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템퍼러리 중식부터 정통 광둥요리까지, 서로 다른 장르와 철학이 자유롭게 공존하는 상하이에서만 만날 수 있는 섬세한 미식의 장.
재기 넘치는 실험의 장, Obscura


‘옵스큐라 Obscura’는 사천 출신의 젊은 셰프 지안장 Jian Zhang이 이끄는 파인다이닝으로, ‘중식을 더 중국답게’ 만든다는 모토 아래 동시대적 해석을 덧입힌 공간이다. ‘모호함’을 뜻하는 이름처럼 이곳의 요리는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유도하며 실험적인 시도를 잇는다. 대표 메뉴 ‘8초 지오덕’은 백합류 일종인 왕우럭조개를 고온에서 단 8초간 볶아 향을 가두고, 감칠맛을 한순간에 끌어올린 요리다. 다시마와 녹두 퓌레, 부드러운 달걀찜이 층을 이루며 해산물의 담백함을 길게 이어준다. ‘솔잎 소스 쌀떡’은 셰프의 고향 강한평야에 대한 기억에서 출발한 요리인데, 쫀득한 식감 위로 맑게 올라오는 풀내음이 일품이다. 한 편의 수묵화를 연상케 하는 공간 구조 또한 인상적이다. 곡선형 카운터를 중심으로 대나무와 어두운 금속이 대비를 이루며, 낮은 조도 속에서 식사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12석으로 이루어진 1층 테이블은 몰입형 테이스팅 경험을, 2층은 고전적인 미감을 강조한 프라이빗 공간을 제공한다.
ADD No.538-2 Xikang Road, Shanghai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감각의 미학, Ling Long


‘링 롱 Ling Long’은 본래 ‘정교하고 섬세하며 투명한’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오너셰프 제이슨 리우 Jason Liu가 레스토랑에 이러한 이름을 붙인 이유는 명확하다. 중국요리의 뿌리 깊은 유산을 들여다보고, 그 본질을 재현해내겠다는 목표를 투영한 것이다. 열네 살에 요리의 길에 들어선 후, 대만과 베이징의 유수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며 서양 조리법을 체득해온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리-파인 다이닝 Re-Fine Dining’이라는 개념을 전개하고 있다. 전통을 해체하거나 비튼다기보다, 정교하게 조율된 ‘정제’를 통해 오늘날의 중식을 선보이겠다는 취지로, 요리는 ‘선’이라는 한 글자로 귀결한다. 메뉴의 깊은 감칠맛은 중국 토종 흑계를 120일간 숙성시켜 만든 육수 등 본토 식재료에서 비롯된 풍미에서 출발한다. 시그니처 디저트 ‘차이니즈 허니 Chinese Honey’ 또한 그 연장선에 있는데, 자연 발효해 산미를 지닌 산꿀과 은은한 쌉싸름함을 지닌 흑벌꿀, 그리고 절벽에서 채밀한 꿀 등 각기 다른 향과 질감을 가진 로컬 꿀을 조합해 섬세한 감각의 층위를 그려낸다. 현재 이곳은 미쉐린 1스타는 물론, 2025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27위를 기록하며 동시대 중식의 새로운 좌표가 되고 있다.
ADD 105, No.2 Zhong Shan Dong Yi Rd, Haungpu, Shanghai


가이세키의 계절감을 더한 전통 광둥식, 102 House



‘102 하우스’의 정체성을 가장 정확히 짚는 단서는 셰프 쉬징예 Xu Jingye의 이력에 있다. 광둥 포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광둥요리의 대가로 불리는 첸다벤 Chen Daben 아래에서 엄격하게 수련했다. 커리어 초반부터 광둥요리에 몰두하며 ‘청 · 신 · 상 · 연 · 순’, 즉 맑고 신선하며, 산뜻하고 부드럽고, 매끄럽게 이어지는 다섯 가지 미학을 손에 익혔다. 102 하우스는 처음부터 ‘광둥요리만을 위한 프라이빗 키친’이라는 분명한 목표에서 출발했다. 한때 모던 광둥식 요리를 거친 뒤 결국 이들은 다시 전통의 근본으로 돌아왔다. 셰프가 일본을 여행하며 접한 가이세키의 계절감은 102 하우스의 맛을 더 정교하게 만들었다. 제철 식재료와 시즈닝을 적극 활용해 맑지만 가볍지 않고, 상쾌하지만 흔하지 않으며, 부드럽지만 조잡하지 않게 정렬된 맛을 선보이고 있다. 코스는 계절마다 결을 바꾸지만, 이곳의 탕수육은 사계절 내내 유지되는 시그니처 메뉴다. 등심과 삼겹살 사이 부위를 써 탄력과 윤기를 동시에 잡고, 하우스메이드 과일 식초로 산미의 선을 또렷하게 그어 단맛이 흐트러지지 않게 붙드는 매력이 있다.
ADD 506 The House of Roosevelt, No.27 Zhongshan East 1st Road, Shanghai


장난(江南) 미식의 우아한 변주, Yong Yi TIng


만다린 오리엔탈 푸동 상하이에 위치한 ‘용이팅 Yong Yi Ting’은 2017년 상하이 미쉐린 가이드가 첫 출간된 이래, 줄곧 1스타를 유지해온 유서 깊은 중식당이다. 이곳은 중국 장난 지역의 풍요로운 미식 문화를 바탕으로 하되, 이를 현대적으로 다듬어 ‘고전의 결’을 오늘의 감각으로 번역한다. 중국 정원의 고요한 아름다움에서 영감받은 인테리어 또한 인상적이다. 전통적인 요소 위에 석재와 금색 디테일을 얹어, 지역 특유의 평온함과 현대성을 동시에 담아냈다. 2024년 레스토랑 10주년을 맞아 항저우요리의 거장 푸웨량 Fu Yueliang 셰프가 컨설턴트 셰프로 합류하며 용이팅의 두 번째 막이 열렸다. 과거 이끌던 레스토랑을 3년 연속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에 올리며 리더십을 입증한 그는, 용이팅에서 로컬 식재료 본연의 신선한 맛을 바탕으로 정통 장난요리를 섬세하게 구현해내고 있다. 특히 대표 메뉴로 꼽히는 항저우식 생선 완자는 곱게 다진 민물 생선을 부드럽게 빚어낸 뒤 완두콩을 곁들여, 담백한 단맛과 촉촉한 식감이 맑게 이어지도록 구성했다.
ADD 111 Pudong Road, Pudong, Shangh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