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다알리아 호제이와 골동품 컬렉터 출신의 오귀스텡 드뢰즈 부부는 파리의 심장부에서 서로의 세계를 한 집 안에 풀어냈다. 시대와 취향, 감각과 철학이 겹겹이 쌓인 이 아파트는 부부가 함께 쌓아올린 시간의 기록이다.


팔레 루아얄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골목 안, 18세기 파리의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 있는 폰텐 몰리에 아파트에는 두 사람의 삶과 미학이 깊숙이 배어 있다. U자형 평면 구조는 집처럼 아늑한 흐름을 만들고, 방에서 방으로 이어지는 동선에는 그들의 감각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이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건축적 아름다움만이 아니다. 건축가와 골동품 딜러라는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두 디자이너가 서로의 시선을 존중하며 만들어낸 시간의 결실이기 때문. 다알리아는 코트디부아르와 레바논에서 자라파리에서 건축을 공부한 뒤, 어린 시절 친구 라차와 함께 스튜디오 에뷔르 EBUR를 설립했다. 따뜻한 색조와 자연 소재를 중심으로 자체 제작한 조명과 가구에 앤티크 오브제를 조화시키는 작업을 이어온 이들의 관심은 최근 조명 디자인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입을 열었다. “이탈리아 장인 공방에서 제작한 실크 펜던트나 레바논에서 만든 파티나 브라스 조명처럼, 빛은 이제 우리 디자인 언어에서 가장 강력한 요소예요.” 다알리아의 말처럼 스튜디오 에뷔르가 보여주는 공간은 빛, 재료, 역사, 맥락이 교차하며 완성된다. 반면 남편 오귀스텡이 이끄는 피에르 오귀스텡 로즈 Pierre Augustin Rose는 20세기 프랑스 앙상블리에의 전통과 고대의 조형미에서 영감을 얻는다. 오크, 파치먼트, 래커, 모헤어 벨벳 같은 최고급 소재로 제작된 가구는 시간의 흐름에도 변치 않는 존재감을 지니며, 프랑스의 고성에서 뉴욕의 로프트와 중동의 현대적 건축까지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우리 브랜드의 핵심은 언제나 ‘타임리스함’이에요. 어디에 있어도 어색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죠.”



이번 아파트 프로젝트는 두 사람에게 각자의 미학과 정체성이 교차하는 실질적인 ‘협업의 장’이었다. “18세기 건물이란 사실이 결정적인 이유였어요. 팔레 루아얄 지역이라는 입지도 선택을 이끌었죠.” 두 사람은 공간의 본래 성격을 복원하는 데서 출발했다. 시간이 흐르며 사라졌던 부르고뉴 석재 캐보숑 바닥, 베르사유 석재, 노출 서까래 천장을 다시 드러내어 역사적 층위를 되살렸지만, 의도는 복고가 아니었다. “우리가 원한건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현재의 시선이에요. 천장까지 닿는 도어, 몰딩 없는 미니멀한 목공 디테일, 현대적인 대리석 주방을 더해 동시대 감각을 녹여냈죠.” 예상치 못한 발견도 있었다. 1970년대 석고 천장 아래 숨어 있던 거실의 서까래를 찾아낸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놀라운 순간이었어요. 프로젝트의 방향을 바꿨고, 공간의 본질을 되살리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죠.” 공간을 걷다보면 서로 다른 시대와 미감이 자연스럽게 얽히며 새로운 조화를 이루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고대 조각상 옆에는 20세기 가구가 놓이고, 그 옆을 비추는 것은 현대적인 조명이다. “에클레틱함은 우리의 문화예요. 서로 다른 것이 만나 새로운 조화를 이룰 때 가장 흥미롭죠.” 부부가 선택한 가구와 오브제 역시 서로의 컬렉션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고르고, 이를 중심으로 소재와 색을 조율하며 구성했다. “우리 인테리어에는 정해진 규칙이 없어요. 매일 변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태어나고, 다시 사라지죠.” 다알리아의 말처럼 부부 공간은 과거를 품은 현재이자, 또 다른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