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of Table

Art of Table

Art of Table

심미안을 자극하는 푸드 크리에이터 네 팀의 도발적인 식탁.

증류주의 풍미와 유동적으로 반사되는 질감을 표현한 디너 전시 전경. Tequila 1800.

마이애미 알코바 디자인 페어에 설치된 <1033 Tangerines> 식용조각 인스톨레이션.

식용 조각의 꽃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 그래픽 디자인과 아트 디렉션을 전공한 엘레나 페트로시안 Elena Petrossian과 멕시코 시티에서 산업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베로니카 곤잘레스 Verónica González가 우연히 만났다. 듀오 아티스트 그룹 ‘아나나스 아나나스 Ananas Ananas’는 푸드라는 큰 세계에 예술적 비전과 삶의 목표를 녹여낸 그들만의 신선한 위트가 돋보인다. INSTAGRAM @ananas____ananas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음식과 예술에 진심인 아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여성 듀오 팀입니다. 음식이라는 재료를 통해 문화적, 언어적 장벽을 허물고 이를 예술적 언어로 풀어냄을 목표로 삼아 작업하고 있습니다. 식용 조각을 활용한 설치미술과 다이닝 경험을 선보이는 동시에 음식 생산 시스템을 재고하고,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실천하는 데 깊은 관심이 있습니다. 현재는 다양한 국제 아트 페어와 함께 실험적인 방식으로 작업하며, 조형 작업을 넘어 영상과 공간 디자인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중입니다.
아나나스 아나나스 팀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집념이 강한 Driven!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2024년 12월 마이애미에서 열린 알코바 디자인 페어에서 선보인 <1033 Tangerines>라는 설치 작품입니다. 처음으로 디자인 페어에 참여해 단독 아티스트로서 우리 작업을 선보였고, 디자인 세계에서 음식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서 더욱 특별했습니다.
작업할 때 영감이 되는 것은? 멕시코 외딴 해변의 현지 음식, 갤러리에서 본 조각의 질감, 철물점에서 발견한 나사의 형태 등 일상의 사소한 것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브랜드와 협업할 때는 주어진 컨셉트에 집중하지만, 창의적 자유가 있을 때는 우리가 최근 경험한 것, 먹은 것, 어린 시절 기억 속 감정적으로 강렬했던 순간을 이야기하며 소통하는 것을 즐깁니다.
어린 시절 떠오르는 좋은 기억이 있다면?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존재는 언제나 주방에서 요리하던 어머니입니다. 손끝으로 식재료의 변화를 느끼며, 과정 하나하나에 사랑 담는 법을 가르쳐주셨습니다. 특별한 기술이라기보다 직관에 가까운 그들의 따뜻한 마음에서 음식이 단순히 요리를 넘어 하나의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패션 브랜드 파르포이스 Parfois를 위한 식용 버터 케이크.

파리에서 직접 셀렉한 빈티지 접시들로 쌓아올린 실버 케이크 Silver Cake.

크리에이터 수사샤와 세라믹 아티스트 누리와 협업한 액세서리 컬렉션 공간으로 드레이핑된 패브릭과 실버 소재가 장식적 미감을 더했다.

섬세한 위트

플라워 어레인지먼트, 세트 디자인, 테이블웨어 디자인 등 분야를 넘나들며 세계적인 브랜드와 협업하는 포르투갈 베이스의 디자인 창작 듀오 센타 CENTÁ. 섬세한 미감이 돋보이는 이들의 작업 세계는 많은 사람에게 영감의 원천이 된다. INSTAGRAM @centa_project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공동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빅토르 콤스키 Viktor KomskiI와 레라 스프리나 Lera Spirina입니다. 센타라는 브랜드 운영과 함께 예술 오브제 창작을 주로 하는데, 특히 최근 파리라는 매력적인 장소에서 작업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소재로 작업하는 것 또한 신선한 자극이 되며, 언제나 호기심을 품은 채로 진정성과 독특함을 유지하는 것을 센타의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가장 자랑스러운 프로젝트가 있다면? 특히 리스본에 위치한 한 비스트로의 컨셉트부터 디자인, 크리에이티브 디렉션까지 담당한 경험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작업 기간이 가장 길었으며, 우리의 모든 역량과 창의력을 총동원한 작업이었습니다. 또한, 최근 파리에서 진행된 아일릿 프렌즈 × 아크네스튜디오 ILLIT Friends × Acne Studios 이벤트의 무대 연출도 흥미로운 작업 중 하나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뛰어난 인재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기회, 프로젝트의 규모, 그리고 다양한 도전을 해결해나가는 과정 덕분에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과정 중 모든 결정이 하나의 배움이 되었고, 최종 결과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감동과 자부심이 그 작업의 가치를 더욱 높였습니다.
앞으로 준비하고 있는 작업 방향성은? 파리에서 팝업을 열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책을 출판하고, 다른 창의적인 아티스트 및 브랜드와 협업할 기회를 찾고 싶습니다.
작업해보고 싶은 소재가 있다면? 패브릭, 종이, 꽃 같은 유연한 소재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저는 일상적인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을 즐기며, 전통과 현대적인 디자인을 조화롭게 결합하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엔 음악도 하나의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되곤 합니다.
가장 큰 영감을 받는 곳은? 빈티지 레스토랑에 방문하는 것을 즐기는 편입니다. 그곳의 감도 높은 인테리어를 통해 많은 영감을 얻으며, 다양한 스타일적 접근을 관찰하여 현대적인 공간에 접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에서 영감받아 장미꽃 모양의 딸기로 연출한 로즈 판나코타.

