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서울미식 100선’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디저트 플레이스 세 곳을 찾았다.
전통과 현대의 교차점, 1994서울


유자약과

양면과

개성경단

밤 타락죽

찻자리
차와 다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이 늘어나고 있지만, 한국 전통 다과에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곳은 드물다. 지난해 문을 연 1994서울은 그 공백을 메우며 서울미식 100선 디저트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절기에 맞춘 주제로 두 달마다 새롭게 구성되는 다과 차림은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전통 병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번 11월과 12월은 스무 번째 절기인 ‘소설(小雪)’을 주제로 한 겨울 다과 차림이 마련됐다. 메뉴는 차와 페어링된 두 코스와 마무리 수정과로 구성된다. 시작은 1994서울의 시그니처 티인 강귤차를 모티브로 해서 우리나라 전통 홍차인 하동 잭살차, 제주 귤피와 국산 생강을 블렌딩해 따스하고 깊은 풍미를 담았다. 이 한 잔의 차가 전통의 뿌리를 현대적으로 끌어내는 1994서울의 철학을 엿보게 했다. 첫 번째 코스는 밤 타락죽으로, 왕의 보양식으로 알려진 타락죽에 볶은 찹쌀가루의 고소함과 푹 찐 밤의 달콤함을 더했다. 타락죽 위에는 갈아낸 밤이 곱게 얹혀져, 첫 숟가락부터 겨울의 포근함을 맛볼 수 있었다. 이어진 두 가지 다과는 전통 병과의 매력을 다양한 식감으로 풀어냈다. 은행 잣편은 보슬보슬한 설기떡에 은행과 잣의 고소한 풍미가 어우러졌다. 반면, 양면과는 바삭한 튀김 과자로 잣과 생강의 맛을 한껏 살린 고소함이 돋보였다. 두 번째 코스에서는 목책철관음 비새차와 개성경단이 함께 등장했다. 찹쌀경단을 조청과 고운 팥가루인 경앗가루에 여러 번 묻혀 만든 떡인데, 모래처럼 알알이 살아 있는 독특한 식감을 선사한다. 참기름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감칠맛이 조화롭게 어울려 목넘김은 의외로 깔끔하다. 여기에 유자 약과가 곁들여졌는데, 바삭한 약과와 상큼한 유자의 조화가 절묘하며, 잣가루가 기름기를 덜어줘 한결 가볍게 즐길 수 있다. 마무리는 건시 수정과가 제공된다. 계피보다 생강 향이 중심이 되어 기존 수정과와 차별화된 깔끔한 맛과 은은한 곶감의 단맛을 선사한다. 1994서울의 다과 차림은 전통과 현대,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의 경계를 부드럽게 허문다. 익숙한 전통 병과에서 신선한 해석을 발견하며, 다음 절기의 차림이 벌써 궁금해진다. ‘소설’ 다과 코스는 1인 6만8000원.
INSTAGRAM @1994seoul.yeonnam EDITOR 원하영
한남동의 프라이빗 디저트, JL 디저트바

