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 인테리어는 더 이상 ‘보여주기 위한 스타일’에 머물지 않는다. 2026년, 우리의 공간은 편안함과 회복, 지속성과 감각의 균형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주목한 일곱 가지 키워드는 앞으로 공간이 나아갈 방향을 예고한다.
Keyword 1
케어풀: 보이지 않는 돌봄 디자인


지속되는 위기와 불안 속에서, 공간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분명히 달라졌다. 집은 더 이상 휴식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고, 상업 공간은 소비를 자극하는 무대에 머물지 않으며, 의료와 오피스 공간 역시 효율과 기능만으로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신체적 피로를 넘어 정서적 소진과 관계의 단절이 일상화되면서, 공간에는 이전보다 훨씬 더 섬세한 역할이 요구되기 시작했다. 현대L&C가 2026년 인테리어 트렌드 키워드로 제안하는 ‘케어풀(Care-full)’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자연스러운 응답이다.


돌봄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빛과 동선, 재료와 감각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요소들을 통해 사용자의 상태를 조용히 배려하는 태도에 가깝다. 이 흐름 안에서 공간은 세 가지 방향으로 구체화된다. ‘에고 케어(Ego Care)’는 개인의 리듬과 감정 회복에 집중하는 사적인 쉼의 공간이다. 미니멀한 구성 위에 텍스처 중심의 감성적 마감과 부드러운 조도를 더해, 머무는 시간 자체가 회복이 되도록 설계된다. ‘커넥트 케어(Connect Care)’는 공유 공간과 라운지, 커뮤니티 존 등 사회적 고립감이 커진 시대에 관계의 부담을 낮춘 연결을 제안한다. ‘바이오 케어(Bio Care)’는 웰니스와 헬스케어 영역이 임상적인 분위기를 벗어나 빛, 곡선, 컬러의 조화를 통해 치료 과정을 하나의 부드러운 경험으로 전환한다. 이처럼 케어풀은 공간이 주인공이 되기보다 한걸음 물러서, 사용자의 몸과 마음이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도록 돕는 디자인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공간은 단순한 기능을 넘어 사용자의 감정과 건강, 그리고 관계까지 세심하게 고려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케어풀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는 돌봄의 미학으로서 주거, 상업, 의료, 오피스 전반에서 더욱 섬세하고 지속 가능한 공간 경험을 제안합니다.”
– 현대L&C
Keyword 2
기능이 아닌 공간이 되는 가전


CES 2026에서 공개될 LG전자의 새로운 시그니처 라인업은 AI를 통해 성능을 한층 정교하게 끌어올리는 동시에, 사용자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방식으로 프리미엄 가전의 기준을 다시 쓴다.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생활의 흐름 속으로 조용히 녹여내는 접근이다. 특히 주방 가전에서 이러한 변화는 더욱 분명하다. 가전이 기능의 집합이 아니라 공간의 일부로 설계되는 흐름이 뚜렷해진 것. 빌트인 가전처럼 통일감 있는 디자인으로 구성된 시그니처 라인업은 주방을 하나의 정돈된 공간으로 완성시키고, AI 기반 기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용자의 수고를 덜어준다. 냉장고는 AI 음식 관리 솔루션을 통해 식재료를 인식하고 관리하며, 오븐레인지는 재료에 맞는 조리 방식과 타이밍을 안내한다. 가전은 이제 조작의 대상이 아니라, 일상의 리듬을 맞춰주는 조력자에 가깝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AI 가전 역시 같은 방향을 향한다. 세탁과 의류 관리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고, 기기 간 연동을 통해 복잡한 설정 없이도 일상의 관리 과정이 단순해진다. 스마트싱스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관리 기능 ‘AI 절약모드’는 에너지 사용량을 약 30%까지 절감하며, AI와 IoT의 결합이 집 전체의 경험을 재구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IoT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AI 기술이 결합되면서, 집은 단순히 제어되는 공간을 넘어 훨씬 더 능동적인 환경으로 진화하고 있죠. 요리나 영화 감상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자동으로 조성하고, 수면과 휴식을 고려해 온습도와 조도를 조율하는 등 사용자의 생활 리듬을 이해하는 설계가 가능해졌습니다. 특히 디바이스의 확장성은 신축 하이엔드 주거에서만 가능했던 스마트 홈 시스템이 리모델링을 통해 구축 아파트에서도 구현할 수 있게 합니다. 앞으로는 공간의 연식과 관계없이, 스마트한 라이프스타일을 누리려는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 아파트멘터리 브랜드 마케팅 김민서 팀장
Keyword 3
새로 쓰는 서울의 아파트 지평도

