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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왕산 능선을 따라 자리한 한옥 스테이 바랑재. 라이나전성기재단이 설립한 이곳은
자연과 한옥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진정한 비움과 나눔을 경험하게 한다.

절기 중 춘분을 테마로 한 안온재. 모노콜렉션의 패브릭과 한옥의 고즈넉함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스탠드 조명의 갓은 윤규상 지우산장인과 장응복 작가가 컬래버레이션한 조명. 소반과 의자는 하지훈 작가.
안온재 마당에서 대문 너머로 바라본 풍경. 중첩된 문과 한옥 지붕이 멋스럽다.

서울에서 차로 약 세 시간,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구비구비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평창 발왕산 자락에 자리한 한옥 스테이 ‘바랑재’를 만나게 된다. 해발 870m, 강원도의 푸른 능선과 구름이 어우러진 이곳은 자연의 숨결과 한옥의 품격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라이나전성기재단이 설립한 바랑재는 일반적인 한옥 스테이도 호텔도 아니다. 이곳의 모든 수익은 나눔의 선순환과 확산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 바랑재에서 먹고 마시고 머무르는 비용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해, 투명하고 전문성 있는 공익 단체들의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후원하는 데 쓰인다. 머무는 시간 자체가 곧 나눔이 되는 구조다.

침대 옆에는 장응복 작가의 화조도 지장. 새하얀 지장을 열면 다채로운 화조도가 등장해 놀라움을 준다.
평창 발왕산에 둘러싸여 있는 한옥 스테이 바랑재.
침실 한쪽에서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낮은 의자와 소반, 조각잇기 방석으로 간결하게 한국미를 더한다.

약 6만6000㎡ 부지 안에는 한식 다이닝과 카페, 한옥 객실 13개, 그리고 발왕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책길이 자리한다. 공간 아트 디렉팅은 모노콜렉션의 장응복 디자이너가, 인테리어 디자인은 스튜디오 라이터스가 맡았다. 두 디자이너는 뉴욕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아토믹스와 록펠러 센터 나로에 이어, 올해 바랑재에서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다. 단정하고 절제된 한옥의 미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바랑재는 ‘차경(借景)’, 즉 자연을 빌려들이는 풍경의 미학을 중심에 두고 만들어졌다. “산수화를 단순히 걸어두는 것이 아니라, 창 너머로 바깥의 자연이 호흡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는 장응복 디자이너의 말처럼, 내부의 가구와 조명, 재료와 색감은 모두 발왕산의 풍광과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13개 객실은 24절기에서 영감을 받아 각각 다른 색과 소재로 구성되었다. 곳곳에는 장인과의 협업으로 완성한 디테일이 숨어 있다. 윤규상 장인의 지우산 조명, 스탠다드에이와 함께 제작한 부채 테이블과 의자, 문 안쪽에 색색의 신화조도를 담은 지장 등이 대표적이다. 소파 대신 우리 고유의 평상 구조를 현대적으로 변주한 카우치가 놓여 있고, 창 너머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산수화처럼 느껴진다.

한옥의 정갈한 분위기에 맞춰 가구를 제작했다. 정면의 캐비닛은 아래에는 냉장고, 위에는 와인바를 겸할 수 있는 지장. 라운지 소파와 의자, 소반은 하지훈 작가, 캐비닛은 스탠다드에이에서 제작.
객실에는 한옥에 맞게 커다란 소파 대신 낮은 카우치를 배치했다. 한국의 평상처럼 편안하게 앉아 휴식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 소파 패브릭과 쿠션은 모노콜렉션.
객실 창을 열면 발왕산과 한옥 지붕을 그림처럼 감상할 수 있다.
누각이 있는 객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맞이하는 한식 다이닝 ‘예미헌’과 카페 ‘이랑’은 바랑재의 중심 공간이다. 2층 통창 너머로 발왕산의 사계가 펼쳐지며, 한식공간 조희숙 셰프가 총괄 자문한 메뉴는 강원도의 제철 식재료를 기반으로 한 정갈한 한식 코스로 구성된다. 식사 후에는 바람과 물소리가 어우러지는 한옥 정자 ‘이루’에서 명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대청마루에 앉아 산과 하늘, 물소리를 마주하면 마음속 무거움이 스르르 흘러내린다. 발왕산 북쪽을 향한 라운지 ‘이원’은 사색과 독서를 위한 공간이다. 최인아 책방과 협업해 비움과 나눔을 주제로 큐레이션한 600여 권의 책이 서가를 채우고 있다. 산책길 ‘바랑길’을 따라 숲을 거닐다 보면, 나무와 바람, 빛이 교차하며 완성되는 자연의 리듬이 오롯이 느껴진다. 바랑재는 머무는 건축이자, 자연의 감각을 되살리는 실험이다. 전통의 구조 안에서 현대적 삶의 리듬이 흐르고, 한옥은 다시 현재형의 공간이 된다. 화려함보다 진정한 휴식을, 일상의 피로 대신 마음의 평온을 전하는 바랑재.그곳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바람은 조금 더 부드럽게 분다.
ADD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올림픽로 1169

감자헌은 다른 곳보다 어두운 컬러로 또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소나무 목재와 쪽염 한지 실크로 제작된 장응복 작가의 지장.
누각에서 바라본 바랑재 전경.
감자헌에 들어서면 높은 층고아래 자리한 부채 테이블이 반겨준다. 테이블과 의자는 스탠다드에이에서 제작. 벽면에는 윤규상 장인의 지우산을 접목한 조명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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