트러플 몽블랑

피스타치오 타르트

JL
서울의 미식 지도를 갱신하는 ‘Taste of Seoul 100’에 선정된 JL 디저트바는 고급스러운 프라이빗 공간에서 파인다이닝 스타일의 디저트를 선보이는 곳이다. 디저트는 단순한 후식 그 이상의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서, 복합적인 맛과 텍스처를 기대하며 방문했다. 파티시에 저스틴 리가 운영하는 이곳의 가을 시그니처 메뉴는 제철 재료를 활용한 트러플 몽블랑과 이스파한 소르베를 곁들인 피스타치오 타르트다. 처음 한입 베어 문 몽블랑은 부드럽고 달지 않은 깔끔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밤 퓨레의 크리미함과 바삭한 머랭의 텍스처가 조화를 이루는 듯했지만, 끝맛이 다소 답답하게 남아 아쉬움을 줬다. 피스타치오 타르트는 로즈 맛의 이스파한 소르베가 보기 좋게 올려져 있었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을 만한 독창성은 부족했다. 마지막으로 주문한 JL은 셰프의 얼굴을 형상화한 독특한 비주얼로 눈길을 끌었다. 딸기, 재스민, 바닐라가 어우러진 디저트로 시원함이 느껴지는 첫 맛에 이어 따뜻한 케이크를 먹는 듯한 텍스처로 이어져 독특했다. 전반적으로 모든 메뉴가 ‘파인다이닝 디저트’라는 컨셉트에 부응할 만한 강렬함은 부족했다는 것이 사실이다. 플레이트에 정성스럽게 담긴 디저트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메뉴에 대한 설명조차 없었다는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며 리뷰 몇 가지 살펴보니 이는 여러 해 동안 꾸준히 지적되어온 부분으로서, 고급스러움과 차별화된 공간을 지향한다면 응당 다듬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조용히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연말연시라면, 한 번쯤 방문해볼 만하다.
INSTAGRAM @jldessertbar EDITOR 원지은
익숙함과 새로움의 조화, 재인

검은 해치

해치 칵테일

배 샤를로뜨와 블랙베리 칵테일
번화한 한남동 뒤쪽 골목에 위치한 재인은 개조된 주택 2층에 위치한 디저트 가게다. 간판이 작고 외관이 한적해 여유롭게 들어섰다가는 극악한 웨이팅 시간에 놀랄 수 있다. 이곳 손님들은 방문할 때부터 대기를 각오하고 오기 때문인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은 후에는 시끄럽게 줄을 형성하는 대신 근처에서 조용히 기다리는 걸 택하는 듯하다. 보통의 디저트 가게라면 언제 올지 모르는 내 차례를 기다리는 대신 포장이라는 옵션을 택하겠지만, 카페 대신 칵테일바가 마련된 이곳의 특수성은 기꺼이 1시간이란 기다림을 감수하게 해줬다. 특이한 점은 대기 등록할 때 디저트값을 미리 결제한다는 것. 보통은 자리에 착석한 후 천천히 메뉴를 결정하는 편인지라 살짝 당황하는 순간이 있었다. 마침 방문한 기간에는 지난 11월 8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서울미식 주간을 기념해 특별메뉴 ‘해치’가 준비돼 있었다. ‘서울 해치’와 ‘검은 해치’가 있는데, 그중 된장 캐러멜이 들어갔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 ‘검은 해치’를 주문했다. 들깨 크림과 된장 캐러멜의 조합은 입안에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풍미를 남겼다. 계속 먹으면 자칫 느끼할 수 있는 크림 맛을 된장 캐러멜의 짭조름한 맛과 함께 캐러멜라이징된 사과가 완벽하게 잡아내 조화를 이룬다. 함께 주문한 에그노그 칵테일 ‘해치’는 ‘서울 해치’의 현미, 깨, 곶감, 생강을 이용해 만든 따뜻한 음료로, 크리스마스 시즌 음료로 내놔도 인기가 좋을 것 같다. 이후 주문한 ‘배 샤를로뜨’는 재인의 메인 메뉴 중 하나인데, 첫입에 느껴지는 배의 싱싱하고 아삭한 식감 이후엔 바닐라 크림의 부드러운 단맛이 입안에 퍼진다. 리치하다기보다는 깔끔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하다. 마지막으로 평소 단 음식을 즐기지 않아 오랜만에 ‘열일’하는 혀를 달랠 겸 마신 블랙베리 칵테일 한 모금은 상큼하게 입안을 적시며 호사를 누리던 입의 밸런스를 맞춰줬다. 참고로 꼭 바를 이용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이곳에서 포장한 디저트를 근처 제휴 커피숍에서도 즐길 수 있다. 방문 예약만 가능하고, 디저트 메뉴는 선결제, 음료는 후결제.
INSTAGRAM @pattiserie.jaein EDITOR 문혜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