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장인정신이 깃든 바카라의 헤리티지에 한국적 미감이 절제된 균형으로 스며든 바카라 바. 동서양 크래프트맨십이 교차하며 빚어진 공간의 서사, 그 기획의 중심에 선 세 사람을 만났다.

제니스 샹들리에의 빨간 빛과 붉은 옻칠 패널이 극적인 대비를 이루는 바카라 바의 메인 공간.
공간을 기획한 강준구, 유일선, 김범수 대표.

“‘한국적인 디자인’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세요?” 2025년 12월 초 새롭게 문을 연 바카라 바를 찾았을 때, 공간을 디자인한 에리어플러스 유일선 대표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보통 달항아리 같은 조선시대 요소들만 생각하는데, 사실 그 전 고려시대의 고려청자만 봐도 화려하고 장식적인 요소들이 돋보이곤 하죠. 오늘날의 공간은 조선의 단아함에만 너무 치우쳐 있었던 거예요. 하지만 이런 곳에는 고려시대의 화려함이 조금 더 공간의 성격에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작업을 의뢰받고 가장 먼저 떠올린 그림은 ‘동서양 최고의 크래프트맨십의 만남’이었다. 바카라가 가진 역사와 클래식한 아우라가 드러나는 동시에, 옻칠을 비롯한 한국 전통 기법과 수공예로 작업한 기물의 질감이 드러나도록 하는 것. 그렇게 우아하고 화려하면서도, 은밀하고 프라이빗한 바카라 바만의 공간이 완성됐다.

입구에서 계단을 내려다보면 바카라 샹들리에가 반쯤 가려진 채 방문객을 맞이한다.
복도 코너를 도는 순간 마주하는 제니스 샹들리에 48구.

유구한 헤리티지를 가진 바카라의 공간에 한국의 전통 기법을 더할 수 있었던 것은 브랜드를 한국에 전개하고 있는 ADV코리아 강준구 대표와 라디 컴퍼니의 김범수 디렉터의 집념 덕분이었다. “프랑스나 뉴욕에 위치한 바카라의 바도 물론 좋지만 그걸 복제하고 싶지 않았어요. 서울에서 외국에 있는 공간이나 트렌드를 카피해서 들여올 시기는 이미 지났고, 이제는 우리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하거든요. 바카라의 샹들리에나 글라스는 그 자체로 빛나고 완벽한 오브제인데, 주변을 둘러싼 공간까지 과하게 화려해지면 오히려 그 본연의 매력을 흐릴 수 있겠다 싶었죠. 그런 면에서도 한국적인 감성과 디자인을 더하는 편이 오브제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방향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에리어플러스만이 유일한 선택지였고요.” 바카라와 에리어플러스 모두 ‘크래프트맨십’에 기반하여 이를 지향해온 브랜드인 만큼, 유일선 대표는 바카라 바에 대한 디자인적 방향성을 자연스럽게 도출해낼 수 있었다. “이곳에 배치된 가구 중엔 기성품이 없어요. 프라이빗 룸의 법랑 스틸 가구와 커스텀 커피 테이블, 레드 옻칠 병풍 파티션과 핸드메이드 백동 나비 경첩 등은 모두 수공예로 완성된 겁니다.”

핸드 카빙 우드, 전통 옻칠 패널, 스틸, 바카라 크리스털이 서로 대조와 조화를 이룬다.

공간은 진입부, 두 개의 프라이빗 룸, 그리고 홀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하나의 경험적 시퀀스를 형성한다. 계단과 복도를 따라 들어서는 입구는 조명의 연출과 크리스털 타일의 반짝임을 통해 기대감을 서서히 고조시키며, 코너를 도는 순간 높이 194cm의 48구짜리 제니스 샹들리에가 드라마틱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이어지는 거울 공간은 수백 개 조명이 반사되며 영화 같은 장면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모두 유일선 대표의 철저한 계산 아래 설계된 것이다. 이어지는 두 개의 프라이빗 룸은 확연히 다른 성격을 가진 덕에 공간의 내러티브를 한층 더 정교하게 구축한다. 블랙 컬러의 제니스 누아 샹들리에가 자리한 첫 번째 룸이 블랙 테마와 핸드메이드 스틸 바 중심으로 한 남성적인 공간이라면, 밀 누이 샹들리에가 배치된 두 번째 룸은 오벌 테이블과 베이지 톤, 그리고 한국 고가구에서 영감을 받은 커스텀 가구를 더해 여성스럽고 섬세한 분위기를 담았다.

