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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에 새롭게 둥지를 튼 식당 네 곳.

세련된 유러피언 다이닝, 파드

한남동의 메인 스트리트에서 살짝 벗어난 한적한 골목. ‘이런 곳에 레스토랑이 있을까?’ 싶을 즈음, 근사한 공간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후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이곳은 제로컴플렉스 출신 전지호 셰프의 유러피언 다이닝이다. 버건디 컬러가 감도는 무늬목의 매끈한 광택과 정갈한 실버웨어들이 어우러진 내부는 세련되면서도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널찍한 바 자리와 테이블, 프라이빗한 룸까지 갖추고 있어 다양한 모임을 아우르기에 충분하다. 이곳의 요리는 익숙한 듯하지만 ‘의외의 킥’이 숨겨져 있다. 스타터로 선택한 그릴 라디치오 샐러드가 대표적이다. 숯불에 구워 특유의 쌉싸름함을 기분 좋은 단맛으로 승화시킨 라디치오에 고소한 캐슈넛 퓨레와 발사믹 글레이즈를 곁들였다. 입안에서 번지는 너티한 맛이 기대 이상으로 조화로웠다. 가장 인상적인 메뉴는 모시조개 스튜다. 적당히 간한 따뜻한 국물에 시금치와 에다마메를 더해 색다른 디시를 완성했다. 스튜 안에는 ‘세미 디 오르쪼’라 불리는 쌀알 모양의 파스타가 숨어 있어 부드럽게 넘어가면서도 은근한 포만감이 느껴졌다. 함께 주문한 ‘링귀니 네라노 파스타’는 튀긴 주키니 호박과 프로볼레니 치즈, 엔초비 퓨레로 진한 풍미가 느껴져 만족스러웠다. 사이드로 주문한 구운 알감자 역시 놓치기 아쉬운 메뉴다. 명란 마요 버터가 더해져 짭짤하면서도 깊은 맛을 완성한다. 브런치도 훌륭하지만, 밤이 되면 바를 중심으로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다음번에는 저녁에 방문해 와인 한잔 곁들여보고 싶다.

INSTAGRAM @pard.restaurant

또 한번 가고 싶은 곳, 라뜰리에 드 오르조

구운 가자미, 스위스식 감자 뢰스티, 앤초비 타야린.

좋아하는 친구와 근사한 곳에 가고 싶었다. 잔뜩 뽐내며 식사보다 자기 연출에 신경 써야 할 곳 말고, 적당히 편안한 분위기에 음식 맛은 보장되고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곳. 오스테리아 오르조가 6개월 전쯤 캐주얼 브런치 바, 라뜰리에 드 오르조를 오픈했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났다. ‘일행이 생일인데요. 디저트 메뉴에 케이크가 있나요?’ ‘티라미수가 있는데, 초를 준비해드릴까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호기롭게 수요일 오후 7시를 예약했다. 당일 오후 6시 30분, 직장인 둘은 택시를 타고 언주역 근처에서 한남대교를 건넌다. 당연히 늦었다. 오르조에 미리 전화해 이실직고하자, 직원이 웃으며 마음 조급해말고 편안히 오라 해주었다. 민폐 끼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서울에서 나는 작게 안도한다. 에피타이저로는 홍합 등의 갑각류 위에 스위스식 감자 뢰스티를 얹고 벨루테 소스를 물방울처럼 찍은 요리를, 파스타는 앤초비 타야린, 메인은 구운 가자미와 샴페인 블랑 소스. 이곳의 인기 메뉴 중 하나인 앤초비 타야린은 친구와 나 모두 그날 최고의 맛으로 꼽았다. 타야린은 이탈리아 북부의 피에몬테 지방의 파스타인데, 현지 맛을 몰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오르조의 신선한 노른자빛 생면 타야린을 경험해본 것만으로도 훌륭했다. 다만 생면 특성상 수분이 빠르게 날아가니,여러 메뉴를 함께 주문할 경우 가장 먼저 파스타를 레몬 버터 소스에 버무려 먹길 권한다. 구운 가자미와 샴페인 블랑 소스는 생경한 맛은 아니었으나 감자와의 식감이 잘 어우러졌다. 친밀한 이와의 식사가 언제나 그렇듯, 대화의 무게가 가벼운 곳에서 무거운 곳으로 낙차와 전환을 오갈 때마다 매번 와인 잔이 비워져 있지 않도록 홀의 스태프들이 세심히 챙겼다. 준비해준 티라미수는 본 메뉴에는 없으나 따로 준비해준 것이었고, 치즈 향이 느껴질 만큼 진한 아이스크림도 나란히 주었다. 그 아래의 견과류와 약간 짭짤한 소스는 단맛과의 조화가 훌륭해 그릇을 싹 비웠다. 다음에도 서울에서 갈 만한 다정한 곳을 꼽으라면 라틀리에 드 오르조를 추천하겠다.