프랑스 니스의 마티스 미술관에서 영감받은 ‘피시 글라스 크래커 Fish Glass Crackers’.

각종 치즈 조각과 크래커로 구성한 물고기 모양의 플레이팅.

하트 모양의 파이를 담아낸 사랑스러움이 돋보이는 테이블 세팅.

낭만을 담은 테이블

한국과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셀린 루소 Celine Rousseau는 ‘테이블 위에 지적인 즐거움’ 주는 것을 모토로 작업한다.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동서양을 넘나드는 사랑스러운 레시피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INSTAGRAM @celineyrs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이름은 셀린 루소 Celine Rousseau이고, 푸드 아티스트이자 스타일리스트, 때때로 ‘요리 예술가’로 불리며 동시에 작가이기도 합니다. 음식이 단순히 한 끼를 넘어 감각을 깨우는 경험이 될 수 있게 하는, 매력적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빠진 취미가 있다면? 오프라인과 온라인 빈티지 숍에서 직접 테이블웨어, 액세서리, 서적 같은 사랑스러운 빈티지 아이템을 찾는 데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빈티지 요리책과 일러스트 책을 좋아하죠.
가장 애정이 가는 작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지난해에 첫 번째 요리책 ≪라 테이블 바이 셀린 La Table by Celine≫을 출간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1년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쏟았죠. 어린 시절의 향수를 생생하게 담은 60가지 레시피 책입니다. 레시피 개발부터 스타일링, 사진 촬영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맡기 때문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그만큼 보람찬 프로젝트였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방향과 추구하고 싶은 작업은 무엇인가요? 저는 ‘아르드 데 비브레 Art de Vivre’ 프랑스식 삶의 예술이라는 철학을 중심으로 창작하고 있습니다. 일상의 순간을 음미하고, 단순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으며,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삶의 방식입니다.
주로 버터와 치즈를 활용한 작업이 많은데, 최근 눈여겨보고 있는 재료가 있나요? 여전히 자연적인 재료, 특히 과일과 버터, 치즈에 끌립니다. 다양한 형태와 색감 덕분에 창작의 재미를 느끼죠. 버터는 맛뿐만 아니라 녹거나 형태가 변하는 등 예상치 못한 변화를 보이기 때문에 더욱 흥미로운 소재입니다.
인상 깊은 레스토랑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런던의 리츠 레스토랑 Ritz Restaurant입니다. 우아한 분위기, 완벽한 서비스, 그리고 클래식한 요리까지 시대를 초월한 품격을 갖추고 있어 모든 디테일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클래식한 미학과 세심한 디테일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경험이었고, 그 덕분에 빈티지 실버웨어에 영감을 받았습니다.

가수 로제 ROSÉ의 신곡 발매 기념 리스닝 파티 테이블.

노란 버터크림의 색감이 돋보이는 브랜드 나르카의 케이터링.

직조기를 이용하여 식자재를 자유분방하게 배치한 행잉 인스톨레이션.

