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라는 벗을 들인 주부 조남희의 초록 집.

1 80여 종의 식물이 자라는 테라스. 2 집 입구 역시 갖은 분재 화분으로 꾸몄다. 3 셀프 가드너이자 식물 홀릭인 주부 조남희.
“식물은 참 신기해요. 더운 낮에는 축 처져 힘도 못 쓰다가 서늘한 바람이 부는 초저녁이 되면 기지개를 켜듯 움츠렸던 몸을 펴요. 그러다 또 꽃을 피우고 지우며 부지런히 생명력을 뿜어낸답니다.” 식물 홀릭인 주부 조남희의 분당구 운중동 집에는 커다란 테라스가 있다. 라벤더, 수국, 찔레장미, 라일락, 산수국, 클레마티스, 남천 등의 갖은 식물이 넘실거린다. 로즈마리, 바질, 민트 등의 허브는 물론 노루오줌, 매발톱 등의 야생화도 있다. “동탄 신도시의 아파트에 살 때도 베란다를 화원처럼 꾸미고 살았어요.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결심한 것도 흙뿐이지만 넓은 테라스 공간 때문이었어요. 마음껏 심고 가꿀 수 있겠다 싶었죠. 이사를 오자마자 데크를 깔고 연못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사방이 탁 트여 더욱 강렬하게 내리쬐는 직사광선을 막기 위해 널찍한 캐노피를 설치했다. “공간을 만들자마자 하나 둘씩 사온 모종을 심었어요. 식물 가꾸다 보니 하루 일과가 달라졌죠. 쨍쨍한 낮 시간에 물을 주면 흡수되기도 전에 증발되어 식물이 타버려요. 그래서 선선한 아침마다 물을 주는 일이 하루의 첫 일과가 되었어요.” 꽃을 피우기 전에는 영양 공급을 위해 쌀뜨물과 유기비료를 주고 비가 오고 난 다음이면 진딧물 약도 쳐줬다. 그렇게 가꾼 지 3년 만인 지금은 80여 종의 식물이 자라는 정원이 되었다. 삭막했던 테라스가 초록으로 물들고 테이블과 의자까지 들이니 더이상 이곳은 조남희만의 힐링 공간이 아닌 가족의 쉼터가 되었다. TV를마주한 거실의 소파보다 더 자주 이곳 테라스를 찾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이 된 것이다.

4,8 테라스와 거실, 부부 방이 있는 1층. 5 가드닝에 쓰이는 도구. 6 조남희 부부의 모습을 닮아 구입한 조각상. 7 음악 공부를 하는 아들을 위한 2층 공간.
“식물이 주는 힘이 대단한 게 모던하지만 딱딱했던 집 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집 안 곳곳에 실내에서도 잘 자라는 분재 화분과 선인장을 두고 식물 그림도 걸었어요.” 테라스와 붙어 있는 거실에는 카시나와 디사모빌리에서 구입한 가구가 한껏 모던한 분위기를 내는가 하면, 초록 배경에 흰 목단이 가득 핀 이돈아 작가의 그림과 바위 위에 풀이 나고 산이 솟는 전영근 작가의 ‘꿈꾸는 바위’ 그림을 두어 초록의 테라스와 실내의 경계선을 허물었다. 그리고 빈 공간마다 국내외 앤티크숍에서 구입한 손때 묻은 소품들이 배치해 더욱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나이가 들면서 멋진 집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집을 선호하게 되었어요. 언젠가는 타샤 튜더와 같이 정형화되지 않고 갖은 식물이 흐드러지는 정원을 갖고 싶어요.” 내년이면 더욱 덩굴 지어 벽을 뒤덮고 꽃을 피울 클레마티스가 기대된다는 조남희. 무더운 여름날에도 사람과 식물이 공존하는 따스한 집은 한창 여물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