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입은 스투코 천장과 아르누보 양식의 거울이 있는 과거 독일의 모습을 간직한 공간. 레스토랑과 댄스홀이 결합된 이색적인 복합 문화 공간 슈피겔잘 안으로 들어가보자.

슈피겔잘의 규모를 보여주는 테이블 세팅

심플한 간판.
화려했던 20세기의 독일을 고스란히 간직한 베를린의 또 다른 명소, 슈피겔잘 Spiegelsaal. 독일어로 거울의 방을 뜻하는 이곳의 역사는 남다르다. 미식가였던 프리츠 불러 Fritz Buhler는 1913년 춤과 레스토랑의 조합으로 선풍을 일으키며 아내의 이름을 딴 ‘클라라의 댄스홀 Claerchens Ballhaus’과 ‘거울의 방 슈피겔잘’ 두 곳의 댄스홀을 열었다. 클라라의 댄스홀은 말 그대로 사교댄스를 위한 곳으로 스윙, 살사 등 춤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비밀의 장소로 불리던 슈피겔잘은 귀족들을 위한 댄스홀로 사회적, 정치적 만남의 장소였다. 두 번의 전쟁을 겪으며 클라라의 댄스홀과 슈피겔잘은 내부 자료를 모두 유실하고 나치당의 지시로 사교적인 활동이 전면 금지돼 문을 닫았다. 그때부터 슈피겔잘은 전쟁에 필요한 물품이나 장비를 보관하는 창고로 쓰였으며 독일이 통일된 후 레스토랑으로만 운영하다 현재에 이르렀다. 클라라의 댄스홀에서는 매주 다양한 댄스 교습이 열려 자유롭게 춤을 추고, 저녁이면 석조 오븐에서 구워낸 피자 등을 먹으며 댄스를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예전의 명성을 되찾았다. 여름에는 마당에 비어가르텐 Biergarten이 마련돼 야외에서도 시원한 맥주를 즐길 수 있다. 반면 창고로 쓰이던 슈피겔잘의 물품을 정리하니 19세기 호화로운 독일제국 전성기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드러났다. 10m에 이르는 벽면을 장식한 아르누보 양식의 거울, 오리지널 스투코 천장으로 장식된 홀은 예약제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다. 결코 모방할 수 없는 초호화 인테리어는 현재 프라이빗 파티, 리셉션, 결혼식, 영화 촬영, 연극 무대 등 다양하게 활용돼 슈피겔잘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지난 7월에는 영국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이 방문하고 파티를 열어 주목을 받기도 했다.
add Spiegelsaal Berlin in Claerchens Ballhaus Auguststrabe 24/25 10117 Berlin tel +49-(0)30-65- 83-54-52
web www.spiegelsaal-berlin.de

세월을 입은 내부 모습. 레스토랑과 댄스홀뿐 아니라 프라이빗 파티, 결혼식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세월을 입은 내부 모습. 레스토랑과 댄스홀뿐 아니라 프라이빗 파티, 결혼식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