식탁 위 발칙한 상상

음식만이 가지고 있는 흥미로운 매력에 빠져 이를 매개로 VMD, 프롭 프로덕션, 케이터링, 파티 기획 등을 무한한 영역에서 작품 세계를 펼치며 인기 브랜드로부터 수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무엇이든 최초의 장르가 되고자 하는 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이 기대된다. INSTAGRAM @efgmeanseggandfig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에그 앤 피그 Egg and Fig의 줄임말인 ‘EFG’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아티스트 프로덕션입니다. 무화과는 인류가 최초로 재배한 과일, 달걀은 시대와 국가를 떠나 식문화에서 빠져선 안 될 중요한 식자재라는 점에서 EFG의 모토와 교집합을 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푸드 아티스트, 공간 디자이너, 이벤트 프로듀서, 전시 기획자 등 영역에 한계 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신선한 자극을 좇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가장 애정이 가는 작업이 무엇인지, 또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난해 첫 EFG 자체 이벤트가 기억에 남습니다. 삶은 달걀과 메추리알, 소금 산, 커다란 무화과 케이크, 무화과를 인퓨즈드한 진 칵테일을 준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꾸밈 없는 발칙한 케이터링이 가장 우리다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작업 방향성과 도전하고 싶은 또 다른 작업이 있다면? 온라인 속 단순한 평면 작업이 아닌 실제로 상상할 수 있고 신선한 자극을 경험시켜주는 팀이 되고 싶습니다. 또한 재료에 제한 없이 큰 스케일로 만드는 작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 최근 도쿄 여행 중 우연히 들른 바 언노운 Bar Unknown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각종 차를 직접 우려내어 만든 그곳만의 특별한 진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인데 도쿄에 방문한다면 한번쯤 들러보길 추천드립니다.

CREDIT

에디터

TAGS
The Artful Bar

The Artful Bar

The Artful Bar

화려한 도시 속에서 특별한 한잔을 원한다면 이곳을 주목하자.

은밀한 미식과 예술의 성지에서 독창적인 칵테일이 새로운 감각을 선사한다.

 

라스베이거스, 더 볼트
화려한 엔터테인먼트의 정점에 선 도시, 라스베이거스. 그중에서도 벨라지오 호텔은 웅장한 규모와 럭셔리한 분수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로 그 카지노 플로어의 금빛 문 뒤에는 프라이빗 칵테일 바, 더 볼트 The Vault가 숨겨져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무라카미 다카시의 오리지널 작품이 손님을 반기며, 메인 호스트 스탠드는 거울과 골드 마블로 장식해 세련미와 공간감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더 볼트가 진정 특별한 이유는 희귀한 빈티지 컬렉션에 있다. 1930년대 레미 마틴 코냑 Rémy Martin Cognac부터 1960년대 바카디 Bacardi, 리카 베르무트 Ricard Vermouth 등 역사 속에나 존재할 법한 전설적인 주류들이 이곳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더 볼트의 시그니처 칵테일은 단순히 한잔을 넘어 하나의 작품에 가깝다. 클래식 맨해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리버티 토치 Liberty’s Torch’는 시트러스 향이 강조된 칵테일로, 특별 제작한 샤프란과 오렌지 스위트 베르무트, 그리고 바닐라 팅크가 더해져 우아한 감성을 자아낸다. 여기에 부드러운 A5 와규 산도, 캐비어를 듬뿍 올린 크림과 함께 즐기는 바삭한 포테이토 칩 등 미각을 사로잡는 럭셔리한 핑거 푸드까지 곁들여진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완벽한 경험이 될 것이다. ADD 3600 South Las Vegas Boulevard Las Vegas, Nevada, Las Vegas, NV, US INSTAGRAM @thevaultbellagio

뉴욕, 더블 치킨 플리즈
뉴욕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는 칵테일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인 공간, 더블 치킨 플리즈 Double Chicken Please가 자리한다. 공동 창립자 GN 찬과 페이 첸은 ‘디자인 해킹 Design Hacking’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칵테일 문화에 도전장을 던지고 새로운 미각 경험을 창조하고 있다. 특히 GN 찬은 선천적으로 술을 못 마시는 체질이지만, 오히려 상상력을 발휘해 더욱 독특한 재료 조합을 선보인다. 매장도 서로 다른 두 가지 컨셉트의 공간을 운영하는 독창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먼저 만나는 공간은 ‘프리 레인지 Free Range’다.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전통적인 사이더 탭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공간으로서, 예약 없이 가볍게 들러 캐주얼한 칵테일과 스낵을 즐길 수 있다. 내부에 숨겨진 미드센추리 스타일의 라운지, ‘더 쿱 The Coop’에서는 한층 더 실험적이고 감각적인 칵테일과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데킬라와 꿀을 곁들인 ‘콜드 피자 Cold Pizza’, 오이와 라임 주스, 바카디를 믹스해 만든 ‘재패니즈 콜드 누들 Japanese Cold Noodle’ 칵테일 등 더블 치킨 플리즈의 메뉴는 음료를 넘어 미식 탐험에 가깝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대만식 프라이드 치킨 샌드위치도 놓치지 말자. ADD 115 Allen St, New York, NY 10002, US INSTAGRAM @doublechickenpleasenyc