제니스 누아 샹들리에가 자리한 프라이빗 룸은 블랙 테마와 핸드메이드 스틸 바가 중심이 된다.

가장 메인이 되는 중앙 홀에는 레드 빛을 띤 제니스 샹들리에와 네 개의 레드 옻칠 패널이 어우러져 동양적 레드와 크리스털 레드의 대비를 더욱 극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공간 전반에는 네 가지 재질이 서로 대조되고 조화를 이루며 존재합니다. 거칠면서도 동양적인 미감을 담은 핸드 카빙 우드, 삼베 질감이 은은하게 드러나는 전통 옻칠 패널, 차갑지만 섬세하고 매트한 광택을 지닌 스틸, 그리고 완벽하게 투명하게 빛나는 바카라 크리스털이 함께 어우러져, 동양과 서양의 크래프트 감성이 만나는 독자적 공간 경험을 완성하죠.”

바카라 크리스털 잔에 제공되는 칵테일 ‘골든 버블’과 ‘코스모폴리탄’.
한국적인 실루엣을 강조한 홍승완 디자이너의 유니폼이 돋보인다.

이러한 한국적 미학은 직원 유니폼과 같은 작은 디테일에도 통일되게 드러난다. 유니폼은 패션 브랜드 로리엣 Roliat을 이끄는 홍승완 디자이너의 작업이다. 너무 직선적이지 않은 동시에 풍성하게 몸을 감싸는 한국적인 실루엣을 위해, 활동이 많은 바텐더의 경우 핏을 과하게 강조하기보다는 움직임에 여유를 주는 볼륨감 있는 실루엣을 통해 우아함과 실용성을 동시에 담아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구성의 중심에 바카라의 존재감이 또렷하게 드러나야 한다는 점이었다. 바카라 크리스털 특유의 완벽한 투명함과 빛 투과, 반짝임을 가장 극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공간은 이를 받아들이고 반사하거나, 오히려 질감으로 흡수하는 다양한 재질의 조합을 택했다. 거울은 광채를 증폭시키는 매개체로, 샌딩 처리된 매트한 스틸은 그 반대의 질감을 통해 대비를 만든다. 여기에 브랜드의 상징인 레드 컬러는 과감하게 사용되기보다, 전략적으로 절제된 방식으로서 공간 전체에 강렬하고 응집력 있는 바카라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해냈다.

유광 메탈을 무광으로 샌딩 처리해 바카라 샹들리에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밀 누이 샹들리에가 배치된 룸은 좀 더 부드럽고 섬세한 분위기를 담았다.
한국 고가구에서 영감을 받은 붉은색 옻칠 병풍 파티션과 수공예 백동 나비 경첩.

강준구 대표는 바카라 바의 아이덴티티를 ‘화이불치(華而不侈)’, 즉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음이라는 말로 정의한다. “클래식함은 유지하되 진부함은 덜어내고, 화려함은 추구하면서도 과하거나 가볍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 번에 모든 것을 보여주기보다는, 조금씩 절제해가며 고객이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해요.” 실제로 유일선 대표가 공간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언급한 키워드 역시 ‘화려함’과 ‘은밀함’, 그리고 ‘절제’다. “은밀함은 결국 화려함과 연관될 수밖에 없어요. 과거 왕이나 귀족만 해도, 특별한 자리를 가질 때 소박하고 개방적인 장소보다는 은밀하고 폐쇄적인 공간을 찾곤 했을 테니까요.” 그리고 은밀함은 한 번에 드러나지 않는다. “바의 메인 공간으로 들어서기 전, 복도에 위치한 대들보와 기둥 또한 의도된 것이라는 걸 단 한 번의 방문으로 눈치챌 수 있을까요?” 화려함의 과시보다는 절제된 구성과 밀도 높은 내러티브를 통해 방문자의 감각을 유도하는 것. 천천히 읽히는 이야기로서의 공간을 완성하는 섬세한 연출이야말로, 바카라 바가 지향하는 가장 정제된 방식의 환대일 것이다.

ADD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313

에디터 | 문혜준
포토그래퍼 | 박상국
Updated viewCount. Affected rows: 1 Updated viewCount. Affected rows: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