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경험과 감정의 기억을 손바느질로 엮어내는 한상아 작가.
그녀의 작품은 내면의 복잡한 감정과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한상아 작가가 스탠딩 형태로 작업에 변화를 주고 있는 2024년 신작들.

그윽한 먹향이 가득한 작업실. 바닥에는 다양한 크기의 붓과 먹물이 놓여 있다.
“주로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기억은 찰나의 순간이 아니라, 몸에 천천히 스며드는 것이라 생각해요. 마치 먹이 천에 스며드는 과정과 닮아 있어요.” 한상아 작가는 광목천과 먹을 주재료로 사용해 감성적 기억을 비유적인 조형 언어로 풀어내는 독특한 예술 세계를 구축해왔다.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광목천이 주는 따스한 촉감을 작업의 중요한 재료로 삼고 있다. 이러한 감각적인 경험은 손바느질로 입체 작업을 완성하는 아날로그적 과정에서 극대화된다. 규모가 크더라도 직접 손으로 잡고 끌어안아 바느질하는 과정은 그에게 치유적 요소로 작용한다. “작업이 부피감이 있어서인지 저를 안아준다는 느낌이 들어요. 물렁하면서도 단단한 느낌이 인간의 신체와 비슷합니다. 제가 하는 작업은 부드러운 것을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작가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전업 작가로서, 삶의 균형과 조화를 탐구하고자 한다. “작업과 일상의 상충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이 균형은 시각적 조형뿐만 아니라 입체 작품의 물리적 균형에도 반영된다. 특히 그는 공중에 매다는 ‘행잉’ 작업에서 이러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꼽은 그의 대표작 <공탑>도 쌓아가는 과정에서 균형에 주목했다. 가장 큰 규모의 작업이었는데, 부피감 있는 작품이 설치된 후 나 스스로가 의도한 것보다 더 큰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공탑은 돌탑을 쌓듯 삶 속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그의 과정을 반영하며, 이러한 작업이 연작으로 이어지고 있다.

광목천에 먹, 실과 바늘로 입체 조형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한상아 작가.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여성의 몸, 손, 별과 달은 모두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종교화에서 영감을 받아 불교의 ‘수인’과 같은 손의 표현을 작품에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원형으로 표현되는 달은 육아 중 무용하게 흘러가는 밤을 상징하며, 자신의 시간과 아이들의 성장이 교차하는 순간을 담고 있다. 주재료인 먹이 밤이나 우주를 표현하는 데 적합한 점 또한 연결된다. 광택감 없이 깊이 있는 먹의 특성이 밤의 레이어를 잘 담아내며, 그에게 별이나 우주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이와 함께 길쭉한 형태나 기형적인 별 또한 모성애 같은 복잡한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기적이거나 아름답지만은 않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비정형적 형태의 별들을 자주 등장시킨다.
SPECIAL GIFT
한상아 작가에게 증정한 끌레드뽀 보떼의 더 세럼 II은 피부에 고르고 빠르게 흡수되어, 피부 본연의 힘을 일깨워주고 짧은 시간 안에 피부 속부터 빛나는 결빛 광채를 선사한다. 50mL, 34만5000원.

내면의 감정을 독특한 시각적 조형 언어로 표현한 작품들. 순서대로 <공탑(空塔) 15>, <Black Summer>.

밀라노에서 선보이고 있는 개인전 전경.

가장 큰 규모로 작업했던 <공탑> 첫 작품.
지난 5월부터 밀라노 푸마갈리 갤러리에서 첫 해외 개인전 을 선보이고 있다. 이 전시는 작가로서 태도와 감정을 표현하는 중요한 기회였다. 그는 자신의 작업에서 불꽃, 별, 꽃 등의 형태를 사용해 내면의 상충하는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중 꽃과 다리의 결합은 출산과 모성애의 복잡한 감정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인데, 작가는 이 작업이 자신의 기형적인 마음을 밖으로 표현한 것이다. 최근 작가는 기존 행잉 작업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는 입체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육아를 경험하면서 영감을 받아 ‘자립’을 표현하는 작품을 만들고 있으며, 천의 질감과 중력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변화를 통해 새로운 예술적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