싱가포르, 아틀라스 바
싱가포르의 역사적인 부기스 중심부, 상징적인 건물중 하나인 파크뷰 스퀘어 1층에 자리한 아틀라스 바 Atlas Bar. 오픈하자마자 월드 50 베스트 바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주목을 받았고, 이후 아시아 50 베스트 바 리스트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1920년대 유럽의 화려한 아르데코 문화와 재즈 시대에서 영감을 받은 이 공간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들어서자마자 눈을 사로잡는 것은 아틀라스의 상징적인 진 타워 Gin Tower. 높이가 무려 8m에 이르며, 전 세계에서 엄선된 진 1300여 병을 보유하고 있다. 시그니처 메뉴 역시 진을 베이스로 한 ‘아틀라스 마티니 Atlas Martini’. 런던 드라이 진과 암브라토 베르무트에 시트러스 향과 샴페인 비네거를 블렌딩해 부드러운 맛을 더했다. 진 타워 아래에는 로즈 골드 샴페인 룸이 자리하고 있으며, 200개 이상의 명품 빈티지와 세계적인 샴페인 하우스의 컬렉션도 볼 수 있다. 샴페인과 함께 즐기는 애프터눈 티도 운영해 오후부터 깊은 밤까지 정교하게 큐레이션된 다이닝과 드링킹을 경험할 수 있는 점도 특별하다. ADD Ground floor, 600 N Bridge Rd, Parkview Square, Singapore INSTAGRAM @atlasbarsg

홍콩, 바 레온
오픈한 지 1년 만에 2024년 아시아 최고의 바 Bar라는 영광을 차지한 바 레온 Bar Leone. 홍콩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믹솔로지스트 중 한 명인 로렌조 안티노리가 오픈한 곳으로, 이탈리아식 클래식 칵테일을 선보인다. 단숨에 1위를 차지한 비결은 클래식 칵테일의 정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바 레온은 전통적인 바텐딩 예술에 경의를 표하며, 클래식 칵테일을 저개입 방식, 즉 장비와 증류기를 사용하지 않고 단순하게 칵테일 재료에만 주목해 믹솔로지스트의 개성과 재료 본연의 맛을 강조한다. 또한 로렌조가 자란 로마의 아이덴티티가 자연스레 녹아 있다. 로마의 전통적인 로컬 바에서 영감을 얻어 버번 오렌지 컬러의 벤치와 마호가니 스탠딩 바를 만들었다. 빈티지 축구 유니폼 등 이탈리아 대중 문화를 기념하는 요소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대표 메뉴 역시 로렌조의 어린 시절 즐겨 먹던 로마식 모르타델라를 채운 포카치아다. 그 덕분에 이탈리아의 우아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분위기에 쉽게 몰입할 수 있다. ADD 11-15 Bridges St, Central, Hong Kong INSTAGRAM @barleonehk

CREDIT

에디터

TAGS
One of a Kind

One of a Kind

One of a Kind

과거의 경험이 쌓여 오늘날의 정체성이 될 수 있도록. 오스틴 강 셰프만이 풀어나갈 수 있는, 묵정의 단 하나뿐인 한식 이야기.

묵정의 오겹살 요리. 직접 만든 홍삼된장소스에 오겹살을 2~3일간 숙성시킨 뒤 참나무에 4시간가량 훈연한다. 함께 서빙되는 장아찌는 고수, 셀러리, 연근, 갓, 아스파라거스.

검은 우물을 형상화환 묵정 내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오스틴 강 셰프가 유년 시절 접한 한국 음식은 보통의 한국인이 생각하는 한식과는 조금 달랐다. 멕시코, 중국, 일본, 브라질 등 다양한 문화권 출신의 이웃, 친척과 함께 즐기던 김치, 전, 훈제갈비와 샐러드, 살사소스와 와인까지. 그것이 오스틴 강 셰프가 생각한 한정식이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은 한식을 풀어가는 것이 큰 숙제가 된 이유이자,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그의 정체성을 계속해서 요리에 반영하는 이유 또한 이 때문이다. 그러던 중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서 ‘본업도 잘하는 남자’로 출연해 안성재 셰프에게 들었던 코멘트는 셰프로서 걸어온 지난 여정을 되돌아보게 했다. ‘여러 국가의 콘셉트를 너무 강요한다’는 것. “안성재 셰프님도 미국에서 오래 생활했다 보니, 제 입장을 잘 아셨을 거예요. 영어로 길게 대화를 나누고 나니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더라고요. 너무 급하게 임팩트만 생각한 맛이었던 거죠. 사실은 방송 촬영 전 새로운 레스토랑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말을 곱씹은 뒤 처음부터 새롭게 리브랜딩을 했어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지금의 묵정. 지난해 11월 중구 묵정동에 오픈했는데, 한국 발효음식에 서양식의 느낌을 가미한 퓨전 한식 레스토랑이다. 처음부터 다시 식당 준비를 하고 메뉴를 개발하는 동안, 그는 세 가지 질문을 머릿속에 품었다. 요리를 시작한 이유와 자신의 출신지, 그리고 앞으로 한국에서 하고 싶은 것.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은 두 가지였다. 건강한 식단의 음식을 만들고, 그 음식을 통해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제가 수영, 수구 선수 출신이기도 하고 모델 일도 하다 보니 식단에 대해 많이 생각하거든요. 음식을 보면 열량과 탄수화물, 단백질 비중부터 살피고 나서, 이것이 소화가 잘 될 음식인지, 다음날엔 얼마나 부을지 생각해요.”

