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라렌 역사상 가장 가볍고 강력한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750S.
숨이 막힐 것 같았던 슈퍼카 중의 슈퍼카 맥라렌 시승기.
운전 초보도 아닌데, 시동을 거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듯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웬만한 집 한 채 값인 4억3000만원짜리 슈퍼카라니. 배기 장치에서 쏟아지는 이 어마어마한 엔진음은 마치 성능이 전부인 것처럼 슈퍼카의 존재감을 뽐낸다. 영국의 정통 럭셔리 스포츠카 맥라렌이 최근 풀체인지급 750S 모델을 세상에 공개했다. 맥라렌 하면 일단 범접할 수 없는 슈퍼카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이 사실이다. 하마의 심장 같은 파워풀한 엔진으로 2초대 제로백은 기본. 쿠페와 스파이더, 두 종류로 출시된 맥라렌 750S는 정지 상태에서 100km/h 도달시간이 단 2.8초이며, 200km/h까지는 7.2초(750S 스파이더 7.3초)면 충분하다. 최고 속도는 332km/h에 이른다. 슈퍼카 중의 슈퍼카로 불릴 정도로 인기 있는 모델이지만 이번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한층 더 강력해지고 가벼워졌다니 그 변화된 모습은 어떠할지, 또 얼마나 다이내믹한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매우 궁금했다. 국내 차도에서는 자주 보기 힘든 만큼 실제 기함의 자태를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됐다.
750S 쿠페는 첫인상부터 입이 떡 벌어졌다. 낮게 웅크린 보닛에는 군데군데 홈이 파이고, 범퍼와 스플린터 구멍에 손을 넣어보니 깊숙이 들어가는데 다른 구멍들과 교묘히 연결되어 있다. 차체 여기저기에 구멍이 많은데 흡사 ‘개미굴’처럼 갈래갈래 뻗어 있는 구멍들은 최적의 공기 역학을 고려한 결과물이다. 냉각 효율과 다운포스 등 최대한 빠른 스피드를 만들기 위한 고도의 계산에서 탄생했다. 아무리 높은 마력의 강력한 엔진을 품었어도 자연의 힘을 거스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숨구멍은 후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리어윙은 멀리서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는 폐포처럼 작은 구멍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또한 이전 모델보다 표면적을 20% 넓혀 공기 역학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다운포스를 늘려 주행 안정감을 높였다. ‘아이 소켓 Eye Socket’이라 일컫는 측면 공기흡입구는 잘 빠진 디자인에 유려하게 녹아드는 동시에 리어 윙과 결합돼 더욱 정밀한 균형은 물론 접지력과 다운포스의 증가를 이끌어낸다. 속도를 낼수록 확실하게 잡아주는 맛이 있을 것이다.
기대하고 기대하던 시간이 왔다. 시동을 거니 경주마의 DNA를 잊지 않는다는 듯 맥라렌이 전율을 일으키며 깨어난다. 기다렸다는 듯이 ‘부웅’ 날아갈 듯한 소리와 함께 핸들을 단단히 쥐어잡으니 마치 경주장 트랙에 있는 듯하다. 기존 720S보다 30마력 더 높은 750S의 출력은 바디 중심에서 시작된다. 4.0L의 V8 트윈 터보 엔진이 완벽한 무게 배분을 위해 중앙에 장착됐기 때문이다. 최대 출력 750마력에 최대 토크는 800Nm(유럽 기준), 톤당 587마력이라는 놀라운 무게 대비 출력비를 자랑한다. 이 수치는 맥라렌의 레전드로 회자되는 맥라렌 P1의 737마력, 720Nm을 능가한다. 이번 모델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아무래도 ‘경량화’다. 스피드를 높이기 위한 가벼움에 대한 집요한 탐구는 맥라렌의 정신이라 할 수 있다. 단 0.01kg도 타협하지 않는 경량화는 먼저 휠에서 여실히 느껴진다. 지금껏 가장 가벼웠던 10-스포크 초경량 단조 휠은 전 모델에 비해 13.8kg을 줄였다. 시트를 받치는 셸에 고강도 카본 파이버를 사용했는데, 720S보다 무려 17.5kg이 가볍다. 이는 맥라렌 고유의 초경량 소재인 ‘카본 파이버’ 덕분이다. 리어 윙도 이전보다 1.6kg 더 가볍게 제작했고, 디스플레이와 앞 유리도 무게를 대폭 줄였다. 무거운 장비를 훌훌 벗어내고 원초적 감각만이 남겨진 거다. 이런 집요한 노력 끝에 경쟁사보다 훨씬 큰 몸집에 높은 출력의 엔진을 얹혔음에도 건조 중량을 1277kg로 줄이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맥라렌 역사상 가장 가벼웠던 720S(건조 중량 1283kg)보다 가볍다.

맥라렌 750S의 내부 모습.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으며 불필요한 것은 없다”는 맥라렌의 디자인 철학은 실내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집중력을 높여주는 운전석 디스플레이는 드라이브에 필수적인 정보만 직관적으로 전달해준다. 파워트레인과 핸들링 모드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컨트롤 버튼은 비너클 양쪽에 배치했다. 특히 운전자의 편의를 돕는 맥라렌 컨트롤 런처를 처음 선보였는데, 자주 사용하는 파워트레인, 주행 모드 등을 저장해두면 시동을 켜자마자 운전자 취향에 맞춰 최적화된 주행을 곧바로 시작할 수 있다. 맥라렌은 30kg 감량을 위해 시트마저 매우 가벼운 소재를 선택했다. 탄탄한 내구성을 갖춘 슈퍼카에 어울릴 법한 장인정신과 60년 전통 맥라렌의 농축된 테크닉이 담겨 있다. 750S는 운전자의 주행 경험은 극한 한계치까지 끌어올리고, 도시에서 달릴 만큼의 가벼움을 지녔다. 그래서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다. 흠잡을 데 없는 이 슈퍼카는 조금이라도 달릴 틈을 주면 소름이 돋을 만큼 가볍고 빠르게 주파할 것이기 때문이다.