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한 공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기. 건축가 데이비드 툴스트럽은 이 도전에 성공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자리한 큐브 모양의 집에는 식물이 자라면서 강철, 유리와 상호작용한다.
전체가 나무 각재로 마감된 이 묵직한 ‘상자’를 보면 우선 당황하게 된다. 현관과 부엌으로 통하는 문 부분만 트여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 코펜하겐 브리게 Brygge 지역의 트렌디한 거주지구에 있는 이 인더스트리얼 건물은 본래 270㎡ 규모의 공장이었는데, 건축가 데이비드 툴스트럽과 그의 건축 스튜디오팀이 포토그래퍼 피터 크라실니코프를 위한 주거 공간으로 개조했다. 좁은 길에 자리한 이 건물은 빛이 잘 들지 않았다. 건축 스튜디오는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중앙 정원인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모든 방을 배치하는 도전을 감행했다. 이 집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리 벽이 3개 층에 이어지면서 시선을 다각화하고 빛을 끌어들인다. 극도의 간결함을 위해 무미건조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쓴 선택이었다. 피터는 지루하지 않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밝은 색 나무와 모직물, 퍼로 된 태피스트리, 벨벳 등 컬러풀한 텍스타일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그가 심사숙고해서 선정한 사진 작품과 아이코닉한 디자인 가구 그리고 원래부터 이 공간에 있던 소재인 콘크리트 바닥, 검게 변한 강철, 빛바랜 벽돌이 넓은 공간에 독특한 온기를 가져다준다.
저녁마다 높이가 2.2m나 되는 통창에 벨벳 커튼을 치면 집과 하나 된 식물들이 다이닝 공간에 무대 같은 분위기를 부여한다. 피터는 브라질산 나무 자토바 Jatoba로 만든 테라스에 작업실을 열었다. 자토바 나무의 회색 톤이 사과나무와 허브, 벽을 타고 자라는 다년생식물의 은녹색이 녹아들며 도시에서 자라는 이 숲을 매혹적으로 만든다.

모든 방은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향한다. 1층에는 거실과 연결된 오픈 키친과 사무 공간, 다이닝룸이 있고 2층에는 2개의 침실이 있다. 왼쪽 페이지 자토바 나무 각재가 보여주는 미니멀리즘. 집이 마치 거대한 나무 상자처럼 보인다.

아트리움으로 확실하게 밝아진 거실. 피터의 사진 작품과 1960년대 지미헨드릭스의 초상화가 록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콘크리트 블록 안에 쏙 들어간 소파와 작고 낮은 테이블은 데이비드 툴스트럽 스튜디오에서 디자인했다. 쿠션과 퍼 태피스트리는 피터가 여행지에서 구입한 것. 암체어 ‘637 위트레흐트 637 Utrecht’는 디자이너 게리트 토마스 리트벨트 Gerrit Thomas Rietveld가 까시나 Cassina를 위해 디자인한 제품으로 크바드랏 Kvadrat 패브릭으로 커버링했다. 이 암체어의 밝은 컬러가 무채색의 공간에 온기를 준다. 앞쪽에 달아놓은 펜던트 조명 ‘파렌테시 Parentesi’는 아킬레 카스틸리오네 Achille Castiglione가 디자인한 것으로 플로스 Flos 제품.

다이닝 공간에는 한스 베그너 Hans Wegner가 디자인한 칼 한센 Carl Hansen의 나무 테이블과 의자를 놓았다. 저녁에 치는 큰 벨벳 커튼이 공간에 세련된 분위기를 더한다. 펜던트 조명은 데이비드 툴스트럽 스튜디오에서 디자인한 것. 벽과 바닥은 시멘트로 마감했다.

부엌 한가운데에는 맞춤 제작한 아일랜드 식탁을 놓았다. 조각 작품 같기도 한 아일랜드 식탁은 콘크리트에 유리와 돌을 섞어 만드는 테라초로 마감했다. 아일랜드 식탁과 마주한 벽돌 벽은 옛날 공장의 일부분이다. 벽에 건 아프리카 가면은 피터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서 구입한 것.

빛이 잘 드는 피터의 침실. 검은색 강철 프레임이 떡갈나무로 마감한 벽과 바닥, 등나무 암체어, 누비 면 침대보와 퍼 태피스트리 같은 부드러운 패브릭 덕분에 따뜻해졌다. 헤이 Hay의 금속 소재 사이드 테이블 ‘슬리트 테이블 롱드 Slit Table Ronde’와 CTO 라이팅 CTO Lighting의 플로어 조명이 공간에 광택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