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레스토랑 ‘진주’의 오너 셰프 주디 주가 한국을 찾았다. 요리를 매개체로 한국의 식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런던과 홍콩에서 모던 한식 레스토랑 ‘진주’를 이끄는 주디 주 셰프. 단순히 이력만 들어서는 그녀가 대도시의 핫한 한식 레스토랑을 이끄는 수장이 되기까지의 배경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녀는 소니를 거쳐 지금은 폭스 사에서 일하는 수재 언니와 함께 호랑이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먹고 자랐다. 뉴욕의 대도시 문화를 맘껏 누리면서 컬럼비아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고 월스트리트에 입성해 모건 스탠리에서 5년간 재무분석가로 일했다.
“그때는 누구나 월스트리트에서 일하고 싶어했어요. 연봉도 높았고, 꿈의 직장이었죠.” 주디 주 셰프가 웃으며 그 시절을 회상했다. 하지만 5년쯤 되자 그녀에게 주어진 모든 업무에 회의감이 밀려왔다. 끊임없는 고함, 긴박한 상황 판단, 심지어 잠자는 시간에도 울려대는 전화기. 그녀는 그 당시를 ‘모든 생활 패턴이 망가졌던 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물었다. 하루도 쉴 새 없이 매일매일 쳇바퀴처럼 움직이는 것이 진짜 나의 삶일까? 다행히 그녀는 스스로 해답을 알고 있었다. 요리를 하고 싶다는 목표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회사에 다니면서 취미로 베이킹을 배웠지만, 그녀의 마음과 몸을 움직인 건 베이킹도, 프랑스 요리도 아닌 한식이었다. 어린 시절 그녀의 어머니는 정성껏 음식을 만들었고, 가족들에게 그 음식은 일상이나 다름 없었다. 만두를 빚고, 부추전을 부치고, 김치를 만드는 모든 과정과 식탁에 차려진 음식의 온도는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맛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녀는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한식에 올인하기로 마음먹었다.
“한국 사람들에게 있어 음식은 사랑의 언어예요. 안부를 물어도, 실연을 당하고 슬퍼해도 밥 먹었냐고 물어보지요.” 그녀가 내린 한식에 대한 정의다. 또한 “음식의 원래 맛을 알면 요리사가 아니라도 그 맛을 재현하기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재료를 더하거나 빼면서 원하는 맛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그녀는 가장 좋아하는 어머니의 소울 푸드로 순두부찌개를 꼽았다.
현재 그녀는 런던과 홍콩에서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홍콩이 좀 더 활기찬 분위기라고 말했다. DJ와 한국 술로 만든 칵테일을 파는 바가 있어 한식을 스타일리시하게 즐길 수 있다. 주디 주 셰프는 “녹색 병에 든 소주 말고 정밀하고 섬세하게 만든 고급 한국 술은 스카치위스키에 못지않게 풍부한 맛을 자랑한다”며 광주요에서 만드는 화요 소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식은 술도, 식재료도 그 음식을 즐겨 먹던 과거의 역사까지도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고급 식문화예요. 그런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고 요리하는 것이야말로 요리사가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이번 방한 기간 동안 한식 양념을 연구해 새롭게 개발할 계획이다. 그중 하나가 어떠한 한식에도 활용할 수 있는 칠리 소스다. 한식은 우리가 아는 맛, 기억하는 맛이기 때문에 양념 같은 약간의 부가적인 요소만 활용해도 한결 만들기 쉽고 맛있어진다는 게 그녀의 신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