묵정의 캐주얼한 유니폼을 입고 있는 오스틴 강 셰프.

항아리와 한지 조명으로 인테리어에 한국적 미감을 더했다.

마침 5년 전 후니 킴 셰프를 통해 한식 치유 공간 ‘오지나’의 백운 고문 가족과 인연을 가졌던 그였다. 당시 1년 동안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한식의 역사, 식재료의 농사법과 발효 과정은 물론 미생물과 유산균의 작용까지 공부했던 셰프는 김치, 멸치액젓, 홍삼 된장과 간장 등 한국의 발효 식재료들을 직접 담가가며 그 가능성을 봐왔다. 이를 활용해 메뉴로 개발할 당시 프렌치 식당을 운영한 경험을 살려 양식 조리법을 가미한 퓨전 요리를 선보이면서도, 한식에 대한 존중심을 담아 한국의 색을 더 살리기로 결정했다. ‘영양이 풍부하면서도, 많이 먹어도 불편하지 않은 요리’라는 키 테마는 자주 먹는데도 불구하고 깔끔하게 소화되는 스태프 밀에서 힌트를 얻었다. 한국의 발효 음식에 낯설어하는 외국인 손님을 위해 향이 강한 음식의 맛을 조절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과거 김치조차 먹기 힘들어했던 자신의 경험을 반영한 것이다. 그렇게 건강한 동시에,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오스틴 강 셰프의 경험과 정체성이 녹아든 메뉴들이 탄생했다. 참나무를 통해 훈연한 비프 립 요리나, 오겹살 메뉴도 그 일부. 훈연할 때 자주 쓰이는 미국의 사과나무 대신, 한국 참나무를 사용한 것도 의도한 바다.

묵정의 비프립 요리. 찹쌀고추장소스에 마리네이드한 립을 2~3일 숙성시키고 참나무에 4시간가량 훈제한다.

묵정의 2층 공간.

웰컴 드링크로 제공되는 콤부차.

묵정은 식당이 위치한 묵정동의 어원인 ‘검은 우물’에서 모티브를 따서 만든 공간이다. 1층엔 우물을 형상화한 공간이 있고, 웰컴 드링크 콤부차는 청정한 물을 의미하는 동시에 발효 음료라는 점에서 묵정의 아이덴티티를 잘 나타내기도 한다. ‘아이덴티티’라는 단어는 그와 대화하는 동안 반복해서 등장했다. 묵정을 오픈한 지 이제 약 3개월이 지난 시점, 오스틴 강 셰프는 그와 자신이 만든 요리의 정체성에 대한 해답을 어느 정도까지 찾았을까? “실마리는 조금 찾았지만, 아직은 더 많이 찾아야 해요. 그래도 제가 지금까지 한 것 중 제일 재미있어요.” <마스터 셰프 코리아 4>로 대중 앞에 처음 등장해 9년이 흐른 지금, 앞으로 9년 뒤의 목표를 묻자 솔직하게 “망하지 않는 것”이라고 미소 지으며 말한 그다. 실제로 오스틴 강 셰프는 자신이 개발한 메뉴의 소화도와, 건강적인 효능 등을 측정해보기 위해서 한동안 묵정의 요리만 먹고 철인 3종 경기까지 직접 뛰었다고 한다. 그는 이 정도로 ‘본업’에 진심이다.

묵정의 빙수. 발효한 유기농 흑설탕 얼음에 직접 만든 연유를 올린 것이 특징.

오스틴 강 셰프.

요리를 훈연할 때 쓰이는 참나무 장작과 오븐.

묵정의 내부 공간.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이현실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