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만나는 프렌치 다이닝, 르 쉔.

맨해튼에서 맛집이 밀집한 웨스트빌리지, 그중에서도 카마인 스트리트 Carmine Street는 짧은 구간의 거리 안에 유명 레스토랑이 이어지는 골목이다. 국적도 분위기도 제각각인 식당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이곳에, 유행을 좇기보다 프렌치 다이닝의 기본에 집중한 레스토랑 르 쉔 Le Chêne이 문을 열었다. 프랑스계 스튜디오 프레드 인테리어스 Fred Interiors는 자신들에게 익숙한 파리의 미감을 바탕으로 절제된 톤과 소재에 집중해 공간을 구성했다. 크림 톤의 벽을 따라 아르데코 벽등이 은은하게 빛나고, 붉은 패브릭으로 마감한 벤치, 앤디 워홀과 장 미셸 바스키아의 판화가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공간에 포인트를 더한다.

르 쉔은 프랑스 출신 셰프 알렉시아 두쉔 Alexia Duchêne과 남편 로난 두쉔 르 메 Ronan Duchêne Le May가 함께 설립했다. 주방 창 너머로 접시를 내보내는 알렉시아와 홀을 이끄는 로난의 호흡에 맞춰 공간은 일사불란하면서도 여유롭게 움직인다. 스물세 살에 프랑스판 요리 프로그램 ‘톱 셰프’에서 준결승에 오르며 주목을 받게 된 알렉시아는 파리와 런던을 거쳐 뉴욕에 정착했다. 그는 자신의 요리를 가장 또렷한 형태로 펼쳐 보이기 위해 르 쉔을 연 것이다. 메뉴는 프랑스 정통 레시피를 바탕으로 하되 뉴욕의 로컬 식재료를 유연하게 끌어들인다.



시그니처 피티비에 테르 에 메르 Pithiviers Terre & Mer는 감자 그라탕과 돼지고기, 훈제 장어를 퍼프 페이스트리 안에 차곡차곡 쌓아올린 요리다. 고기와 해산물이 촘촘히 포개진 단면만 봐도 한 접시에 얼마나 많은 손길이 스며드는지 알 수 있었다. 메이플 시럽과 시소를 더한 새우 타르틀렛, 레드 페퍼 퓌레 위에 우니를 올린 프렌치 토스트 역시 작지만 밀도 높은 한입을 남긴다. 클래식부터 희귀 빈티지까지 아우르는 40페이지 분량의 와인 리스트 앞에서는 소믈리에의 추천을 받아도 좋다.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낸 공간에 프렌치 디스코와 재즈가 잔잔히 흐르는 르 쉔, 이곳은 뉴욕이 파리에 투영한 환상을 재현하기보다 프렌치 다이닝의 기본을 충실히 옮기는 데 집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