서울의 아파트 시장에서 하이엔드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좀 더 크고 새로워진 주거를 넘어, 얼마나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인지, 그리고 그 시간을 어떻게 설계하는지가 새로운 가치로 떠올랐다. 재건축과 재개발 역시 낡은 주거를 교체하는 사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과 도시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장기 프로젝트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에 맞춰 대형 건설사들은 자체 인테리어 브랜드와 솔루션을 선보이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DL이앤씨는 국내 건설사 최초로 인테리어 솔루션 ‘디 셀렉션’을 론칭했다. 입주 전 단 한 번의 공사로 철거와 재공사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전문가들이 기획에서 시공까지 전 과정을 관리해 감각적이고 체계적인 공간 완성을 지원한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양태오 디자이너와 협업한 ‘아틀리에 에디션’을 선보였다. 단순히 마감재 제안을 넘어 가구, 조명, 홈스타일링까지 포함해 공간 전체의 톤앤무드를 설계하며, 향후 자사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에 적용할 계획이다. 2조7489억원 규모로 화제를 모은 압구정2구역 재건축은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되며 한강변 하이엔드 주거의 다음 장을 예고했다. 세계적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과의 협업을 통해 한강의 물길과 지형에서 영감을 받은 입체적 주거 풍경을 제안한다. 또한 국내 최초로 로봇 친화형 설계를 적용해 퍼스널 모빌리티, 무인 셔틀, 전기차 충전 등 첨단 기술을 일상 인프라로 끌어들일 계획이다. 이제 서울의 하이엔드 주거는 단순히 크고 새롭다는 조건을 넘어, 얼마나 오래 머물며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는가로 기준이 이동하고 있다.
“압구정2구역은 한강변이라는 입지 위에 건축, 조경, 기술이 각각 돋보이기보다
하나의 풍경으로 완성되는 주거를 목표로 합니다. 토마스 헤더윅의 설계는 건축을 구조물이 아닌, 시간과 감정이 축적되는 공간으로 바라봅니다. 압구정2구역 역시 한강의 흐름과 지형에서 영감을 받은 입체적인 건축을 통해 도시의 일상과 자연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도록 계획됐습니다. 특히 조경은 완공 시점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함께 성장하는 환경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반 단지보다 깊은 토심을 확보해 100년 후 숲으로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단지와 한강공원이 하나의 생태 축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 현대건설 홍보실
Keyword 4
다시 쓰는 미니멀리즘

글로벌 트렌드 연구소 WGSN이 발표한 ‘2026 홈 라이프스타일 리포트’에서 제시한 ‘스테이트먼트 미니멀리즘’은 차분한 구조 위에 채도가 높은 색과 유쾌한 성격을 더하며, 실용적인 단순함과 감정적인 즐거움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흐름이다. 틱톡에서 #미니멀리스트데코, #미니멀리스트홈 해시태그가 전년 대비 138% 증가한 수치 역시 미니멀리즘이 더 이상 무표정한 스타일에 머물지 않음을 보여준다. 채도 높은 색과 따뜻한 팔레트는 공간에 평온함과 활력을 동시에 불어넣으며, 미니멀리즘의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 취향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고정된 무채색의 틀을 벗어나 자신만의 선호 컬러로 공간을 꾸미고, 다양한 패브릭을 믹스 앤 매치해 개성을 표현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프랑스 가구 브랜드 포푸스는 1970년대 빈티지 스타일을 기반으로 포근함과 부드러움을 더한 패브릭과 가구를 통해 미니멀리즘을 좀 더 감각적인 방향으로 확장한다. 커튼과 러그 역시 가구와 어우러지는 색과 패턴으로 선택되며 공간에 리듬을 만든다. 피에르 프레이는 2026 가구 컬렉션으로 유기적이고 건축적인 형태를 더해 미니멀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디자이너 기욤 들비뉴가 디자인한 밀로 라인은 자연스러운 곡선과 균형감 있는 비례로 절제된 구조 안에 유려한 움직임을 담아낸다. 미니멀리즘은 이제 비워내는 미학을 넘어, 정돈된 구조 위에 정서적 울림과 시각적 즐거움을 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은 일반적인 무채색에서 벗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컬러로 공간을 꾸미고 싶어 합니다. 패브릭을 직접 고르고 믹스 앤 매치하며 개성을 살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 되었고, 가구뿐 아니라 커튼과 러그까지 독특한 색과 패턴으로 맞춰 감각적인 공간을 완성하려는 니즈가 분명해졌습니다.”
– 포푸스 코리아 백경아 실장
Keyword 5
자극보다 회복하는 컬러가 대세


불안정한 시대는 색의 온도를 바꾼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와 사회 전반의 불확실성 속에서 2026년의 컬러는 자극보다 안정, 선언보다 회복에 가까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각 브랜드가 제안한 올해의 컬러 역시 서로 다른 이름과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오래 머물 수 있는 팔레트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맥락을 공유한다. WGSN이 제안한 ‘트랜스포머티브 틸 Transformative Teal’은 블루와 그린이 교차하는 색으로, 자연적이면서도 인공적인 성격을 동시에 지니며 변화와 회복,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다.


