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의 손길에 의해 호텔로 재탄생한 유서 깊은 학교, 로마의 팔라초 탈리아를 소개한다.

메인 층의 마그나 홀. 가구와 조명은 스튜디오 루카 구아다니노가 직접 큐레이팅했다. © Giulio Ghirardi
영화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의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스튜디오 루카 구아다니노 Studiolucaguadagnino에서 디자인한 호텔이 이탈리아 로마에 문을 열었다. 호텔명 팔라초 탈리아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환대와 유희의 뮤즈 탈리아 Talìa의 이름에서 착안했다. 이름 그대로 방문객을 반기고,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수백 년 전통을 자랑하는 본 건물이 처음부터 호텔 용도로 사용된 건 아니었다. 세기, 로마의 산 주세페 칼라산치오 San Giuseppe Calasanzio 사제는 이곳을 형편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배움터로 운영했는데, 규모는 이내 커져 추 후 노빌레 콜레조 델 나차레노 Nobile Collegio del Nazareno라 불리는 저명한 교육기관이 되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이어져온 역사도 산업 발전에 따른 도시로의 인구 유출을 막지 못했고, 학교는 결국 년 문을 닫았다. 문을 닫은 학교에 호텔로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 건 이탈리아 부동산 개발 회사 그루포 프레차 Gruppo Frecia의 CEO 엘리아 페데리치 Elia Federici다. 스튜디오 루카 구아다니노에 호텔의 전반적인 디자인을 의뢰한 것도 그였다. 호텔 인테리어 작업은 루카 구아다니노 사단에도 처음이었지만, 그렇기에 디자인적 제약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체인 호텔에서 볼 법한 ‘정형화된 럭셔리’라는 옵션은 페데리치는 물론 루카 구아다니노 측의 선택지에도 없었다.

호텔 입구 내부 모습.

테라스 스위트룸의 내부. 경사진 천장에 복숭아나무 패널과 뮤트한 분홍빛의 가구로 꾸며 아늑함을 더한다.
호텔 전체적인 테마를 관통한 주제는 색채 간의 조화, 그리고 장인들과의 협업이다. 리셉션 공간, 테라스 스위트룸을 포함해 레스토랑과 바, 웰니스 스파 설계는 물론 가구 디자인과 조명, 벽지의 셀렉까지 모두 주관한 스튜디오는 호텔 곳곳에 초록빛을 띤 마욜리카 타일을 배치했다. 본디 마욜리카 타일의 본고장은 이탈리아지만, 루카 구아다니노 사단은 의도적으로 이탈리아가 아닌 스페인의 장인들에게서 마욜리카 타일을 공수해 왔다. 평범함을 탈피한 제작 과정을 거쳐도, 결국엔 조화를 이루며 독자적인 개성을 구축한 모습을 보이려고 의도한 것이다. 오픈과 동시에 호텔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은 붉은빛의 플로럴 카펫은 아일랜드의 건축가이자 미술가 나이젤 피크 Nigel Peake가 스튜디오 루카 구아다니노를 위해 제작한 작품이다. 바닥을 수놓은 영롱한 색채의 향연은 계단을 타고 이어져 메인 층의 마그나 홀 Magna Hall로 안내하는데, 세기 화가 가스파르 세레나리 Gaspare Serenari의 프레스코화로 천장이 장식된 이곳은 현재 프라이빗한 행사를 위해 쓰이고 있다. 스튜디오 루카 구아다니노의 작업을 이야기할 때, 꼭대기 층의 테라스 스위트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경사진 천장, 복숭아나무 패널과 뮤트한 분홍빛으로 꾸며진 곳의 한가운데엔 역시 마욜리카 타일로 만들어진 벽난로가 자리해 아늑함을 더한다. 방 이름에 걸맞게 펼쳐진 ㎡(평) 규모의 테라스에선 호텔 내부 안뜰을 내려다볼 수 있는 ‘도심 오아시스’가 마련되어 있다. 열대식물 큐레이팅을 포함한 조경 디자인은 모두 조경가 블루 맘보르 Blu Mambor의 작업이다.

호텔 입구부터 묻어나는 루카 구아다니노의 취향.

리셉션 공간. 카펫은 아일랜드 건축가 겸 미술가 나이젤 피크가 디자인했다.
“이 웅장하고 한계 없는 공간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 함께 작업한다는 사실 자체가 감명 깊었다. 그의 날카로운 미적 감각은 영화뿐만 아니라 절대적인 현대성, 세부적인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꼼꼼함, 맞춤제작을 위해 보인 끈기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는 장인정신을 중시하는 팔라초 탈리아에게 매우 중요한 가치다. 감독은 현대적이면서도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을 해석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호텔 프로젝트 총괄자 엘리아 페데리치가 말했다. 루카 구아다니노의 대표작 아이 엠 러브 , 비거 스플래시 속 정열적이고 호화로운 이탈리아의 휴가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 서정적인 낭만을 모두 만끽할 수 있는 팔라초 탈리아. 영상을 통해 전개돼온 그의 작품 세계가 오프라인으로 확장해 관객, 아니 투숙객을 만나게 된 순간이다.

2층의 복도.

조용한 대화와 활기찬 모임을 모두 즐길 수 있는 바 델라 무사 Bar Della Musa. 무라노 유리로
만든 미러 타일이 벽면을 꾸몄다.

로비 공간.

웰니스 스파의 온수 풀.

계단으로 향하는 길.

호텔 안뜰에서 바라본 테라스 스위트룸.

로마, 베니스, 소렌토의 맛을 경험할 수 있는 트라마에 Tramae 레스토랑.
ADD Largo del Nazareno 25, 00187 Roma, Italia
TEL + 39 06 692521
WEB www.palazzotal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