미는 2002년에 론칭했죠. 긴 시간을 지나 패션 하우스를 만든 소감이 어떠신가요?

이제 모든 준비가 다 됐다라는 마음이에요. 글로벌을 향해 제대로 한번 해볼 전열을 갖춘 것 같아요. 그동안은 뭔가 주춤주춤했던 것 같다면 이젠 진짜 시작이랄까요. 또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이제는 개인적인 여유와 편안함을 갖고 싶네요.

 

1월에 선보일 쇼에 대해 간단히 귀띔해주신다면요.

최근 우영미콜렉션에서는 유럽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 벨에포크에서 영감을 받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요. 이번에는 브랜드 우영미의 시선으로 우리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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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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