팬톤의 ‘클라우드 댄서 Cloud Dancer’ 역시 부드럽고 가벼운 톤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공간에 여백과 숨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2026년의 컬러는 강한 대비나 즉각적인 주목보다, 장기적으로 사용 가능한 안정감과 감정적인 편안함을 우선시한다. 어스 톤과 다크 컬러, 차분한 틴트가 중심이 된 팔레트는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공간이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위로이자, 지속 가능한 선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몇 년 급변하는 인테리어 트렌드에 지친 듯, 2026년은 클래식함으로 회귀하는 흐름이 뚜렷합니다. 그중 브라운 계열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아졌고, 블랙이나 그레이 대신 브라운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올해의 컬러 ‘실루엣Silhouette’은 짙은 에스프레소에 부드러운 차콜 톤이 어우러진 깊고 고급스러운 브라운으로서, 함께 제안한 ‘테일러드 클래식 팔레트’ 역시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닌 매년 꺼내 사용할 수 있는 타임리스한 컬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벤자민 무어 한명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Keyword 6
하이 퍼포먼스 패브릭


패브릭은 이제 마감재를 넘어 공간의 분위기와 감각을 조율하는 가장 유연한 소재로 다시 중심에 서고 있다. 특히 2026년 패브릭 트렌드는 ‘잘 견디는 소재’에 대한 요구에서 출발한다. 펫프렌들리 문화의 확산과 관리 편의성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면서 이지 클린, 높은 내마모성 등 기능적 스펙은 선택이 아닌 기본 조건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패브릭 디자인은 기능을 드러내기보다 성능을 전제로 한 상태에서, 표면의 질감과 직조, 촉감의 차이를 통해 감각적인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동시에 빠르게 소비되는 트렌드에 대한 피로감 속에서 오래 사용해도 질리지 않는 클래식한 소재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다브는 클래식으로의 회귀 트렌드에 대해 “과거처럼 장식적이고 무게감 있는 클래식이 아니라, 현대적으로 절제된 비율과 균형, 소재의 깊이로 표현되는 클래식”이라 하며, “울, 리넨, 트위드, 실크처럼 조직감이 깊은 소재가 현대적인 클래식으로 재해석되며 공간에 안정감과 완성도를 더하고 있다”고 전했다. 햄프, 라피아 등 내추럴 소재의 스펙트럼이 확장되고, 울 역시 계절성을 넘어 사계절용 패브릭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인도어와 아웃도어의 경계가 흐려지며, 실내의 질감과 분위기를 외부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시도 또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패브릭은 기능을 충족한 이후, 공간의 인상과 분위기를 결정짓는 감각의 층위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26년 유럽 패브릭 시장은 기능성을 기반으로 한 하이 퍼포먼스 텍스타일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짐머앤로드는 고내마모와 고내광 등 스펙을 강화한 하이 퀄리티 기능성을 갖추는 동시에, 자연 풍경의 풍성함을 담은 플로럴 패턴으로 감성적인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데다는 소재의 밀도와 두께를 섬세하게 조율해 빛에 따라 변화하는 텍스처를 선보이고 있으며, 새롭게 론칭한 아웃도어 패브릭 브랜드 마리아 플로라는 실내의 아늑함과 고급스러운 촉감을 아웃도어로 확장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 유앤어스 패브릭사업부 박보미 차장
Keyword 7
마감재의 유연한 연결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집’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있다. 안정과 휴식, 집중과 미적 만족처럼 삶의 질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세분화되면서, 마감재의 역할과 활용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심리스 디자인 Seamless Design’이 있다. 바닥, 벽, 천장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시각적 단절을 최소화하고, 공간을 더 넓고 안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 이음새 없는 시공과 곡면 적용을 고려한 방식이 더 섬세해지고 있으며 회벽, 콘크리트, 스톤 같은 질감 소재는 공간의 깊이를 조절하고 존재감을 더한다.


창호 프레임 역시 존재감을 줄여 실내외 풍경을 하나의 장면처럼 이어지도록 만드는 시도가 늘고 있다. 앞으로 마감재는 화려한 표현보다 편안한 연결성으로 다가갈 것이다. 면과 면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생활의 안전과 지속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될 때 공간은 비로소 오래 머물 수 있는 장소가 된다. 심리스한 구조와 촉각적인 마감은 그 질문에 가장 현실적인 해답으로 떠오르고 있다.
“집 안의 동선과 시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면과 면을 통일하는 심리스 디자인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동일한 컬러 톤과 질감으로 바닥, 벽, 천장을 연결하면 공간의 경계가 흐려져 시각적 일체감과 안정감이 높아지고, 실제보다 넓게 느껴지는 효과도 만들어집니다. 최근에는 색상과 패턴뿐 아니라, 질감까지 세밀하게 구현한 마감재가 공간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합니다.”
– LX하우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