INSTAGRAM @orzo.team

맛으로 떠나는 동아시아 여행, 캐러벨 이스트 아시아

아지노타타키동
마카우이람

캐러벨 이스트 아시아는 동아시아 여행을 통해 현지인의 음식과 문화를 즐기며 위안을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공간이다. 한국을 포함해 대만, 일본, 중국의 음식과 이야기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의 연결을 지향하는 이곳은 요리 또한 한국인 입맛에 맞추는 대신 현지 맛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향신료와 맛을 그대로 표현하는 방향을 택했다. 다채롭게 구성된 코스 또한 흥미로운데, ‘차이나 스파이시 로드’, ‘홍콩 빅토리아 피크 투어’, ‘도쿄 이자카야 기행’ 등 여러 테마를 원하는 콘셉트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방문한 날에는 단품 메뉴로 대만 요리 루러우판과 그에 어울리는 마카우이람 칵테일을, 동행은 일본 콘셉트에 맞춰 아지노타타키동과 우지노카제 칵테일을 주문했다. 칵테일은 논알코올 옵션을 선택할 수 있어 한낮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주문 후엔 각자의 자리에 비치된 태블릿을 통해 요리의 스토리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한 이어폰이 별도로 준비되어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음식은 테이블 옆 비치된 레일을 통해 제공된다. 가장 먼저 서빙된 것은 두 종류의 칵테일. 우지노카제는 말차의 씁쓸한 향을 깔끔하게 표현했고, 마카우이람은 대만 특산 향신료 마카우이의 스파이시한 맛을 기분 좋게 담아냈다. 이어 나온 아지노타타키동은 너무 물컹거리지도, 너무 단단하지도 않은 전갱이 회의 식감이 밥알과 잘 어울렸다. 달걀 노른자가 재료 사이사이 스며들어 목넘김을 한층 더 부드럽게 해주었으나, 특제 된장 소스는 존재감이 약해 다소 아쉬웠다. 과거 대만 여행의 기억이 미화돼서일까, 부드럽게 졸인 돼지고기를 올린 루러우판은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았다. 매장에는 ‘컬처존’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데, 찻잔부터 오래된 동전과 여행 후 남은 티켓 등  나라별 오브제가 기념품점처럼 전시되어 보는 재미가 있다. 일상으로부터의 짧은 휴식을 원하지만 여력이 되지 않을 때, 과거 여행의 추억에 젖어보고 싶을 때 방문한다면 기분 좋은 환기가 되어줄 것이다.

INSTAGRAM @caravel.east.asia

무드와 맛 사이, 페르멘토 한남

푸타네스카
오늘의 생선, 대구 요리

한남동 에피세리꼴라주 옆 신축 건물 1층에 문을 연 이탤리언 레스토랑 페르멘토. 군더더기 없이 정리된 공간, 은은한 조명, 우드 톤이 섞인 차분한 인테리어가 한남동 특유의 세련된 식사 자리를 떠올리게 한다. 메뉴는 이탤리언 클래식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까르파치오, 부라타, 뽈뽀 같은 스타터와 보타르가, 비스큐, 아마트리치아나 파스타, 여기에 피자와 스테이크, 생선 요리까지 익숙한 항목들이 고루 담겨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가격이 비싼 편이라 한 접시에서 기대하게 되는 완성도 역시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식사에서는 그 기대를 채우지 못했다. 스타터로 주문한 브로콜리니는 참숯 향을 입힌 채소와 버섯의 조합은 좋았지만, 수제 살시차가 생각보다 강하게 느껴지면서 전체 흐름을 깨뜨렸다. 차라리 채소 중심으로 산뜻하게 꾸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푸타네스카 역시 엔초비와 케이퍼, 올리브, 토마토라는 실패 없는 익숙한 조합을 갖췄지만, 소스의 밀도나 간의 균형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소박한 재료로 완성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메뉴라는 점을 떠올리면, 가격(3만2000원)이 다소 높게 느껴진다. ‘오늘의 생선’으로 나온 대구도 부위에 따라 간의 편차가 있었고, 얇고 바삭하게 튀기듯 구워져야 할 껍질이 두껍고 단단했다. 곁들인 소스 역시 생선의 장점을 또렷하게 끌어올려주지는 못했다. 흥미로운 점은 재료 하나하나를 떼어놓고 보면 충분히 괜찮은 순간도 있었다는 것이다. 올리브나 토마토, 생선 자체의 일부 부위처럼 개별 요소는 나쁘지 않았지만, 한 접시 안에서 조화롭게 묶일 수 있는 한 방이 필요해 보였다. 몇몇 리뷰를 함께 살펴보면 평가의 편차가 꽤 크게 느껴진다. 날마다 요리 완성도 차이가 있는 것인지, 메뉴에 따라 만족도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인지, 혹은 최근 주방의 변화가 있었던 것인지 쉽게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날 경험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조용한 분위기와 인테리어, 한남동 특유의 세련된 무드는 분명 강점이다. 다만 현재 가격대를 감안하면 음식의 완성도와 디테일은 조금 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INSTAGRAM @fermento_han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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